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니와 고우니 이야기 보물창고 5
이금이 지음, 이형진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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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만 둘을 키우다보니 점점 딸 가진 엄마들이 부러워진다.

나이 한두 살 더 먹어가면서 아빠하고 쿵짝이 맞아 일요일이면 축구 한바탕 끝내고 목욕탕까지 갔다 오면  혼자 느긋하게 보낼 수 있어 한가하니 좋더니 이제는 반나절이라는 시간이 참 쓸쓸하기만 하다.

그래서 요즘은 엄마 맘 알아주고 엄마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하게 된다.

푸르니와 고우니라는 이름만큼이나 예쁘고 앙큼한 딸 이야기를 읽으며 가질 수 없는 딸에 대한 욕심을 삭여 본다.


일곱 살과 다섯 살인 푸르니 고우니 자매와 엄마 친구 아들인 동찬이의 소소한 일상이 읽는 내내 눈앞에 그려져 기분이 좋아진다.

모두 4편의 짧은 이야기는 낯익은 이형진님의 그림과 어울려 더 빛나고 있다.

어느 부모가 제 자식이 누구한테 맞고 들어왔는데 그냥 넘어갈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 상대가 아무리 친한 집 아이일지라도 힘을 길러 다시는 안 맞게 해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일 것이다.

[푸르니와 고우니]는 아이에게는 이미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사건이 귀하디귀한 딸을 둔 아빠에게는 불같이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재미있게 그려진다.


우리 아들들도 잠 잘 때만큼은 아직도 엄마를 필요로 한다.

어쩔 땐 귀찮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재워주는 것도 얼마 안 남았겠지 싶어 양 옆에 아이들을 뉘어 놓고 동화책 한 권을 집어 든다.

읽다보면 까무룩 잠이 든 것 같아 나가려면 그새 낌새를 알고 꼭 껴안는 두 아들 모습이 [엄만 누구 거야?]에서 서로 엄마 옆을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푸르니와 고우니 모습과 닮은 것 같아 끼득 웃음이 나온다.

한편으론 고우니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언니가 되었던 푸르니와 너무 일찍 형 대우를 했던 아들 모습이 자꾸만 겹쳐 마음 한 구석 짠해지기도 한다.


[울보 산타]에서의 소꿉놀이에서의 동찬이와 우리 집 제일 큰 남자의 모습과 너무 닮아 남편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이야기다.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는 아이들을 보며 남편도 반성과 함께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다.


마지막 [거울아 거울아]를 읽으며 자꾸만 거칠어진 내 얼굴을 만지게 된다.

4학년 큰 아들은 적당히 엄마 기분 살펴 엄마가 젤 이쁘다고 하지만 눈치 없는 2학년 아들은 보이는 그대로를 말해 그럼 엄마 바꿀까라고 묻게 하는 데 푸르니 집도 마찬가지다.

한 번도 푸르니 엄마가 쓴 방법은 써 보지 않았는데 한 번 써 먹어 봐야겠다.

그러면 아이들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우리 엄마입니다.”를 외치고 가수 ‘아이비’가 이쁘다는 남편도 “아빠 거울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빠 거울은 특히 옛날 엄마가 훨씬 더 예쁩니다!”라고 외쳐주려나 모르겠다.


너무나 낯익은 이야기들이라 푸르니와 고우니가 우리 아들들 같고 아빠는 우리 철없는 남편과 닮은 모습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 우리 사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어 아이들과 즐겁게 읽으며 사람 사는 게 특별할 게 없고 이렇게 사는 게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서로라면 죽고 못하는 아들 녀석들을 보며 어쩜 내 욕심에 딸을 부러워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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