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젓가락 행진곡 ㅣ 나의 학급문고 9
전방하 지음, 이소현 그림 / 재미마주 / 2007년 1월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이제는 고루한 옛말이 되어 버렸다.

더 이상 개천에서는 용이 안 나는 사회에 살면서 부모의 부만이 대물림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기회마저도 대물림되는 현실이 참담하기 그지없다.

나 자신 아이들에게 크게 물려줄게 없는 탓에 이런 사회가 불만스럽고 못마땅하기만 하다.

자신의 노력만으로 모든 게 가능했던 과거에 살던 어른들은 열심히 하면 모든 게 이루어진다고 강조하지만 차츰 그 목소리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 ‘나’는 가난한 우리 동네가 싫고 특히나 옆집에 사는 승준이가 싫다.

승준이는 단칸방 반 지하에 세 들어 사는 아이인데 뭐든 나보다 더 잘 해서 엄마는 툭하면 그런 승준이와 나를 비교한다.

하지만 내가 승준이보다 잘하는 것이 하나있는데 바로 피아노치기이다.

어느 날 승준이 엄마가 우리 집 피아노를 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엄마는 거절하고 승준이는 소리도 안 나는 베개에 건반을 그려 붙여 놓고 연습을 시작한다.

우연히 승준과 이야기 할 기회가 생긴 나는 “피아노를 연습하는데 어떤 소리가 나는지 잘 알 수가 없어서........”라는 말에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혼자 젓가락 행진곡을 치던 나는 승준을 불러 함께 치게 된다.

한 대의 피아노로 두 사람이 연주하는 연탄곡으로 유명한 젓가락 행진곡은 금방 배워 연주할 수 있는 곡이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도 젓가락 행진곡을 처음 연주할 때처럼 작은 용기와 베푸는 마음만 있으면 가능할 것이다.

젓가락 행진곡은 혼자서도 충분히 연주할 수 있는 곡이지만 둘이 나란히 앉아 치면 더 듣기 좋은 곡이 된다.

이 처럼 세상도 나만 잘 살고, 내 자식만 잘 되도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이웃과 더 불어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다면 더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이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그들의 차가운 손을 잡아주라고 나에게 용기를 주는 따뜻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