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한 방 작은도서관 25
이옥근 외 지음, 성영란.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책 안쪽 날개에 적힌 작가들의 경력을 찬찬히 살펴본다.

제4회 푸른문학상의 ‘새로운 시인상’을 받은 네 명의 시인은 각각 다른 고향과 30대와 40대 그리고 60대의 나이만큼 개성이 뚜렷한 시로 독자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점점 동시와는 멀어져가는 나이라고 생각했던 내 나이가 동시를 쓸 수 있는 나이가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중학교 국어선생님이신 이옥근님의 시를 읽다보면 학교 풍경이 눈에 선해 진다.

텅 빈 운동장에 흙먼지를 일으키던 바람이 “공부 시간”에 덜컹하고 창문에 부딪히면 누구라도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볼 것이고, 한번쯤은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에헴, 오늘은 내가 선생님이다.”라고 거들먹거렸던 추억 한 자락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유은경님은 가슴 한 구석에 먹먹함을 선사한다.

엄마 고향이 베트남이지만 누가 뭐래도 한국 사람인 “기영이”와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 잘 되는 게 가장 큰 “아빠의 꿈”임을 알고 “엄마와 딸”의 대화 속에 우리 엄마와 내가 들어 있기에 모두가 내 이야기 같고 우리 이야기 같다.


조향미님의 시에서는 고향이 보인다.

경남 함천 가야산 자락에서 태어난 시인의 어린 시절과 전남 영암 월출산 자락에서 자란 나의 어린 시절이 닮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빗물 고인 “장독 뚜껑 우물”과 집 앞 “감나무 위의 까마귀”가 아른 거린다.

나 역시 서울서 전학 온 “사내아이 때문에”는 아니지만 흙투성이 아버지를 피해 살짝 숨었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기에 시인의 마음이 내 맘 같다.


이정림님의 시를 읽다보면 큐레이터가 설명하는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뜰에 서 있는 나무의 모습을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는 “나무 읽기”와 “창을 닦으며” 깨끗해져가는 창을 통해 본 그림 같은 앞산 숲이 들어 있는 액자를 선물 받은 기분이다.

의미 없던 신발장의 신발들도 “신발장을 보면 우리 집이 보인다.” 속에서는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의미를 나타내는 그림의 소품처럼 살아 숨 쉬고 있다.


오랜만에 소리 내어 동시를 읽으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로 그리고 내 아이가 보는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동시가 좋은 이유는 무겁지 않고 깨끗한 아이 마음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새로운 시인상”이란 상을 받은 신분들이니 그 상에 어울리는 또 다른 새로운 시들로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