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0년 1월
평점 :
빌 브라이슨이다! 그 빌 브라이슨! 그가 몸에 대한 논픽션을 썼다. 약 600페이지 남짓한 쉽지 않은 분량에 피부, 뇌, 머리, 통증부터 질병,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몸에 대한 탐구의 기록이 가득 적혀있다.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다고? 솔직히 말하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빌 브라이슨 아닌가. 다양한 학자들과의 만남에서 얻은 정보들, 그만의 재치있는 입담이 두꺼운 책을 보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총 23개의 챕터로 이루어져있지만 어느 챕터를 먼저 읽어도 무관하다. 첫번째 챕터는 ‘피부‘를 다루고 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인종 어쩌고 하는 것이다 표피에 불과하다‘는 말! 인간은 어쩌면 별 거 아닌 것 때문에 서로를 가르고 차별하고 목숨을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가 우리의 몸에 대해 여전히 별로 아는게 없다는 것도 다시금 놀라웠다. 2020년인데 말이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가득하니 우리의 몸은 그 자체로 경이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꼭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좋았다. 나의 경우 첫번째 챕터를 읽고 바로 ‘머리‘로 넘어갔다가 ‘심장과 피‘를 지나 ‘면역력‘을 읽고 이후에 나머지 챕터들을 읽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묘미는 챕터마다 소개되는 황당하고 경악스러운 일들이라고 할 만하다. 머리를 깔끔하게 절단했을때 얼마나 숨이 붙어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라던지, 시체가 완전히 썩는 기간이라던지, 환자를 수혈보다 그냥 빈혈 상태로 놔두는게 더 빠른 회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라던지. 그 외에도 지금으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되는 황당무계한 일화들이 잔뜩 소개된다.
기나긴 여정을 거쳐 책을 다 읽고나면 의문이 생긴다. 대체 내 몸에 대해 내가 알고 있었던 것,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아는게 뭐란말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별로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굳이 다 알아야겠나 싶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잘 모르기 떄문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니까. 비록 우리가 죽어서 남기는 것이 (화장을 한다면) 2kg의 잿더미 뿐이라고 해도 생의 마지막에 ˝삶이란 살아볼 만하지 않았던가?˝(514p)라고 외칠 수 있다면!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