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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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기업이 인수한 도시국가와 그 안에 위치한 스러져가는 맨션,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배경이지만 일화 곳곳에는 현실의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각 챕터에서는 만 30년 전과 현재를 오가며 사하맨션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그들은 제각기 안쓰럽고 기구한 사연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소설 속 이여기는 지나치게 현실과 닮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그랬다. 처음부터 기대랄 것은 없었고 작가의 행보가 궁금해서 읽어본 것이었는데 이번 이야기는 나에게 어떠한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 현실은 현실로 족하다. 내가 소설에서 읽고 싶은 것은 쿠키영상이 아니라 본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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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키키 키린의 말과 편지
키키 키린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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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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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도 몸과 정신이 삭아드는 것을 막을 수 없어 집 앞 카페로 피신했다. 친구가 생일선물로 준 이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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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를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살라’는 키키 키린의 말에 마음이 조금 풀어지는 듯하다. 아무렴 별 일이야 있겠나. 별 일이 생긴다고 해도 내가 흔들리지 않으면 그뿐이다. 키키 키린이 그랬듯 호방하게 걸음을 내딛고 삶과 정면승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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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 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심보선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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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시인의 첫번째 산문집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시인이 쓴 글들을 3부로 추려 묶었다. 대중들에게 <슬픔이 없는 십오초>, <오늘은 잘 모르겠어>등의 시집으로 유명한 심보선 시인은 사회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첫 산문집에는 삶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예술, 사회 등에 대한 이야기까지 폭넓고 깊이있는 글들이 담겨있다.

사실 주변에서 심보선 시인의 시가 좋다고 하는 이들이 많아서 <슬픔이 없는 십오초>를 살짝 훑어본 것을 제외하고는 그의 시를 찾아 읽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 ‘남들이 다 좋다고 하니 나만큼은 좋아하지 말아야지‘라는 심보를 가지게 되는데 이 경우가 바로 그랬다. (같은 이유로 박준 시인의 신작 시집도 아직 읽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산문집을 냈다는 것이다. 읽고 싶은 책들이 쏟아져나오는 지금. 도서관 신청도서 목록을 작성하다가 ‘읽어볼까‘ 싶어서 끼워넣었다. 내게는 시인의 산문집은 본전은 할거라는 믿음이 있다.

결론은 좋았다! 천천히 읽어야지 싶을 정도로! 저자가 시인이자 사회학자이기 때문인지 글의 균형이 편안하고 절묘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전반부에서부터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날카롭게 바라본 후반부까지 글의 구성도 좋았다. 너무 깊게 사유의 늪에 빠지지도, 너무 딱딱하게 표면만 건드리지도 않는 글들이다. 인상적이었다.

책의 제목이 ‘어설프고 서글프고 어색하고 부끄러운‘이 아니라 다행이다. 또 책을 다 읽고 뒷표지에서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를 발견해 살짝 놀랐다. ‘그를 질투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그냥 그를 사랑하며 되는 것이다.‘ 추천사의 표현대로 이 책은 ‘명석함과 섬세함의 절묘한 균형‘을 갖춘 보기 드문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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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은 알라딘만 줄곧 이용해왔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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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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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집에 들어왔는데 그만 누운 자리에서 시바타 쇼의 <그래도 우리의 나날>을 다 읽어버렸다. 요즘 하는 일이라고는 책 읽는게 전부인데다 이 책은 겨우 200페이지 남짓한 소설이니 한자리에서 다 읽은 것이 별로 대수롭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이 책은 신형철 평론가가 남긴 추천사 '세계 최고의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소설이다' 하나만 보고 사서 읽었다. 다 읽고 나니 그 말이 얼마나 적확한지 알겠다. 1964년 아쿠카타와 수상작으로 오래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전혀 올드하지 않다. 오히려 어떤 표현은 섬뜩할 정도로 예리해서 한참 들여다봤다. 또 어느 페이지는 인간의 감정을 어쩌면 그렇게 섬세하게 포착해냈는지 절반 이상을 밑줄로 그을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상당히 놀라운 작품이기는 했으나 아쉽게도 나에게 인생의 책은 아니었다. 물론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책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한다. '인생의 무엇'은 항상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니까.

불을 끄고 누웠는데도 자꾸 이 책과 관련된 상념들이 머릿속을 떠다녀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거지. 아무래도 내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 책의 어떤 부분에서 읽어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어떤 장면 때문에 계속 마음을 졸이고 있는지 짚어낼 수는 있어도 정확히 '왜'인지는 표현할 수가 없다. 그게 나를 불안하고 답답하게 만든다. 남의 언어로 표현된 문장을 읽으면서도, 이게 내 감정이다 싶으면서도, 그것을 내 언어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무력하고 공허하다. 어쩔 줄을 모르겠다.

기실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가 나의 언어를 찾기 위함인데도 막상 결정적인 순간에는 두려움이 나를 압도한다. 대체 언제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1]이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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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뮤지컬 '레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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