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별 푸른도서관 16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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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일 새벽에 새해맞이 해돋이를 보러 담양에 있는 금성산성엘 올랐다.

다른 해 같으면 망년회에 마신 술 덕분에  편안한 잠은 꿈도 못 꾸고 뒤척거렸겠지만 올해는 뭔가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굳은 결심으로 오른 산성산은 아직 어둠에 쌓여 있었다.

예전에도 아이들과 어렵지 않게 오른 산이라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산행은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아 언 산길은 험난하기만 했고, 너무 차가운 겨울 새벽공기가 숨쉬기를 힘들게 했다.

한참을 가다 나뭇등걸에 걸터앉아 숨을 돌리며 올려다 본 하늘엔 별이 총총하고 고요한 산 속의 새벽이 신비롭기만 했다.

그리고 그 새벽 문득 새벽에 태어난 아이 “새부”가 떠올랐다.

아니면 금성산성이 고려시대 쌓은 성이라는 문헌을 본 적이 있어서 고려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절치부심했을 새부가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고려의 북쪽 변방의 너르실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새부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여타의 집안일은 시키지 않고 무예와 글만을 가르치는 아버지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새부의 나이가 들자 아버지는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비밀을 말하게 되고 자신이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신라 부흥을 위해 인제현에서 힘을 키워오던 신라 유민과 태자는 고려 관군에 쫓기게 되자, 몸이 약했던 새부는 따로 피해 김극수를 아버지로 알고 이제껏 자라온 것이다.

또한 새부가 강건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지금의 아버지의 희생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마의태자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인제현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던 새부는 어릴 적부터 적대시해오던 무경의 모함으로 아버지와 함께 옥사에 갇히게 되고 아버지가 치룰 곤욕을 보다 못해 자신이 마의태자의 아들임을 밝힌다.

다행히 진장의 도움으로 고려를 탈출한 새부는 여진의 나단부에 정착하게 된다.

그곳에서도 인심을 얻지만 나단부의 아들이 다른 부락민을 죽이게 되고 큰 싸움으로 번질 찰나 새부가 나서 일을 처리하게 되고 부락민의 신망을 얻게 된다.

나단부를 구한 새부는 추장으로 추대 받게 되고 나단부를 훗날 금나라의 기초가 된 완안부라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법제를 정하고, 일대에서 가장 살기 좋은 부락으로 성장해 가게 된다.


역사 드라마가 유행처럼 방송되고 있다.

가장 즐겨보는 주몽도 역사 왜곡이 문제된다는 기사가 가끔씩 올라오고는 있지만 주몽 드라마에 큰 점수를 줄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 몰랐던 고구려의 역사를 다시 되짚어 주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단 몇 줄로 기록되었을 알에서 나온 아이의 신화를 역사라는 사실로 자리매김하게 했으니 그 공이 적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백제를 세운 온조와 비류의 어머니인 소서노를 알게 된 사실도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초원의 별’ 또한 마의태자가 인제군에서 끝까지 고려에 저항했고, 금나라 시조가 신라의 왕족이라는 두 가지 사실만이 진실일 뿐 모든 것을 작가의 상상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소설에 역사 왜곡이라는 잣대를 대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란 항상 승리한 자에 의해 쓰인 덕에  신라가 고려에 병합되자 마의태자는 무력하게 개골산에 들어가 베옷을 입고,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으며 생을 마감했다는 나약한 모습이 아닌 신라 부흥을 꿈꾸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

자신보다 약한 다복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새부, 나라를 위해 첫사랑 초희를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새부의 모습에서 말처럼 쉽지 않은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할 줄 알고,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새부를 만나게 된다.

그러기에 인간적이면서도 누구에게나 추앙받는 인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새벽 공기처럼 청명한 새부를 보며 우리 아이들 또한 자신만 생각하는 어른이 아닌 더 넓게 생각하고 더 멀리 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정하길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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