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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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그러니까 서사를 가진다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권력층의 특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약자와 소수자의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왕왕 잊곤 한다. 하지만 대개 인식의 확장은 역사의 가장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때 이루어진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끊임없이 사회 주변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배움, 독서)



더 나아가 ‘직접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이 바로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다. 저자는 개인적인 삶을 글쓰기로 옮겨온 지난날들의 기록과 글쓰기 공동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가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저자는 글을 통해 개인의 구체적인 서사가 이야기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그가 페미니즘이 글쓰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소하다하여 기록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는 없었던 일이 되어버리므로. 이 부분을 읽을 때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과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직시하는 일이다. 또한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은 받아들임과 마음챙김과도 큰 관계가 있다. 저자가 어머니, 동생과 함께 매일 아침 15분동안 글쓰기를 하며 겪었던 변화를 다룬 일화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망설임없이 이야기를 적어내려가는 어머니의 모습, 그 이야기들을 낭독하며 다함께 흘렸던 눈물들. 삶에서부터 뻗어나온 글쓰기와 그것을 경청하며 공감해주는 사람들, 어쩌면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제대로 알고 받아들이기 위해서, 그리고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손을 잡기 위해서. ​



‘글쓰기는 내 이야기가 단지 사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 사소하지 않다는 것, 내가 경험한 고통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폭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각성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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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용감한 기록
봄날 지음 / 반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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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구체적이고 진실한 이야기가 가진 힘. 감히 어떤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 20년간 성매매를 경험한 저자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 책,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한 여성이 어떻게 성매매 산업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그 속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어떻게 빠져나오게 되었는지까지의 지난한 삶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저자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공장 노동자가 되어야했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어진 아버지의 가정폭력, 공장에서의 노동 착취, 성폭력. 이 또한 자칫하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 다음은 어떤가? 기댈 곳 하나 없는 저자는 유흥업소에 발을 들이고, 자신도 모르게 업소에 지게 된 빚을 갚기 위해 성매매 산업의 일부가 된다. 그가 쳇바퀴같은 구조에서 빠져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20년이다.



이 책은 성매매 산업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현장 르포이자 그곳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회고록이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글을 읽는 내내 괴로웠다. 이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성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문제다. 가난과 폭력의 대물림이 문제다. 공기관과 성매매 업소의 유착이 문제다.



그럼에도 ‘무엇이 폭력이고 무엇이 착취인지도 몰랐던 삶‘을 지나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저자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담대하고 솔직하게 힘든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점에 대해서도. 사실 책을 읽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모른척해서는 안될 이야기라고 생각해 꼭꼭 삼키며 읽었다. 지독하고 끔찍한 이 이야기가 바로 현실이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결국 달라지기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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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 모든 언어가 멈췄을 때- 음악 한 줄기가 남았다
이채훈 지음 / 혜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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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거린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문장들 사이에서 반짝거리는 저자의 눈을 본 것도 같다. 바로 이채훈 음악칼럼니스트의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다.



이 책은 총 7악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클래식 음악의 대표 작곡가들이 속속들이 등장한다. 비발디, 바흐, 헨델에서부터 모차르트와 베토벤, 리스트, 쇼팽을 지나 메시앙과 윤이상까지! 원한다면 클래식 음악의 400년 역사를 간략하게 훑을 수도 있다. 중간중간에 QR코드가 삽입되어 있어 책을 읽으며 손쉽게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



가장 좋았던 부분은 저자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 음악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작곡가의 어떤 면이 특별하게 다가왔는지, 특히 어떤 작품이 인상적이었는지 풀어놓고있으니 나도 자연스럽게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또한 악장 사이사이에 실린 에세이에서는 저자가 처음 클래식 음악과 사랑에 빠졌던 순간, 무작정 연주회에 찾아갔던 일화, 음악 동호회의 첫 오프라인 만남 등 조금 더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음악인으로서의 꿈을 접어야했던 저자가 PD가 되어 음악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순간을 회고하는 글을 읽으면서는 뭉클함이 일기도 했다.



