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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 반양장 ㅣ 동화 보물창고 17
오스카 와일드 지음, 소민영 옮김, 나현정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6월
평점 :
언제 읽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내 기억 속의 ‘행복한 왕자’는 나눔과 희생을 통해 얻는 진정한 기쁨과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 주었던 동화였다.
하지만 그때는 작가가 누군지 어느 시대를 살다간 사람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다시 새롭게 출판된 책들을 보며 오스카 와일드라는 작가의 이름과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게 되었고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일생동안 모두 9편의 동화를 남겼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대부분 아름다운 풍물과 사랑을 담고 있다.
하지만 보통 우리가 만나는 옛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결말에 도달하고 있어 결코 어린이만을 위한 동화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림책으로 먼저 본 ‘행복한 왕자’와 ‘욕심쟁이 거인’은 작가의 동화 중 가장 어린이 입맛에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미려한 그림책으로 여러 권 탄생했겠지만.
두 편의 이야기 모두 함께 나누고 함께 누렸을 때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어 어린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이야기에 빠져듦은 물론 앞으로 자신이 살아가야할 인생의 길잡이가 될 만한 교훈을 남겨준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바쳐 꽃을 피웠던 나이팅게일의 희생이 더러운 도랑에 떨어짐과 동시에 그토록 갈망했던 사랑을 어리석은 짓으로 치부하는 젊은 학생의 이야기인 ‘나이팅게일과 장미’나 우정이라는 이름을 빌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지만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당사자는 아무런 반성이나 죄의식은 물론 어떤 벌도 내리지 않는 ‘헌신적인 친구’ 역시 예상 밖의 결말로 끝을 맺어 누군가의 진실이 통하지 않는 슬픈 현실을 보여 주기도 한다.
특히 ‘별 아이’에서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자만하던 아이가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 사랑과 자비와 친절을 가르치다 3년이 지난 뒤 숨을 거두고, 그 뒤를 이은 왕은 아주 잔인했다는 결말은 동화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결말이 아닌가 싶다.
또한 ‘어린 왕’과 ‘스페인 공주의 생일’에서는 아름다움에 희생당해야 했던 그 시대 백성들이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비범한 로켓 폭죽’은 자신을 비범하다고 느끼는 어리석은 로켓 포죽을 통해 자만에 싸여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어른을 비꼬고 있다.
읽는 중간 중간 물거품이 되어버렸던 인어공주의 슬픈 사랑이 생각났던 ‘어부와 영혼’은 “사랑은 지혜보다 값지고 재물보다 귀하며 예쁜 여인의 발보다 눈부시답니다.”는 젊은 어부의 말을 통해 사랑의 무게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림책이나 축약본으로 만났던 그의 동화를 제대로 된 본 모습으로 읽으며 그가 추구했던 아름다움과 함께 위선으로 가득 찬 그 시대를 동화를 통해 마음껏 조롱했던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아름다운 옷과 금관에 기뻐했지만 한편으론 그 것을 마련하기 위해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을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는 100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현재까지도 적용되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다.
진정한 고전, 즉 시대를 대표하는 것으로서, 후세 사람들의 모범이 될 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인 오스카 와일드의 완역본 ‘행복한 왕자’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전해 주고 싶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