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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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출간하자마자 구매해서 읽게된 김연수 작가의 신작 <일곱 해의 마지막>. 지난 주에 서점을 쓱 둘러보고는 이 책이 제일 실패 확률이 적을 것 같아 골랐다. 언제든 읽게 되겠지 싶었지만 이렇게 빨리 읽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8년 전에 출간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도 출간하자마자 읽고 꽤 좋아했었다. 아무튼, 골자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김연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읽었다는 말이다.



시인들의 시인이라 불리는 백석. <일곱 해의 마지막>은 바로 그 시인 백석을 모델로 한 소설이다. 또한 1950년대 후반 사회주의 정권 하에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김연수 특유의 방식으로 풀어낸 소설이기도 하다. 꿈, 청춘, 문학(시), 사랑. 그동안 김연수 소설을 이뤄왔던 주제들이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저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물을 다시 호명하며 삶의 후반부에 그가 겪었을 고뇌를 꺼내놓는다. 당연히 그 기저에는 백석을 향한, 시인을 향한, 문학(시)을 향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물론 이 소설을 어떻게 읽느냐는 독자 마음이다. 알려지지 않은 백석 말년의 이야기로, 혹은 그와 닮은 어떤 이의 이야기 그 어떤 방식으로 읽어도 무리는 없으리라. 내게는 시대와 무관하지 않은 개인, 그리고 그 개인의 삶하고는 별개로서의 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예술가와 예술 작품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 책도 자연스럽게 비슷한시각으로 읽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 속 벨라와 기행이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곱씹는 문장이 특히 좋았다. ‘자신의 불행과 시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214p)거나, ‘그래도 꿈이 있어 우리의 혹독한 인생은 간신히 버틸만 하지. 이따금 자작나무 사이를 거닐며 내 소박한 꿈들을 생각해. 입김을 불면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작고 가볍고 하얀 꿈들이지.‘(223p)와 같은 표현들 말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우리에게 ‘작고 가볍고 하얀 꿈‘만은 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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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김규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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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인구가 나날이 급증하고 있는 이 시대에 결혼 에세이라니. 바로 이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이야기다.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는 저자가 결혼 과정을 세세하게 풀어낸 책이다. (2020년 현재 한국에서는 동성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았다. 곧, 이라고 소망해보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이 책에는 500번이 넘는 커밍아웃 일화들, 프로포즈 과정, 웨딩 견적, 뉴욕에서의 혼인신고 등 세세한 이야기들이 기록되어 있다. 저자의 담담하고 씩씩한 태도가 포인트다. (어제 요가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스트레칭은 온데간데 없고 매트 위에 엎드려 본격적으로 읽고 있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조금씩이나마 세상은 바뀌고 있다. 이 책은 동성결혼을 향한 ‘작은 승리‘의 기록들이다. 누구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이와 같은 ‘작은 승리‘는 비단 저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차별 없는 세상은 곧 나 자신을 위한 세상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동성결혼이든 이성결혼이든 다 같은 결혼 아닌가. 보통 사람이 하는 보통 결혼식 말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어, ‘그땐 그랬지.‘하고 회고하는 날이 오리라. 저자의 아버지 말씀대로 동성동본 결혼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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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심너울 지음 / 아작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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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너울 작가의 단편 9편이 실려있는 소설집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엄청난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SF 어워드 대상 수상 작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소설들을 만날 수 있다.



현실을 기반으로 약간의 비틀림처럼 SF 요소가 들어간 작품들과 정통 SF작품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허를 찌르는 냉소와 풍자가 인상적이고 헛웃음 나게 재미있다. 책을 읽으며 ‘뭐지? 뭔데 이렇게 웃고 있는 거지?‘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렇지만 소설 속 상황이 거침없어서 웃긴데도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달까.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한 터럭만이라도‘와 ‘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다. 그중에서도 한 작품만 꼽자면 유전자 조작으로 죽지 않게 된 동생과 그런 동생에게 닿고자 연구원이 된 언니의 이야기인 ‘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 (역시 나는 정통 SF 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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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터치 - 머물고 싶은 디자인
킨포크.놈 아키텍츠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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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 질문에 답을 하기위해 킨포크와 디자인 스튜디오 놈 아키텍츠가 만났다. <더 터치 : 머물고 싶은 디자인>에는 전 세계의 공간 25군데가 소개되어 있다. 각 장은 빛, 자연, 물질성, 색, 공동체라는 다섯가지 키워드에 맞춰 구성되어있는데, 그 사이에 실려있는 에세이와 인터뷰가 특히 흥미롭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각적이고 우아한 사진을 보는 재미가 크다! 공간의 특징을 살려낸 사진 한 장 한 장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한참 들여다보느라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 정도였다. 평소 킨포크 잡지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단번에 매혹될듯하다. (그 중 한 명은 나다..) 사진으로 만나도 이토록 매혹적인데 직접 보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우리나라의 공간도 두 군데가 소개되어 있다. 한 군데는 서울 청담의 아크네 스튜디오, 나머지 한 군데는 아름지기 재단! 우리나라이 이렇게 멋진 공간이 있었단말인가. 이 공간들의 매력 포인트가 무엇인지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ღ’ᴗ’ღ



그야말로 여행을 떠난듯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책.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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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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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책을 집어들 때는 꼭 글이 안 써질 때다. 이번에 펼쳐든 책은 제목 앞에서 여러번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던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다. 화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맛깔나게 풀어낸 글쓰기 책으로 술술 읽힌다.



사실 글쓰기에 관한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거기서 거기다. 그걸 저자도 알고 독자도 안다. 이 책은 그 뻔한 메시지를 꽤 그럴듯하게 풀어냈다. 일단 죽이되든 밥이되든 끝까지 쓰라는 말, 이도 저도 안되면 고양이 이야기를 쓰라는 말, 가장 쓰고 싶은 장면부터 쓰라는 말 등등.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팁들이 꽤 많이 적혀있다. 그야말로 ‘읽다보니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같은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역시 ‘일단 대충 쓰자!‘다. 대충이라도 쓰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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