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돼지의 불끄기 대작전 29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9
아서 가이서트 지음, 길미향 옮김 / 보림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아이들은 글자 없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나 역시 글자 없는 그림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글자 없는 그림책을 함께 보는 건 큰 고역이었다.
처음엔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몰라 쩔쩔매다가 간신히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어 읽어주면 다음 번 읽어줄 때도 처음과 비슷하게 읽어주기를 바라는 통에 어찌나 당황스럽고 힘들든지.
지금이야 두 형제 머리를 맞대고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그림을 들여다보고 각자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즐거워하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말이다.

이런 아들들 마음에 쏙 드는 글자 없는 그림책을 오랜만에 발견했다.
거창한 제목이 붙어있는 그림책은 불을 끄고 잠들기를 무서워하는 영리한 꼬마돼지가 루브 골드버그 장치를 이용해 편안하게 잠드는 과정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여기에 사용된 루브 골드버그 장치는 쉽고 단순한 일상의 작업을 아주 어렵고 복잡하게 처리하는 기계 장치를 뜻한다.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때 질리게 방영되는 ‘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 케빈이 빈집털이 도둑 2인조를 물리치기 위해 사용한 방법으로 관객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던 장치가 평면인 그림 속에 펼쳐지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8시면 꼭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꼬마돼지는 자신이 잠들고 난 뒤 불이 커지는 장치를 고안해 낸다.
시간은 여덟시가 가까워오고 벽에는 복잡한 설계도가 그려진 종이가 붙여 있고 바닥엔 톱이며 망치, 가위등 공구들이 널려 있는 돼지의 방이 보인다.
시계가 정각 8시를 가리키고 꼬마돼지는 침대 맡의 달린 줄을 잡아당기자 천천히 기계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줄을 당기자 가위는 추를 끊어 도미노를 쓰러뜨리고 자전거, 물 양동이, 펌프 장치가 차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기계장치뿐만이 아니라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까맣게 모르고 차를 마시고 뜨개질을 하는 엄마아빠의 모습이다.
또 기계 장치가 돌아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잠 속으로 빠져드는 꼬마돼지의 표정도 놓치기 아까운 장면이다.
모두 29단계를 거치는 동안 시간은 20여분이 흐르고  불이 꺼진 뒤  편안히 잠든 꼬마돼지를 보는 순간 어린 독자들은 스스로 큰일을 해낸 뒤의 느끼는 뿌듯함을 느낀다.

어른 눈에는 조금은 무의미하게 보이는 장치들이지만 아이들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비춰지는가보다.
하나하나 빈틈없이 연결되어 있는 장치에 정신을 빼앗기는 건 물론 실제로 시도해 보기를 원하니 돼지 집처럼 큰 집으로 옮길 수도 없고........ 
검은 색 위주의 표지부터 시작해 새까만 면지, 섬세하고 예술적인 판화인 애칭 기법을 쓴 본문의 그림까지 밤이라는 시간의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어 재미를 증가시킨다.
특히 부록으로 들어있는 모형 집 만들기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다보면 실제로 루브 골드버그 장치를 만든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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