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진짜 좋은 학교 그림책 보물창고 29
샤론 크리치 지음, 해리 블리스 그림,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스승의 날이라고 아이들이 2교시 수업만하고 돌아왔다.

선물은 절대하지 말라는 선생님의 당부의 말씀이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등교를 시켰고 학교가 일찍 끝난 탓에 아이들도 가벼운 걸음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평일 점심을 함께 먹은 후 놀고 있는 아들 녀석들을 불렀다.

5월 들어 운동회에 중간고사까지 아이들도 나름 바빴고 이젠 슬슬 그림책이라면 먼저 얕잡아보고 읽으려하지 않는 통에 나만 읽고 미뤄두었던 책 한권을 읽어주기로 했다.

처음엔 커다란 판형의 유아 그림책 느낌이 나는 책을 보고는 두 녀석 모두 콧방귀를 뀐다.

“일단 한 번 들어보세요.” 하고 읽기를 시작하니 자꾸만 잠깐만을 외치며 일일이 그림에 참견을 한다.


틸리는 부모님과 남동생 그리고 강아지 빈스와 함께 진짜진짜 좋은 초등학교 근처에 살고 있다.

틸리는 학교에서 도형, 색깔, 숫자, 글자를 배웠고 주말에는 가장 좋아하는 나무에 오르기도 하고 빈스와 산책을 하기도 했으며 동생에겐 그네도 태워주고, 깡충깡충 뛰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진짜 좋은 아이들과 진짜 좋은 선생님들이 함께 공부하는 진짜진짜 좋은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학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토요일도 일요일도 공부하자고 한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주말에 나와 공부하기 싫었지만 교장 선생님께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교장 선생님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것이 큰 자랑거리였던 교장 선생님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는 물론 달력에 표시된 모든 공휴일은 말할 것도 없고 여름방학에도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하자고 공표하기에 이른다.


과장된 교장 선생님의 말속에 우리 교육 현실이 그대로 들어 있어 처음에는 웃음이 나오더니 점점 가슴이 답답해진다.

교장 선생님의 모습에는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 학원에서 하는 공부만이 진짜진짜 공부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들어 있다.

말로는 자연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스스로 배우고 누군가와 함께 하며 터득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진짜 공부라고 하면서도 실제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일 년 365일 틸리가 다니는 진짜진짜 좋은 학교의 학생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활기차 보이던 아이들이 점점 침통하고 우울한 표정으로 바뀌는 모습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없이 부듯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교장 선생님의 대조를 이루는 모습만으로도 아이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행히 틸리의 지혜로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바라는 진짜진짜 좋은 학교로 변해가지만 우리 교육 현실에서 이런 학교를 만날 수 있으려나 싶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며 2학년 아들에게 물었다.

“정명종, 정명종이 생각하는 진짜진짜 좋은 학교는 어떤 학교?”

망설일 것도 없이 “용두초등학교”란다.

정명종인 좋겠다. 진짜진짜 좋은 초등학교 다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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