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와 도깨비 이야기 보물창고 3
이상 지음, 신재명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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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로 시작하는 이상의 ‘오감도’를 처음 읽었을 때 당혹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다른 이들이 아무리 천재 시인이라고 했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시에서는 그의 천재성을 읽을 수 없었다.
‘이상은 난해하여 읽기 힘들다’는 생각이 자리 잡으면서 읽을 엄두를 못 냈던 그의 작품이었는데 몇 해 전 타 출판사에서 나온 '천재 시인 이상이 남긴 단 하나의 동화'라는 문구를 달고 나온 ‘황소와 도깨비’를 만나게 됐다.
이상과 동화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구에 호기심을 일으키며 읽은 이야기는 도깨비 그림에 정평이 나있는 화가의 그림과 어울려 재미있다는 연발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손이 덜 가는 그림책꽂이 한 칸에 자리 잡고 아이들에게 서서히 멀어져가는 그림책이었는데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아이들 연령에 딱 맞추어 다시 등장해 주시었다.

어떤 산골에  부모도 일가친척도 없이 서른이 넘도록 장가도 안 간 돌쇠라는 나무장수가 살고 있다.
딸린 식구가 없으니 그저 먹을 거나 벌 요량으로 하는 장사이니 빈둥빈둥 대충대충 일하는 돌쇠였지만 전 재산인 황소만은 애지중지하며 큰 자랑거리러 여겼다.
여느 날처럼 나무를 팔고 돌아오는 길에 느닷없는 진눈깨비를 만나 두어 시간 주막에서 지체하다보니 날이 어둑해지고 만다.
서둘러 집에 돌아가는 길에 꼬리를 다친 도깨비를 만나게 되고 도깨비는 황소에 배속에서 상처가 나을 두 달 동안만 지내게 해주면 황소의 기운을 열 배나 더 세게 해주겠다고 한다.
측은한 생각이 들어 고민 끝에 황소에게 동의를 구해 도깨비를 구해 준다.  
도깨비의 말대로 황소는  열배나 힘이 세지고 돌쇠도 전보다 더 소를 귀하게 여기게 된다.
하지만 약속했던 날이 다가오지만 황소 뱃속에서 편히 지내던 도깨비는 쉬 나오지 못하게 된다.

종전의 그림책보다 이야기는 더 길어지고 책에 판형은 더 작아졌다.
요즘 동화구연을 배우고 있는 덕에 좀 과장된 목소리로 읽어 주었다.
흉내 내는 말이 많다보니 읽어주는 나도 듣는 아이들도 신이 난다.
역시 아이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대하는 듯 열심히 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우린다.
이를 악물고 괴로워하는 황소의 모습과 어떻게든 하품을 시켜보려는 돌쇠의 부단한 노력 앞에서 아이들은 손에 땀을 쥔다.
착하게 살면 큰 복을 받는다는 진리가 이제 착한 것 보다는 제몫 챙기는 게 옳은 길이라는 새로운 진리에 밀리는 요즘에 돌쇠의 측음지심이야 말로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 할 큰 덕목이 아닌가 싶다.
도깨비를 구해 줬으니 돌쇠는 당연히 복을 받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는 독자에게 돌쇠는 자신의 생각을 혼잣말로 설파하고 있다.
‘도깨비 아니라 귀신이라두 불쌍하거든 살려 주어야 하는 법이야.’
어쩜 돌쇠가 황소 힘세지는 것만 염두 해 두고 도깨비를 구해줬더라면 이리 큰 복이 그에게 찾아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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