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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매년 챙겨 읽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올해도 어김없이 읽었다. 수상 작품들 중 '우리들'과 '시간의 궤적'은 <소설 보다> 시리즈 가을 및 겨울편에서 미리 만난 적이 있는 작품이었고, 김희선, 이미상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과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이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분량부터가 다른 작품들의 세 배쯤 되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재미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흡입력있는 작품이었다. 작품 속 시간의 흐름이 왔다갔다 하는데도 혼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엉망진창(권희철 문학평론가)', '풍성하다 못해 흘러넘치는(김성중 소설가)' 이 작품의 매력이 돋보인다. 게이 소설가인 주인공과 자신의 정체를 부인하는 옛 애인, 암에 걸린 엄마 이렇게 세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셋의 이야기를 읽어내리는 나는 왜 이토록 감정이 이리뛰고 저리뛰게 되는지.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82p),'그를 안고 있는 동안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90p))
그리고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 특별한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일상의 이야기인데 왜 내 숨이 턱턱 막히는지. 지금 세대에게는 일상조차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데(아니 되고 있는데), 이걸 도무지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아득하다.(물론, 나의 경우.) 그래서 이 상황을 적확하게 파악해내고 글로 옮겨낸 이 작품을 읽고 허를 찔린 나는. 마음을 회복하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작품 속 '나'가 하고 있듯이 삶을 견디기 위해 심신을 단련하는 일만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리라. 너무나 나의 이야기같아서 마음에 길게 남을 것 같은 작품이다. ('지금 나는 고양이가 아니라 나 자신과 함께 살아야 한다.'(233p))
문예지를 찾아 읽는 편이 아닌 나에게는 이렇게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다. 올해로 10년을 맞는 젊은작가상이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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