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이 명절날만 같아라 - 제5권 홍성찬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민속.풍물화 기행 5
홍성찬 지음, 원동은 그림 / 재미마주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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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되고 힘들었던 일 가운데 으뜸은 명절 쇠기였다.

결혼과 동시에 시댁으로 들어가 살았던 덕에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면 은근히 스트레스가 쌓이곤 했다.

시댁 마을에 선산이 있었고 어머니가 손이 큰 덕에 준비해야 하는 음식양은 장난이 아닌데다 제대로 음식 하는 걸 배우지 않은 터라 실수 연발에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지금이야 어머니도 연세가 있으시니 예전처럼 걸게 음식을 장만하지 않는데다 11년차 며느리다 보니 이력이라면 이력이고 요령이라면 요령이 생겨 참을 만한 일이 되었다.

거기다 설, 정월대보름, 한식, 추석, 동지까지 챙기시던 어머니가 이제는 단출하게 설날, 추석만 쇠고 계시다.

며느리 입장에서는 고맙고도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우리 아이들에게 명절에 느낄 수 있었던 풍성함과 정겨움을 전할 수 없다는 생각에 왠지 허전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우리 명절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어가며 정월부터 동지섣달까지의 즐겁고 흥겨운 우리 조상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본다.

한 해가 시작되는 설날은 가장 큰 명절로  묵은세배로 한 해 동안 베풀어 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했고, 깨끗한 설빔과 흰 떡국으로 새로운 날을 맞이했다.

대보름이면 달맞이와 달집태우기, 부럼, 당산제, 다리 밟기를 하면 일 년 동안의 행운을 빌기도 했다.

본디 농자천하지대본으로 여겼던 우리 조상들은 계절에 따라 의미 있는 날을 골라 명절로 삼았고 특히 봄이면 일 년의 농사를 책임질 머슴들을 위해 머슴날을 정했다 한다.

청명, 한식, 삼짇날이 지나면 무더운 여름철이 찾아오는 데 4월 초파일, 5월 단오, 6월 유두를 명절로 삼아 바쁜 일손을 잠시 쉬기도 했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풍요로운 계절 가을이 찾아오면 하늘과 조상님께 감사드리는 추석 명절을 보내고 긴긴 겨울이 오면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으며 일 년을 정리했다.


홍성찬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민속. 풍물화 기행시리즈 전5권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화려하지 않고 정답기만 한 그림은 옛 정취와 어울려 푸근함을 느끼게 한다.

단순하게 명절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조상들의 사상과 일상의 생활 모습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한식에 얽힌 개차추의 이야기나 봄철에 찾아오는 여름새와 동지에 관한 속담 등을 읽으며 새로운 상식을 덤으로 얻은 듯하다.

조상들에겐 바쁘고 힘든 일상의 한 점 쉼표 같았던 명절이 이젠 바쁘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하나하나 잊혀져가는 걸 보면 한편으론 씁쓸해지기도 하다.

어린 시절 손꼽아 기다리던 명절이 온 가족이 다 모이는 기쁜 날이라 매일매일이 명절날만 같기를 바랐던 아이도 어른이 되고 며느리가 되면서 명절은 더 이상 즐거운 날이 아닌 부담스러운 날이 돼버렸다.

그럼 명절의 즐거움을 모르고 자란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날엔 과연 명절이라는 단어를 기억이나 할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명절에만 느끼는 넉넉함과 행복감을 안겨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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