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쓸 수 있을까 - 77세에 글을 잃어버린 작가 테오도르
테오도르 칼리파티데스 지음, 신견식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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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평생 40여권의 책을 출간한 77세의 전업 작가다. 그런데 어느 날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글이 글을 불러왔던 예전의 감각을 느낄 수 없다. 글을 쓸 수 없는 작가를 작가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닐테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하기만 하다. 바로 스웨덴 작가 테오도르의 이야기다. 그의 에세이 <다시 쓸 수 있을까>는 작가로서 최대의 위기를 맞은 그가 자근자근 그 위기를 헤쳐나가기까지의 여정이 담겨있다.



다시 쓸 수 있을까,라는 저자의 고민은 ‘다시 할 수 있을까‘ 혹은 ‘다시 살 수 있을까‘ 등의 비슷한 말로도 바꾸어 생각해볼 수 있다. 어쩌면 무언가를 다시 하는 것은 처음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 같다. 무엇이든간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해왔던 일이 순식간에 막혀버린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미련 없이 뒤돌아갈 수도 있고 끝까지 정면돌파를 해볼 수도 있겠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저자가 ‘그냥 내 인생을 바꿔야만 한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한다.(33P)‘고 결심하고 바로 행동하는 장면이었다. 저자는 수십년을 머물렀던 작업실을 정리해버리고 만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저자 테오도르 칼리파티데스는 그리스인이나 스웨덴에 정착해 스웨덴어로 글을 쓰는 작가다.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이 독특한 정체성이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어준다. 결국 저자는 다시 글을 쓰는데 성공하고야 만다. 그 과정이 참 놀라운데 어떤 것인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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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시리즈의 네 번째 단행본. 이번에는 소설가다. ‘좋은 소설가는 철학자의 몫까지 할 수 있다’는 조수용 발행인의 말을 시작으로 여덟 편의 인터뷰와 한 편의 에세이를 만나볼 수 있다. 써야만 하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 소설가.



책 속에는 다양한 소설가들의 깊이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왜 소설을 쓰는지, 소설가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하루 일과는 어떤지 등등. 인터뷰를 하나씩 읽다보면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조금은 더 잘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중간에 이르러 ‘이 책의 인터뷰를 찾아볼 사람이라면 이미 써야 하는 사람’이라는 장강명 소설가의 말에 한참을 멈춰있게 될지도.



꾸준히 쓰는 일밖에는 없다고 말하는 마르크 레비, 자신의 소설을 ‘독자와의 대화’라고 정의내리는 정세랑,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헌신이라고 단언하는 로셀라 포스토리노. 좋아하는 작품들을 쓴 세 소설가의 인터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글을 쓰는 일과 직업에 마음이 간다는 것을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에 우선하지 않는다’(김초엽)는 문장 또한 내내 곱씹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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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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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사적 복수를 생각해본 적이 있지 않을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혹은 저지른 범죄에 비해 턱없이 적은 형량을 받는 범죄자들을 볼 때 말이다. 소설 <디 아더 피플>은 대신해서 복수를 해주는 다크웹사이트다. 조건은 단 하나, 나중에 한 번 신세를 갚는 것. 복수의 품앗이.



딸이 죽지 않았다고 믿으며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게이브와 그에게 닥친 비극에 어떤식으로든 연결되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소설의 중후반부에 이르러 게이브의 비밀이 드러날때가 가장 재미있다.



솔직히 말하면 초반 180페이지 정도는 계속 읽을지 말지 많이 망설였다. 다행히 이후부터는 쭉쭉 진도가 나가서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데우스 엑스 마키나식 해결법이라는 의심도 들었지만, 타임킬링용으로 나쁘지 않았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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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 - 나를 숨 쉬게 하는
김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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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이자 방송인으로 활동중인 김이나의 에세이 <보통의 언어들>. 왜 제목이 ‘보통의 언어들’일까 궁금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참 절묘한 제목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만 의미를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는 단어들을 관계, 자존감, 감정 세 가지 카테고리로 소개한다.



책을 읽으며 두루뭉술해지기 쉬운 이야기가 정확하게, 그러나 전달되기 쉽게 쓰여져있어 놀랐다. 저자가 대중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이이기에 가능한 글쓰기가 아니었을까. 또한 저자는 자기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돌아보고 살피는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마다 저자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있다. 그 진솔함 덕분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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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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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출간하자마자 구매해서 읽게된 김연수 작가의 신작 <일곱 해의 마지막>. 지난 주에 서점을 쓱 둘러보고는 이 책이 제일 실패 확률이 적을 것 같아 골랐다. 언제든 읽게 되겠지 싶었지만 이렇게 빨리 읽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8년 전에 출간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도 출간하자마자 읽고 꽤 좋아했었다. 아무튼, 골자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김연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읽었다는 말이다.



시인들의 시인이라 불리는 백석. <일곱 해의 마지막>은 바로 그 시인 백석을 모델로 한 소설이다. 또한 1950년대 후반 사회주의 정권 하에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김연수 특유의 방식으로 풀어낸 소설이기도 하다. 꿈, 청춘, 문학(시), 사랑. 그동안 김연수 소설을 이뤄왔던 주제들이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저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물을 다시 호명하며 삶의 후반부에 그가 겪었을 고뇌를 꺼내놓는다. 당연히 그 기저에는 백석을 향한, 시인을 향한, 문학(시)을 향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물론 이 소설을 어떻게 읽느냐는 독자 마음이다. 알려지지 않은 백석 말년의 이야기로, 혹은 그와 닮은 어떤 이의 이야기 그 어떤 방식으로 읽어도 무리는 없으리라. 내게는 시대와 무관하지 않은 개인, 그리고 그 개인의 삶하고는 별개로서의 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예술가와 예술 작품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 책도 자연스럽게 비슷한시각으로 읽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 속 벨라와 기행이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곱씹는 문장이 특히 좋았다. ‘자신의 불행과 시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214p)거나, ‘그래도 꿈이 있어 우리의 혹독한 인생은 간신히 버틸만 하지. 이따금 자작나무 사이를 거닐며 내 소박한 꿈들을 생각해. 입김을 불면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작고 가볍고 하얀 꿈들이지.‘(223p)와 같은 표현들 말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우리에게 ‘작고 가볍고 하얀 꿈‘만은 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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