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으로 서다 푸른도서관 14
임정진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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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인터넷을 통해 “옹이가 박히고 휘어져 고목의 뿌리 같은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발” 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 한 장을 보게 됐다.

발레 공연을 직접 본적도 없고, 내가 발레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도 없었지만 그이의 발을 통해 아름답고 화려한 발레 뒤에 얼마나 힘든 노력과 연습이 있었는지 짐작되어  가슴이 찡했던 기억이 있다.

12살에 발레가 좋아  영국으로 홀로 유학을 떠난 재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 번 강수진 씨의 발 사진을 찾아본다.


아빠의 직장 때문에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던 재인은 미국에서 처음 발레를 배우게 되지만 아빠를 따라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처음엔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썩 좋지 않았던 재인이 차츰 학교에 적응할 무렵 아빠는 다시 쿠웨이트로 발령이 난다.

그 곳에서 발레를 배울 수 없게 된 재인은 영국인 학교 교장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영국으로의 유학을 권유 받게 된다.

하지만 아빠는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게 되고 한국으로 돌아온 재인이 우울증에 빠지게 되자 아빠의 결단으로 영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부모와 멀리 떨어져 기숙사 발레학교에 들어간 재인은 모든 게 낯설고 힘들기만 하다.

발레 실력은 생각만큼 늘지 않고 아빠는 가전제품 대리점을 하게 되지만 집안 형편도 전보다 못하게 된다.

거기다 부모님은 아무 설명도 없이 이혼을 하게 되고 재인은 방학이 되어도 집에 자주 가지 못하고 친구 집과 아빠의 친구 집을 떠돌게 된다.

다행히 친구들의 염려와 격려 속에서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되고,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또 다른 도전을 꿈꾼다.


요즘 매스컴을 통해 심심찮게 들려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조기 유학에 폐해에 관한 내용들이다.

그저 부모 욕심에 영어라도 배워오라고 등 떠밀어 보낸 유학에 적응 못하고 탈선의 길로 빠진 아이들과 기러기 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해 진곤 했다.

재인에게도 여러 번의 힘든 고비가 찾아왔지만 목표를 갖고 스스로의 의지로 떠난 유학이었기에 많은 어려움을 헤치고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옳은 일일까, 가능성 높은 걸 하는 게 옳은 일일까? 내가 좋아하는 걸해야 성공하는 건 아닐까?”

라는 재인의 일기는 나에게 묻는 질문 같았다.

만약 내 아이가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어떤 도움의 말을 해 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과 웩슬리 선생님의 충고대로 스페인 무용을 전공했더라면 지금 재인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쩜 스페인 무용을 전공했더라면 발레를 삶에 전부라고 생각했던 재인이 어른이 된 뒤 발레에 관한 일을 인터넷 발레 동호회를 통해서만 알게 되는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인이 이렇게 자신의 오래 전 유학 시절을 생생히 기억해 내고 자신의 지나고 일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선택했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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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7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록콩 2006-12-27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 후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