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 클래식 클라우드 17
최은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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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다. 지금도 베토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사랑받는 음악가들 중 한 명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비창‘, ‘운명‘, ‘합창‘ 교향곡들, 그리고 청력 상실이라는 비극 앞에서 예술로 파고든 위대함. 이미 베토벤의 삶과 음악은 여러 평전들과 문학, 영화, 드라마로 제작된 바 있다. 그럼에도 최은규 음악칼럼니스트가 베토벤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며 쓴 이 에세이는 조금 각별하게 여겨진다.



일단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설명이 클래식 음악을 잘모르는 이가 읽어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될 만큼 명료하다. 또한 책 속에 삽입된 QR코드를 통해 유튜브 연주 영상을 바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편리했다. 바로 음악을 들으며 그에 대한 설명을 읽을 수 있으니 눈과 귀가 모두 즐거웠다. 특히 수많은 버전의 연주들 속에서 어떤 연주를 들어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 사람으로서 제시된 음악을 믿고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또한 19세기의 시대적 배경에 중심을 두고 베토벤을 바라보았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베토벤이 귀족들과 대중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곡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 시대적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 자기 주도적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19세기형 천재 예술가 베토벤은 역시 시대를 잘 타고나기도 했던 것이다. 그가 오르간 연주를 시작으로 화려한 즉흥연주로 유명세를 떨친 훌륭한 피아니스트였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되었는데, 당대에 ‘매드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즐거웠다. 책 속에 소개된 여러 일화들 중에서도 피아노협주곡 1번 연주회에서 모든 악기가 반음씩 낮게 조율된 상태였는데, 베토벤이 즉흥적으로 피아노를 반음 낮게 연주했다는 일화는 그야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다.



무엇보다 베토벤이 1802년에 청각 문제로 고통받으며 쓴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동생들에게 전하는 고통에 가득찬 절규이자 ‘예술만이 나를 지탱해주었다‘는 그의 절절한 고백. 결국 이 유서는 보내지지 않았으며 이후 베토벤은 다시 일어나 ‘영웅‘, ‘황제‘를 비롯한 걸작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고백한 것처럼, 나 역시 책을 다 읽고 나니 화려한 성공을 거둔 ‘음악가 베토벤‘보다는 ‘인간 베토벤‘이 더 깊게 마음 속에 남는다. 결국 베토벤에게는 항상 예술이 먼저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베토벤을 신격화하지 않고 19세기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베토벤을 바라봤다는 점, ‘인간 베토벤‘의 삶의 여정을 충실히 담아냈다는 점,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독자도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명쾌하게 쓰여졌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하루종일 베토벤의 음악과 함께할 수 있어 더욱 풍요로웠던 일요일, 그리고 일요일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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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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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신기한데?’하고 읽다가 ‘오 연애 소설이군’을 거쳐 ‘왜 난 애기장대 얘기를 계속 읽고 있는거지?’에 다다르게 되는 본격 식물 로맨스 소설, 미우라 시온의 <사랑 없는 세계>. ​

서포터즈 활동이 아니었다면 먼저 읽어볼 생각은 못했을 것 같은 종류의 책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식물학 연구에 대해 굉장히 집요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애기장대. 일본 식물학 학회에서 상도 받았다니 말 다했다. 그렇다고 학술적인 내용이 어렵게 나열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모토무라를 중심으로한 식물 연구원들의 연구 상황이 치열하게 그려져있다. ​

또한 기존 가지고 있던 로맨스에 대한 통념을 부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여전히 사회통념적으로 사람과 사람간의 사랑이 (특히 이성애)필수이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곤 하는데, 저자는 식물과 사랑에 빠진 모토무라를 그려내며 다른 방면의 사랑도 분명히 존재함을 통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말도 뻔하지 않아 좋았다. ​

자기 일에 푹 빠져사는 모토무라의 모습만큼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그것을 향해 돌진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에게 ‘연애는 언제’라거나 ‘결혼은 언제’로 시작되는 (무례한) 질문을 한다면 그녀는 당신을 조소하며 자신은 사람과 연애하거나 결혼할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말해줄 것이다. 그녀는 그녀 자신으로 완전하며, 사랑에 빠진 식물들과 함께이므로. ​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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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이장욱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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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어떻게 이렇게 쓰지?‘ 이장욱의 소설을 읽을 때면 위와 같은 부러움 섞인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번 소설집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실린 이번 소설집에는 엉뚱한 소녀에서부터 갓 등단한 시인, 복화술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자가 등장한다. 각 소설마다 서로 다르고 또 새로워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이야기 주머니에서 한 편 한 편 꺼내 읽는 것 같았다.



그중 한 편만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표제작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이다. 갓 등단한 시인이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리는 한 여성 블로거를 알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블로거는 시를 교묘하게 수정한 채로 블로그에 업로드하고 시인은 그 시들을 그대로 발표해 명성을 얻는다. 일단,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자신의 시를 발견하는 시인이라는 설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나 또한 오랫동안 여러 블로그를 운영해왔고 또 다른 이의 블로그를 종종 둘러보기도 하는 사람이기에 남의 일 같지 않아 쫄깃한 마음으로 읽었다. 블로그에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자 시인이 전전긍긍하며 조급해하는 장면이라니. 결말이 화룡점정이니 꼭 읽어보시기를!



