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김선지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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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는 예술가의 이름을 전부 나열해보자. 그 중 여성 예술가는 얼마나 될까? 충격적일 정도로 적을 것이다. 여성 예술가들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혹은 그들의 재능이 남성 예술가들에 비해 뒤쳐졌기 때문일까?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에서는 이에 반기를 들며 그동안 소외되어온 여성 예술가 21명을 소개한다. 시대의 편견과 맞서 싸우면서 자신만의 예술을 갈고 닦았던 여성 예술가들을 말이다.



18세기 유럽의 스타 화가였던 앙겔리카 카우프만, 남성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뒤지지 않는 인상주의의 거장 베르트 모리조와 메리 카사트, 신화 속의 여성을 강인하게 그려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이상화되지 않은 여성의 몸을 그린 수잔 빌라동 등등…. 그동안 여성 예술가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아는 이름이 절반도 채 되지 않아 놀랐다. 또한 페이지를 넘길수록 불세출의 거장으로 칭송받아온 이들과 견주어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에 크게 감탄했다. 특히 클라라 페테르스의 정물화와 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자화상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이제라도 이들의 이름과 역사와 작품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예술 작품들을 만나는 기쁨으로 충만했다.



책 속에 소개된 여성 예술가들은 제각기 다른 환경과 다른 재능을 가졌지만 한계에 굴하지 않고 예술가의 길을 선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전부 만나고 나니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라는 제목이 더욱 마음에 닿는다. 오프라인 전시회를 감상할 길이 요원해진 지금, 책 속에서나마 훌륭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아름다운 표지와 내지 구성도 읽는 즐거움에 한 몫 했음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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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혁명적인 글쓰기 방법론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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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책들 중 손꼽히는 바로 그 책,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이 책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일단 써라!”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써라!”



어떤 이들은 글을 써야만 살 수 있기에 쓴다. 전업 작가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글로 돈을 벌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 그러니까 글을 써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써야한다. 저자는 그 당연한 말을 아주 유려하고 설득력있게 풀어내고 있다.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펜을 들기는 커녕 글쓰기에 대한 책을 집어든 나.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나탈리 골드버그의 문장으로 다시 읽는다. 아이러니하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전의를 불태운다. 그래, 일단 쓰자. 초고는 전부 쓰레기라는 말도 있잖아! 형편없는 글이 아예 쓰지 않은 글보다 낫다!



왜 1986년에 출간된 이 책이 여전히 두루두루 널리 읽히는지 알 것 같다. 저자의 문장이 글쓰기에 두려움을 가진 이들을 토닥이며 이끌어주기에 그렇다. 저자는 독자로하여금 스스로의 내면을 잘 살펴보라고, 포기하지말고 끝까지 쓰라고 용기를 준다. 전부 직접 경험한 것들로부터 나온 진심어린 조언이기에 더욱 설득력있다. 또한, 저자가 명상과 선禪을 공부하며 깨달은 지혜들도 더없이 유익하다.



이제 글쓰기에 대한 책은 그만 읽고 일단 쓸게요 골드버그 선생님..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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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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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이 읽을만한 여름의 공포소설, <그 환자>. 자신감 넘치는 젊은 엘리트 의사 파커가 새로 부임한 병원에서 30년간 수용중인 ‘그 환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섯 살에 내원하여 진단 불명 상태로 30년동안 정신 병원에 갇혀있는 ‘그 환자‘. 그를 담당했던 의료진들은 미치거나 죽었다. 대체 ‘그 환자‘는 어떤 병을 앓고 있는 것일까? 갓 부임한 파커는 사명감에 불타 자신이 그를 치료하리라 전의를 다진다. (이런 골치 아픈 인물 꼭 있다..) 과연 파커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소설의 흐름이 주요 사건에만 집중되어있어 군더더기없이 깔끔하다. 미스테리 공포물로 치닫는 반전 덕에 순식간에 읽어치우게 되는 소설이다. 파커의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 더욱 몰입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잡생각 없이 순식간에 읽기에 더없이 적합한 소설이다. 중반부를 넘어서면 갑작스러운 전개가 펼쳐지지만 결말에 다다라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에서 결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역시 ‘그 환자‘의 비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독자 개개인의 몫이다.



