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켄 리우의 소설집. 매혹적인 표지와 제목이 돋보이는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출간 단편 열 두편을 한 권의 단행본에 묶어낸 한국판 오리지널 소설집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일단 맨 처음에 실려있는 다정하고 긴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과학 소설은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 현미경을 가져다 대는 것’이라는 말, 그리고 자신은 결국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라는 말. 그가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는 결국 누구도 아닌 자기 자기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라고.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호(弧)’와 ‘내 어머니의 기억’이다. ‘호(弧)’에서는 미혼모였던 주인공이 시신을 재료로 인체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다가 영생을 얻는다. 늙지 않는 것과 죽지 않는 것은 인간의 오래된 꿈이지만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내 어머니의 기억’은 살 날이 2년밖에 남지 않은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7년 주기로 방문하며 딸의 평생을 지켜보는 이야기다.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서 극중극으로 소개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SF작가 켄 리우. 그의 한국판 단편집 두 권이 내년 출간을 목표로 준비중이라고 하니 앞으로를 더욱 기대해볼 만 하다.
(*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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