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착각 - 허수경 유고 산문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수경 시인의 생일에 맞춰 출간된 유고 산문 <오늘의 착각>. 2014년부터 2년간 계간지 <발견>에 연재되었던 여덟 편의 글이 실려있다. ‘발견은 없다. 다만 어떤 상황을 착각으로 살아내는 미학적인 아픔의 순간이 시에는 있을 뿐이다.‘(5p)라는 작가의 말대로 착각의 순간, 미학적인 아픔의 순간, 시를 살아내는 순간이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겨있다.



각각의 글들에서는 시인이 직접 보고 겪었던 과거의 일들과 2010년대의 크고 작은 사건들, 김행숙과 강정, 다자이 오사무 등의 문학인들이 다수 등장한다. 시인은 이 조각들을 문장으로 엮어내는데, 그가 결국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름 아닌 시에 대한 것이다. ‘시 쓰기는 아무것도 목표하지 않는 아무것도 계몽하지 않는 상태에서 전위에 이른다‘(32p)는 문장이나 ‘감각 때문에 어느 시인은 젊어서 몰락하기도 하고, 감각 때문에 어느 시인은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얻기도 한다.‘(111p)는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사유는 매 순간을 시인으로서 사는 이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의 분량은 130쪽 남짓이지만 단번에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었을 때 더욱 깊게 다가오는 글들이다. 착각, 고향, 떠남, 고아, 난민, 폐허….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조엘 마이어로위츠의 사진들이 자주 생각났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