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책 + 오디오 CD)
이상교 지음, 한병호 그림, 신동일 음악 / 미세기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고향집에 내려가면 엄마, 아버지는 날로 쇠약해져가고 작은 우리 집도 부모님과 함께 나이 들어감이 느껴진다.

전에는 나보다 훨씬 커보이던 엄마가 작고 여려지신 것처럼 대문도 담장도 점점 높이가 줄어드는 것 같다.

골목골목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에 왁자지껄했던 동네가 지금은 휑하니 바람만 지나가고 하나둘 빈집만 늘어간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의 집이 덩그러니 남아 있는 표지 그림이 나를 금방 고향 마을로 데려가 준다.

오막살이어도 내 집이 최고라고 했던 할머니는 자랑거리인 집만 담겨두고 자식 따라 먼데로 이사를 가신다.

다락, 툇마루, 문지방, 댓돌도 울고, 미닫이문도 속으로 울고, 대문은 떠나는 할머니를 지켜보다 서운해 그대로 열려 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 훈기로 가득하던 집이 들깨, 엉겅퀴, 도깨비바늘 등 자연의 훈기로 가득하다.


언제나 빈집 앞을 지날 때면 머리끝이 쭈뼛 서는 흉가라는 생각에 걸음이 빨라졌다.

마당 가득 들어선 들풀과 지붕 위까지 올라간 분홍 메꽃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었다.

어린 시절 내 친구와 공기놀이하고 고무줄 놀이하던 집이었는데도 그 기억을 까맣게 잊고 추억까지도 잃어버렸는데 빈집은 늘 그 자리에서 누군가의 집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좋아하는 작가 이상교님 글과 도깨비 그림으로 유명한 한병호님의 그림, 노란우산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신동일님의 음악이 어울러져 따뜻한 고향 소식을 안겨 준다.

<빈집>은 쓸쓸하고 두렵기까지 했던 빈집을 이제는 누군가 북적북적 들어앉아 있고, 예전에는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집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색의 그림과 이별과 또 다른 만남에 행복해하는 빈집의 모습은 시와 음악이라는 새로운 동무를 만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특히 어린이들의 합창은 쓸쓸함보다는 명랑함이 돋보여 빈집 마당 한 가득 채운 들꽃의 향기를 느끼게 해준다.

수록된 곡들이 테마별로 동서양의 악기를 적절히 사용하여 각각의 악기의 특성별로 구슬픈 소리와 즐거운 기대까지도 잘 드러내고 있다.

고향에서 날아온 작은 엽서 같은 책을 손에 쥐고 음악에 맞춰 한 장 한 장 넘겨도 보고 음악을 줄이고 그리운 벗에게 온 고향 소식인양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그림에 취하고 시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