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암살자 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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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앎을 택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불구로 만든다. 필요하다면 그것을 위해 손을 불꽃 속에 집어넣기도 한다. 호기심만이 그 동기는 아니다. 사랑 슬픔 또는 절망 또는 증오가 우리를 몰아간다. 우리는 죽은 자들을 가열하게 엿본다. 그들의 편지를 열어 보고 일기장을 읽고 쓰레기를 살펴보고, 우리를 저버린 자들, 우리가 무거운 짐을 혼자 지도록 내버려둔 자들로부터 단서, 마지막 말, 설명을 기대한다. 그 짐은 우리가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비어있는 경우가 허다하다.’(2권, 35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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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출간된 마거릿 애트우드의 역사소설. 3중 액자구조로 구성된 방대한 양의 이 소설은 20세기 캐나다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 팔십의 노인 아이리스의 회고록,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녀의 동생 로라가 쓴 소설 ‘눈먼암살자’ 그리고 ‘눈먼암살자’속 남자가 여자에게 들려주는 소설, 중간중간에 삽입된 신문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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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는 살아남아서 말한다. 로라의 책 ‘눈먼암살자’가 그녀의 죽음 뒤에 남은 것처럼 아이리스의 회고록 또한 남아 그녀 삶의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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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결말에 다가가기까지 인내심이 필요한 소설이다. 3중 액자 구조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가. 하지만 ‘여기 기록되지 않은 것 또한 하나의 존재다. 빛의 부재처럼(2권,195)’이라는 아이리스의 말처럼 그녀 회고록에 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눈먼암살자’와 신문기사들을 끼워넣은 것은 상당히 영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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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이야기여서 끝내는데 급급해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아이리스의 회고록-목소리-시선’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읽었더라면 더 풍부한 감상이 나올 수 있었을텐데. 다만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이 겪어온 삶을 말하는 여성 아이리스의 존재와 후반부에 가서야 밝혀지는 비밀들은 깊은 여운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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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계절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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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큰일났어요 너무 재밌어요! 부서진 대지 시리즈 1권 <다섯 번째 계절>이에요. N.K.제미신의 작품이고 시리즈는 이미 3권까지 완결이 난 상태랍니다. 각 권이 모두 휴고상을 타면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작품! 미국에서 드라마화가 준비중이라고도 하는데요. 드디어 한국에도 1권이 번역되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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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를 뒤흔드는 능력을 가진 ‘오로진’들과 종말을 예고하는 대격변이 일어난 고요의 도시 유메네스. 지질학적인 이야기가 바탕인데 이 설정이 참 독특하고 재미있어요. 대지의 힘을 끌어와 여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오로진’들은 사회적으로 핍박받는 존재들이에요. ‘수호자’,’스톤이터’등의 존재들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데 이들간의 관계도 흥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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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살다가 첫째 아이를 잃고, 사라진 둘째 아이를 찾아 떠나는 애쑨, 부모와 형제에게 버림받고 ‘오로진’으로서 교육을 받게되는 다마야, 펄크럼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시에나이트 세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지점이 킬링포인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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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천문학 강의에서 영감을 받아 이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요. 그 독특한 세계관과 ‘인간적’인 세 주인공의 여정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요! 좋은 소설의 제1 조건을 갖춘 작품이죠 :) 아직 2,3권은 번역되지 않았는데 이거 원서라도 사서 읽어야하나 고민중입니다. (티어링3부작 야심차게 원서 읽다가 번역본 나와서 재빨리 도전을 포기한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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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풍경 -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
유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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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때 디자인 수업에서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교수님이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과 모양을 왜 그리 깐깐하게 보시는지 (과제하는 학생 입장에서) 불평했던 기억이 있다. 과제의 굴레를 벗어난 지금은 한결 흥미롭게 읽히는 글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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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이탤릭체’와 ‘가짜 고딕체’이야기, 단행본에 쓰이는 글자체, 한글의 궁서체와 흘림체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독일의 위조 방지 자동차 글자체도! 일상적으로 매일 보는 글자이기에 평소에는 크게 의식하지 않고 지내는데,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만나니 이렇게 재미있을수가. 왠지 길가의 간판도 유심히 쳐다보게 된다. 기대했던만큼 훌륭한 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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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키즈 -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
패티 스미스 지음, 박소울 옮김 / 아트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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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이들 중 살아남은 몇 안에 들어 우쭐한 마음은 없다. 모두가, 내가 아는 모두가 성공해서 행복을 거머쥐었으면 했는데, 그저 좋은 말에 올라탄 사람이 나였을 뿐이라는 생각이었다.’(273p)

196-70년대 뉴욕을 배회하던 젊은 두 영혼,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쏘프. <저스트 키즈>는 홀로 남은 2010년의 패티가 당시를 회고한 에세이다.

성공하기 이전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다. 배고픔을 참을 길이 없었던 시절, 변변찮은 직업 없이 오직 예술만을 추구했던 시절, 그리고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 가능했던 그 시대의 뉴욕. 패티와 로버트의 사랑과 우정이 경이롭다. 당사자이면서도 그 관계를 제대로 통찰해낸 패티의 문장도 놀랍고.

이제는 거장이 된 두 인물이 주인공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술과 혁명의 뜨거움이 흘러넘쳤던 시대에 바치는 헌사이기 때문에 읽는 나도 괜한 영감에 젖었던 며칠이었다. 공교롭게도 왓챠플레이에서 영화 <메이플쏘프>를 보려고 벼르고 있었던 참이라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운명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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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 - 그녀의 알려지지 않은 소설과 산문
젤다 세이어 피츠제럴드 지음, 이재경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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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주 용감했다. 그녀에게 일어난 일들보다 그녀가 더 용감했다. 언제나. 용기는 어떻게든 자신을 몰아대기 마련이다(32p,’오리지널 폴리스 걸’중)’

<젤다>. 젤다 피츠제럴드가 아닌 젤다. ‘젤다의 편에서 젤다를 읽다’는 부제를 가진 이 책에는 젤다의 소설과 산문이 실려있다.

스콧 피츠제럴드와 더불어 그의 아내로 1920년대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젤다. 그녀는 헤밍웨이의 표현처럼 ‘정신나간’여자였을까? 정말 그녀는 남편을 망치고 불륜을 저지르며 끝내는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미친 여자였을까?

그러나 젤다는 ‘인물character 보다는 개인person이 되고자 했던 사람’(서문 중에서) 이었다. 그녀는 글을 썼고 그림을 그렸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발레를 계속한 무용수였다. 이 책 <젤다>에서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아내로서가 아니라 그녀 자신으로서의 젤다를 끌어낸다. 오로지 그녀만의 목소리로 쓰인 소설과 산문을 소개한다. 생기발랄하고 통통튀는 문체는 그 자체로 젤다인듯 생동감 넘친다. 특히 산문 ‘친구이자 남편의 최근작’의 시니컬함이란! 다들 읽어보세요!

그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 예술가의 작품들을 만나게 되는 일은 그 자체로 굉장히 고무적이다! 더 많은,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싶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다.

+ <젤다>의 표지는 올해의 표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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