과연 공포 사이트에 올라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소설답다. 굳이 표현하자면 <그 환자> 속의 공포는 몸서리치게하는 극강의 공포라기보다는 <힐 하우스의 유령> 혹은 <검은 사제들>에 가깝다. 그렇다고 잔인한 묘사가 있는 것은 아니고 심리 스릴러와 공포를 적절히 섞은 소설이랄까.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며 일상이 공포에 가까워서 잊고 있었던 공포를 잠깐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가끔은 이런 소설도 읽어줘야 재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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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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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다. 지식의 유효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어렸을 때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공부는 끝이라고 잠깐 착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공부의 끝‘이란 없음을 안다. 공부란 평생, 스스로, 치열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계속해서 배우지 않으면(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있지 않은가. 공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김영민 교수의 신작 <공부는 무엇인가>다.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읽는 기쁨마저 선사해주는 이 책! 평생을 배우는 자로 살아온 저자는 공부란 무엇인지부터 그 필요와 방법까지 이 한 권의 책에 두루 소개하고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급행열차같은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왜 공부를 해야하는 것일까? 공부를 하기 위해 가져야하는 자세는 무엇일까? 관심 영역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저자는 두루뭉술한 방법론보다는 실용적인 조언과 함께 독자 스스로 생각해봄직한 질문들을 던진다. 특히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학생들에게 더없이 유용할 꿀팁들이 가득하다. 스스로 공부하는 독학자들에게도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임은 물론.



내가 가장 열심히 읽은 부분은 ‘3부 공부의 기초‘다. 특히 능동성과 창의성, 독서에 대한 글은 꼼꼼히 수차례 반복해서 읽었다. 독서에 있어서 다독과 정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구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역시 나의 미친 독서는 정독할 책을 찾기 위한 선별작업이다!) 또한 글쓰기와 자료 선별의 중요성에도 구구절절 공감했다. 가끔 공부라는 단어가 고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공부란 끝없는 롤러코스터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든달까. 글 사이사이에 실린 그림 작품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중 가장 좋았던 작품은 Harrington Mann의 ‘Lesson Time‘(1908)!



‘배우는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지치기 쉬운 날들이지만 자포자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역시 지금 필요한 것은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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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언니 - 언니들 앞에서라면 나는 마냥 철부지가 되어도 괜찮다 아무튼 시리즈 32
원도 지음 / 제철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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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궁금했던 아무튼 시리즈. 언니에 대한 책이라니 어떤 내용일까? <경찰관속으로>의 원도 작가님 책이니 재미야 당연할테고. 수많은 랜선 언니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영감을 받고 있는 요즘이라 더더욱 이 책이 궁금했다. 저자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다 닿은 소재가 언니라는게 새삼 다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 관계를 지칭하는 단어들 중 가장 다정한 말은 언니가 아닐까. 내가 언니를 가장 필요로하는 사람이기에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테지만.



책 속의 이야기는 저자가 경찰청에서 만난 언니들 이야기부터 학창시절 선망했던 언니, 친언니, 엄마의 언니,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모든 언니들에게까지 나아간다. 앞에 실린 글들을 읽으면서는 순수하게 ‘나도 저런 언니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생각이 많아졌다. 특히 저자가 더 이상 여성임을 입증하고 싶지 않고, 상처받는데 지쳐 고수하던 짧은 머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울적했다. 마지막 글인 ‘살아남은 언니들에게‘는 정말 천천히 천천히 읽었다. 저자가 경찰관으로 일하며 만난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할 때. 그녀들이, 그 언니들이, 내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2020년에도 여전히 나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저자는 언니들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준 사람‘, ‘시기나 질투 없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축하하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이라고 말한다. 언니들이 있었기에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되었노라고. 책장을 덮은 나는,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칭얼거리기 전에, 먼저 좋은 언니가 되기로 결심한다. 내가 더 좋은 사람, 더 의지할만한 사람이 되겠다고. 내가 먼저 노력하겠다고. 대한민국의 모든 언니들을 응원하며.



˝너랑 만나면 한 시간 전에도 만난 느낌인데, 헤어지고 나면 아주 오래전에 헤어진 것 같아.˝(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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