그런가하면 <빌리 밀리건>을 처음 읽었을 때와 같은 놀라움을 느꼈던 ‘복화술사‘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이며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크리스마스 캐럴‘도 기억에 남는다. 능수능란하고 유려한 글솜씨와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감있는 구성에 감탄하며 읽었다. 그의 글을 더 읽고 싶다. 문학동네 블로그에서 읽은 편집자의 글소개에서는 ‘문학 천재‘라며 저자를 소개했는데 그 표현에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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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이름 정하기
이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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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재 아티스트) 이랑의 이야기책 <오리 이름 정하기>. 빌려 읽었지만 꼭 사서 다시 읽을 예정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한 번 읽고 도서관에 돌려주기에는 너무 재미있고 너무 아깝고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랑 1집 ‘욘욘슨‘에서 ‘욘욘슨‘을 정말 좋아하는 애다.(‘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너의 리듬‘이 차애) 2집 ‘신의 놀이‘가 나오고 나서는 미친듯이 앨범 전체듣기를 반복하다가(전곡이 명곡이다. ‘신의 놀이‘ 뮤비는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 EBS 공감 방청권에 당첨되어 공연을 보러 가기까지 했는데 당시만해도 쿨-한 관객놀이에 심취해있어서 공연 끝나고 사인회에 참여하지 않는 쿨-한 스스로에게 감탄하며 뿌듯하게 귀가했던 기억이 있다. (쿨하기는 무슨. 후회한다. 아티스트가 사인해줄때 감사하게 받기.. 꼭...)



그러니까 나는 이랑의 음악을 먼저 만났고, 그의 글은 2집 ‘신의 놀이‘를 통해 처음 읽게 되었다. (책과 음원 다운로드 코드로 발매되었었던 앨범이다. 지금은 품절이지만 대부분의 글이 에세이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에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이후 에세이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는 출간일날 바로 오프라인 서점에서 사려고 계획했으나 그 날 책이 풀리지 않아서 온라인으로 구매해 읽었다. 그만큼 이랑의 글이 너 무 재 미 있 었 다.



이랑의 첫 이야기책 <오리 이름 정하기>. 제목부터 느낌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고 12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물론 모든 작품이 최고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몇몇 작품은 오래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깊었다. 예수와 사탄의 대담이 절묘하고 유머러스한 표제작 ‘오리 이름 정하기‘ 부터 ‘계속 사람으로 있으려고 하니까 힘든거 아니야?‘라며 좀비가 창궐하는 세상으로 뛰쳐나가는 커플의 이야기 ‘하나, 둘, 셋‘과 갑작스럽게 유명해졌지만 그때문에 정작 자기 자신을 잃을 위기에 처한 보조출연자 이야기 ‘똥손 좀비‘, 굴곡진 역사를 가진 상담 선생님과의 일화가 담긴 ‘나는 오늘 들었다‘ 그리고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작품들 몇 편 더!



이랑의 글을 더 읽고 싶다. 더 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한 여성의 자전적 기록은 의미가 있다‘는 어느 여성 감독의 말에 더없이 공감한다. 나 또한 이랑 작가가, 많은 여성들이 겁에 질리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이야기책을 손꼽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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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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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이다! 그 빌 브라이슨! 그가 몸에 대한 논픽션을 썼다. 약 600페이지 남짓한 쉽지 않은 분량에 피부, 뇌, 머리, 통증부터 질병,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몸에 대한 탐구의 기록이 가득 적혀있다.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다고? 솔직히 말하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빌 브라이슨 아닌가. 다양한 학자들과의 만남에서 얻은 정보들, 그만의 재치있는 입담이 두꺼운 책을 보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총 23개의 챕터로 이루어져있지만 어느 챕터를 먼저 읽어도 무관하다. 첫번째 챕터는 ‘피부‘를 다루고 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인종 어쩌고 하는 것이다 표피에 불과하다‘는 말! 인간은 어쩌면 별 거 아닌 것 때문에 서로를 가르고 차별하고 목숨을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가 우리의 몸에 대해 여전히 별로 아는게 없다는 것도 다시금 놀라웠다. 2020년인데 말이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가득하니 우리의 몸은 그 자체로 경이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꼭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좋았다. 나의 경우 첫번째 챕터를 읽고 바로 ‘머리‘로 넘어갔다가 ‘심장과 피‘를 지나 ‘면역력‘을 읽고 이후에 나머지 챕터들을 읽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묘미는 챕터마다 소개되는 황당하고 경악스러운 일들이라고 할 만하다. 머리를 깔끔하게 절단했을때 얼마나 숨이 붙어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라던지, 시체가 완전히 썩는 기간이라던지, 환자를 수혈보다 그냥 빈혈 상태로 놔두는게 더 빠른 회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라던지. 그 외에도 지금으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되는 황당무계한 일화들이 잔뜩 소개된다.



기나긴 여정을 거쳐 책을 다 읽고나면 의문이 생긴다. 대체 내 몸에 대해 내가 알고 있었던 것,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아는게 뭐란말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별로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굳이 다 알아야겠나 싶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잘 모르기 떄문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니까. 비록 우리가 죽어서 남기는 것이 (화장을 한다면) 2kg의 잿더미 뿐이라고 해도 생의 마지막에 ˝삶이란 살아볼 만하지 않았던가?˝(514p)라고 외칠 수 있다면!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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