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나날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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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들 좋다는데는 이유가 있다. 기대했던만큼 좋았던 소설집 :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 특히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만나본 표제작 ‘가만한 나날’은 다시 읽어도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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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에는 청년의 연애, 주거, 취업 등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이르는 이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소설의 어조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비관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담담함과 명랑함 그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현 시대의 상황들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기에 소설 속 인물들에게 깊이 공감했다. 또한 책장을 덮으면서 씁쓸한 현실이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리라는 격려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나 또한 부록의 신샛별 평론가의 말처럼 처음을 잃은 것 같을 때 이 소설집을 펼쳐보고 싶을 것 같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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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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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챙겨 읽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올해도 어김없이 읽었다. 수상 작품들 중 '우리들'과 '시간의 궤적'은 <소설 보다> 시리즈 가을 및 겨울편에서 미리 만난 적이 있는 작품이었고, 김희선, 이미상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과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이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분량부터가 다른 작품들의 세 배쯤 되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재미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흡입력있는 작품이었다. 작품 속 시간의 흐름이 왔다갔다 하는데도 혼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엉망진창(권희철 문학평론가)', '풍성하다 못해 흘러넘치는(김성중 소설가)' 이 작품의 매력이 돋보인다. 게이 소설가인 주인공과 자신의 정체를 부인하는 옛 애인, 암에 걸린 엄마 이렇게 세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셋의 이야기를 읽어내리는 나는 왜 이토록 감정이 이리뛰고 저리뛰게 되는지.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82p),'그를 안고 있는 동안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90p))

그리고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 특별한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일상의 이야기인데 왜 내 숨이 턱턱 막히는지. 지금 세대에게는 일상조차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데(아니 되고 있는데), 이걸 도무지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아득하다.(물론, 나의 경우.) 그래서 이 상황을 적확하게 파악해내고 글로 옮겨낸 이 작품을 읽고 허를 찔린 나는. 마음을 회복하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작품 속 '나'가 하고 있듯이 삶을 견디기 위해 심신을 단련하는 일만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리라. 너무나 나의 이야기같아서 마음에 길게 남을 것 같은 작품이다. ('지금 나는 고양이가 아니라 나 자신과 함께 살아야 한다.'(233p))

문예지를 찾아 읽는 편이 아닌 나에게는 이렇게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다. 올해로 10년을 맞는 젊은작가상이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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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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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3년에 출간되어 2009년 국내에 번역 소개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 10년만에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학생때 처음 소설에 맛을 들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만 줄창 읽어대던 때도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던 차라 개정판이 낯설고도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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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형 츠요시가 교도소에서 매달 동생 나오코에게 보내는 편지를 주요 소재로 한다. 홀로 남은 나오코는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가고,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바로 그 낙인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그런 나오코에게 매달 배달되어오는 형의 편지는 그의 비참한 상황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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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답게 5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임에도 술술 읽힌다. 나오코의 굵직한 삶을 따라가기에 늘어지는 부분 또한 없다. 후반부에 나오코가 피해자 가족의 입장이 되어보는 장면, 형의 마지막 편지, <Imagine> 노래까지 결말 또한 참신하다. ‘어떻게 해야 죗값을 치루는지’,’왜 개인의 죄가 가족의 죄로 확장되는지’등에 대한 풀리지 않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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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오코가 바텐더로 일할 때 손님의 약물강간의 동조자가 될 뻔 한다던가, 몰래 콘돔에 구멍을 뚫는다던가 하는 장면은 더럽고 불쾌했다. 명백한 범죄행각인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단지 나오코가 힘든 상황이니까, 일상의 한 부분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처럼 읽혀 상당히 껄끄러웠다. 설령 2003년도의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런 장면을 써냈대도 2019년의 번역 개정판에서는 달라져야 하는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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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재미있게 읽히고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라는점에서 다시금 게이고는 게이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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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리커버) - 김지수 인터뷰집: 평균 나이 72세, 우리가 좋아하는 어른들의 말 김지수 인터뷰집
김지수 지음 / 어떤책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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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인터뷰들 중 16인의 어른과 함께한 인터뷰를 모아 묶은 책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평소 인터뷰 읽는 걸 좋아하는 터라 이 책 또한 즐겁게 읽었다. 무릇 인터뷰란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모두의 깊이가 요구되는데, 무엇보다 저자인 김지수 기자가 가진 존경의 마음이 느껴져 읽는 내내 편안했다. 또한 평균 나이 72세이지만 아직도 현역에서 충실히 인생을 살아가는 어른들의 지혜가 여실히 드러나 인터뷰를 읽는 것 자체가 내게도 큰 배움이 되었다.

특히 노라노, 이성복 선생님의 인터뷰를 감명깊게 읽었다. (내가 패션과 문학에 관심이 있기 때문일까?)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반드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노라노 선생님의 말씀, '거짓 위안 속에 편안히 살기보다 진실 속에 불편하게 살고 싶다'는 이성복 선생님의 말씀.

나는 늙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꼿꼿하고 멋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젊을 때는 누구나 빛나고 아름다울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아름답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닐테다. 나도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속 선생님들처럼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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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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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황정은 작가는 이렇게 <계속해보겠습니다>의 결말을 맺었다. 무의미하고 하찮고 덧없는 나라도 그런 인생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닌걸까? 잘 모르겠다. 그런 것 같기도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은 출간 당시 읽고 오랜만에 다시 읽었는데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서 놀랐다. 소라와 나나와 나기는 감히 희망의 부재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살아나가고 있다. 단 한 순간도 녹록치 않은 삶일지라도 그들은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이미 떠나버린 이들은 뒤로하고 새 생명과 함께. 책 전반적으로는 담담한 문장들로 쓰여졌지만 세 주인공들이 포기나 실패가 아닌 나아감을 택해서인지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지난 금요일 망원동 어쩌다 책방에서 데려온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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