저자는 ‘음악이 주는 감동은 지식과 상관없이 다가온다‘고 말한다. 벼락에 맞은 것처럼 음악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불현듯 찾아온다고. 사람은 정말 무언가와 대책없이 사랑에 빠져버리면 매 순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것이 아닐까. 음악을 향한 저자의 사랑 고백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진실하면서도 깊이있다. 아마 이 책을 읽다보면 ‘대체 어떤 음악이길래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하며 QR코드를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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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나
빅토리아 토카레바 지음, 승주연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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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토카레바의 <티끌 같은 나>. 러시아 현대문학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다. 특히나 러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은 더더욱. 잔 출판사에서 나온 이번 책은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중단편 다섯 편이 실린 선집이다. 모두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각 작품의 배경은 극도로 사실적인데, 가부장제의 관습과 고정된 성역할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소설 속 여성들은 꼿꼿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나간다. 이들은 페미니즘이 태동하기 이전이지만 이미 자신들 나름의 방식으로 강인하게 삶을 헤쳐나가는 이들이다. (책을 읽는 내내 체호프와 박완서의 작품들이 생각났다.)



가난과 배신을 비롯한 온갖 삶의 풍파가 몰아닥칠 때 그에 무너지는 사람이 있고 비틀거릴지언정 끝내 버티어 서는 사람이 있다면 토카레바의 작품들 속 여성들은 후자다. ‘티끌 같은 나‘에서의 안젤라는 가수의 꿈을 안고 모스크바로 향하지만 인맥과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그녀에게는 스폰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안젤라는 스스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며 끝까지 투쟁하는 사람이다. ‘이유‘에서의 마리나 또한 남편과 애인의 배신을 비롯해 온갖 고난을 겪지만 살아남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의 삶은 지독하지만 이들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은 아니다.



그리고 사랑. 사랑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특히 ‘진정한 사랑은 뇌리속에 영원히 남는 법‘ 혹은 ‘잘 갈아놓은 밭같은 마음이야말로 사랑‘ 같은 표현들이 인상적이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이들이 삶을 버티어내는 동력일지도 모르겠다.



담대한 여성 주인공들을 따라가며 벅찬 마음으로 읽었다. 이런 소설들이라면 몇 번이고 계속해서 읽고 싶다. 찾아보니 토카레바의 작품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던데 언제쯤 또 만나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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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도르래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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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지만 자금난으로 미스테리 전문 서점에서 3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주인공 하무라 아키라. <녹슨 도르래>는 40대의 여성이자 탐정인 하무라가 노부인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으며 시작된다. 언제나 그랬듯 착수금 때문에 조사에 응했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복잡한 가족사에 휘말려버린 그녀. 하무라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꼼짝없이 사건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장편 미스테리 소설의 가장 큰 재미는 역시 초반에는 가늠조차 하기 힘들었던 사건이 점차 하나씩 해결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노부인을 조사하던 탐정 하무라는 의도치않게 그녀의 대변인을 맡게 되고, 몇 달 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 히로토와 그의 할머니 마쓰에와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나 이들 가족에게는 복잡한 가정사가 숨겨져 있었고, 하무라가 이를 파악해내려는 찰나 집에 불이 난다. 이후 히로토 가족을 둘러싼 겹겹의 미스테리가 점차 밝혀진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프로페셔널한 탐정 하무라의 모습이다. 하무라 탐정 시리즈는 일상 속 미스테리를 다루는 ‘코지 미스터리‘지만, <녹슨 도르래>에서만큼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하드보일드‘한 면모가 두드러진다. 하무라는 히로토 가족에게 들이닥친 비극들을 가까이에서 함께 겪으면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친 몸을 이끌면서도 혼자서 묵묵히 사건을 해결하는 강인한 면모를 보여준다. 많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집주인에게 쫓겨나 서점 2층에서 잠들게 되더라도 탐정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었다.



<녹슨 도르래>는 시리즈 중 한 권이기는 하지만 책 초반에 주요 내용이 잘 설명되어 있어 단독으로 읽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한 권의 잘 짜여진 미스테리 소설. 앞서 읽었던 <조용한 무더위>와는 사뭇 다른 결의 작품이라 연달아 읽었는데도 새롭고 재미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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