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 성공의 표준 공식을 깨는 비범한 승자들의 원칙
토드 로즈.오기 오가스 지음, 정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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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성인이 되기까지 나는 부모와 주변 어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왔다. 물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를 한 것, 학생회장이 된 것, 자사고에 진학한 것 등 모두 내가 ‘선택‘하고 ‘행동‘한 것들이지만 사실 인정받고 싶어서 한 일이었다. 남들이 (공부를, 학교 진학을, 대외활동을) 혼자 알아서 잘 한다고 하니 더 잘하고 싶었다. 복잡한 가정 상황에서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 알아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기 위해 충실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싶은지, 무엇을 하면서 ‘충족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때조차도 나는 내가 선택하고 행동했다. 그래서 성인이 되었을 때 주변 어른들의 기대를 부수는 일에 망설임이 없었다. 대학 진학 후 정확히 원인은 모르겠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방황‘의 길로 접어들었다. (나는 방황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리고 지금에서야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그런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다크호스>는 내게 큰 응원같았다. 이 책에서는 개인의 충족감을 추구하는 선택을 하고 자신만의 일에 몰입할 때 비로소 행복과 성취감을 동시에 얻는 성공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각 챕터에서 제시되는 성공한 사람들의 일화는 그야말로 놀랍다. 고등교육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제시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는 천문학자가 되었고 빈민촌에서 자라 자기 사업체를 꾸렸던 앨런은 모든 것을 매각하고 돌연 맞춤 양복 재단사가 되었다. 이들은 자기 자신의 열망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고 그것을 실행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이들에게 정형화된 성공의 길이나 남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았다. 단 하나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충족감이었다.



더 이상 한 가지 직장에서 평생을 보낼 수 없는 시대다. 공무원 시험 응시률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장래희망 1순위로 유튜버가 꼽히는 시대다. 사회 통념적으로 성공이라고 하는 길로 전력투구 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의 충족감에 집중하는 일이 더 큰 행복과 성취감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에 열심히, 잘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구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 자신의 충족감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는 ‘너 그렇게 살다간 낙오자가 될 거야.‘라는 주변의 시선에 냉담해질 필요가 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나 자신이므로.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진정한 자기자신으로 거듭나는 일만이 나를 지탱해줄 것이다.



성공하고 싶다면, 정해진 길을 가는 것에 공허함을 느낀다면,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고 싶다면, <다크호스>를 읽을 것을 강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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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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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무 좋잖아! 첫번째 수록작이자 표제작인 ‘작은마음동호회’를 읽고 생각했다. 역시 윤이형. 기다린 보람이 있다. <러브 레플리카>에서의 SF적 상상력과 기민한 현 이슈들에 대한 탐구, 그리고 과하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마지막 노을빛같은 따스함까지.



저자는 선함을, 선함의 힘을 믿는 사람같다.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11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저자는 현실을 부정하거나(상실, 여성으로서 겪는 부당함, 남과 다르기에 당하는 차별 등) 완전한 SF적 세계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그 모든 지난한 현실들 위에 담담하게 차곡차곡 작은 마음을 쌓아올린다. 한 편 한 편 작품을 읽어갈수록 더해가는 온기가 느껴진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으로는 ‘작은마음동호회’, ‘마흔셋’, ‘피클’, ’의심하는 용-하줄라프1’,’이것이 우리의 사랑이란다’,’수아’를 꼽겠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당하는 현실은 지옥이다. 상실로 점철된 현실도 지옥이다. 그러나 작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 ‘이어진 마음을 믿음으로써 다시 자신을 믿기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소설집은 그 이어진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살아 있다는 것, 그건 그렇게 하찮은 일이 아니었다.

