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읽는 옥타비아 버틀러! 그녀의 마지막 소설 <쇼리>가 드디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무려 뱀파이어물이다. 주인공은 쇼리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흑인 여자아이로, 그녀가 기억을 잃은 채 동굴에서 깨어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물론 쇼리는 뱀파이어다. (소설 속에서는 ‘이나’라고 불린다.)하지만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소설 속 뱀파이어들이 젠더와 인종의 평등을 추구한다는데에 있다. 일단 주인공 쇼리만 해도 흑인이며 인간의 피가 절반 섞여있다. 기존 뱀파이어 설화의 통념과는 달리 소설 속 뱀파이어들은 인간들과 공생관계를 맺고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인간들은 그들도 원할 경우 뱀파이어의 공생인이 되어 피를 빨리는 대신 쾌락과 수명 연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까 뱀파이어와 인간은 일대 다수의 폴리아모리 관계를 가지는 셈이다! 이들의 유대는 강하고 절대적이며 에로틱하다.물론 이 소설에도 장애물은 있다. 슬프게도 차별과 혐오를 일삼는 존재가 등장하는 것. 생각해보면 이 소설은 결국 주인공 쇼리가 차별과 혐오를 딛고(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성장소설인 셈이다. 걸친 것도 없이 자기자신밖에 없었던 쇼리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감탄스럽다.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진 <쇼리>의 뒷이야기를 영영 읽을 수 없다는 것. 몇몇 오탈자 및 매끄럽지 못한 번역도 아쉽긴 했다.www.instagram.com/vivian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