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이와 비토리아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12
이현경 글.그림 / 보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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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에 우수상을 받았던 작품이 드디어 책으로 출간됐다.

외국번역그림책이 넘쳐나는 요즘 새로운 얼굴의 우리 작가라는 점에서 더욱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책장을 넘겼을 때 만나는 면지의 그림은 화려한 자개들의 반짝임 같아 눈이 부실 지경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한 가지 사물을 통한 상상의 나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하은이가 느꼈던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다.


잠자리에 누워 유리병 속 물건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하은이가 할머니가 주신 자개 빗을 들여다본 순간 유리병 속에서 자신을 비토리아라고 하는 아이가 말을 건네고  꿈인지 상상인지 모르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된다.

전혀 다른 시공간에 살고 있는 두 아이는 닮은 듯 다른 모습이다.

딱 내용을 집어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는 몽환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그림이 그 아쉬움을 달래준다.


우리 집 아이들의 정리 상자를 들여다보면 3학년아이와 1학년아이의 내용물은 두 살 터울의 나이만큼 다르다.

큰 애의 상자는 점점 비워가는 데 작은 아이의 상자는 아직까지 꽉 차있다.

어디서 주워 모았는지 모르는 잡동사니들이지만 아이에게는 보물이 되어 각각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

모으기 좋아하는 하은이와 비슷한 둘째 아이는 그림을 들여다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쩜 어른인 내가 이 책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건 그림책을 통해 뭔가 배우고 교훈을 얻고자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 속 하은의 행복한 모습보다는 비토리아가 사는 나라가 왜 아침일 때 하은이는 저녁이 되는 지를 알려주고 싶은 걸 꾹 참고 하은의 상상 속으로 들어가자 동굴 입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과 나비의 날개 짓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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