당신들은 우리를 끝낼 수 없다.’(352p,’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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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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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라는 문구 하나 때문에 샀다. 조해진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으나 나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해 구매를 망설이던 참이었다. 게다가 근래 나오는 소설 치고는 표지도 폰트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나마 무광 종이의 질감 정도가 괜찮았다. (다 읽고 나니 짙은 녹음이 더 잘 어울리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체크무늬 대체 무엇..) ​

아무튼, 아주 쓸쓸하고 외로운 소설이었다. 프랑스로 입양간 문주가 한국에 돌아와 자신을 돌봐주었던 가족을 찾고, 이 과정이 두 여성에 의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문주가 우주라는 아이를 품고 있다는 것, 백복희라는 입양간 또 다른 여성의 존재가 얽힌다는 것도 소설의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결국, 소설 속에서 여러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읽는 내내 쓸쓸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문장들이다. 메마른 건조함이 느껴지나 그 뒤에 숨겨진 씁쓸한 감정이 온전히 드러나는 문장들. 의외로 소설을 읽으며 이러한 문장들에 밑줄을 긋는 순간이 가장 좋았다. ​

단순한 진심. 이 단정한 제목같은 소설이다. 쓸쓸하나 온전히 혼자는 아닌, 씁쓸하나 온전히 삼킬 수 없는 것은 아닌. 내 안의 우주와 타인의 우주가 느슨하게나마 연결되어있음을 알기에 단순해지는 그저 진심. ​그 진심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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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소프 - 에로스와 타나토스 현대 예술의 거장
퍼트리샤 모리스로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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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꿈이 있다면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기 위해 뭐든지 해야 한다.”



나에게는 사진집을 사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가장 맥을 못추는 종류의 사진은 여성 초상과 꽃을 찍은 것들이다. 꽃 사진을 미친듯이 찾다가 로버트 메이플소프를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를 다룬 다큐영화 메이플소프(2016)를 보고 그가 금기시되는 에로티시즘를 다룬 작품들로 유명세를 얻은 작가임을 알게되었다. 남성 누드, 동성애, 사도마조히즘들 다룬 작품들 말이다. 패티 스미스의 <저스트 키즈>를 읽고 메이플소프의 인생이 궁금해지던 차에 이 평전을 읽게 되었다.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한 인물의 일대기. 솔직히 읽기 쉽지 않았다. 메이플소프의 유년시절부터 주변 인물들, 그의 예술적 성장 과정과 개인사까지 낱낱히 밝혀낼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밝혀낸 이야기들. 시대적 상황과 그의 정체성과 비뚤어진 내면을 참고하더라도 그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메이플소프는 그런 사람이었군, 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을 뿐.



오랫동안 이 책을 붙잡고 있으면서 느낀 것은 씁쓸함이다. 그가 에이즈에 걸려 죽음이 확실시되고 치솟는 그의 주가와 인기. 오늘날에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더 주목받는 그의 인생과 작품들. 생전 메이플소프가 그토록 바랐던 부와 인기가 사후에야 미친듯이 쏟아져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다.



비록 메이플소프는 그의 대표작으로 인정했던 것 같지는 않지만 나는 그의 꽃 정물사진과 초상 사진이 매우 좋다. 이건 그의 다른 작품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가 순수한 예술가인지 음탕한 악마인지 논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그는 로버트 메이플소프였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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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사랑
이서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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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것‘을 넘어서 아예 ‘믿고 구매‘해버리는 책이 종종 있는데 바로 이서희 작가의 에세이가 그중 하나다. 몇년 전 페이스북에 종종 업로드되는 글들을 통해 그녀를 처음 알게되었다. 그녀의 글 속에서 문장의 섬세함과 깊은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 또 그녀의 글을 읽으면 나의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이후 출간된 <유혹의 학교>(충정로에서 있었던 북토크에도 참여했던 기억이.), <이혼일기>를 읽었고 <구체적 사랑>을 만나게 되었다.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우아하고 매끄러운 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솔직함과 통찰. 부모와의 관계에서 겪었던 사랑, 지난 연인들과의 사랑, 아이들과의 사랑, 지인들과의 사랑,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사랑. 이번 책, 참 좋다. 내밀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들 속에 드러난 단단하게 성장하는 저자의 모습이 각별하게 느껴졌다. 결국에는 끊임없이 성찰하고, 사랑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삶이겠지. 저자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함께하니 변화와 성장도 함께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좋다.



사실 나는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것보다 새로운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편이지만 이서희 작가의 글들은 종종 다시 펼쳐서 읽는다. 이번 책 <구체적 사랑>도 자주 다시 찾게될 것 같다. 나를 편안하게 하고, 깨닫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그런 글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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