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가능하다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팬이라면 무조건! <올리브 키터리지>와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무조건! 그녀의 작품은 점점 더 좋아진다. 지금껏 번역 출간된 그녀의 작품 모두를 읽었지만 단언하건대 최근작인 <무엇이든 가능하다>가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다.

전작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속 익숙한 인물들이 사뭇 낯설고 새롭게 아홉 편의 이야기속에 등장한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그 이야기들을 묶은 연작소설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되어 있지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여운이 더 길다.

소설 속에는 인물들의 내밀한 속마음과 비밀이 은밀히 드러난다. 아주 우아한 방식으로. 어쩌면 인물들 자신도 몰랐던 과거의 트라우마와 수치심이 불현듯 포착되어 문장이, 이야기가 된다. 작가의 시선은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그녀는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인물들의 상처를 보듬는다. 속된 욕망도 잘못도 함부로 판단내리지 않는다. 그 과정을 따라가며 나는 묘한 위안을 얻었다.

삶은 누구에게나 계속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족 사이의 문제, 계급 차이의 문제, 전쟁 트라우마 같은 것들은 사실 우리와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작은 마을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 놀라운 경험을 부디 많은 분들이 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에 함께 깨닫게 되기를.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기업이 인수한 도시국가와 그 안에 위치한 스러져가는 맨션,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배경이지만 일화 곳곳에는 현실의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각 챕터에서는 만 30년 전과 현재를 오가며 사하맨션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그들은 제각기 안쓰럽고 기구한 사연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소설 속 이여기는 지나치게 현실과 닮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그랬다. 처음부터 기대랄 것은 없었고 작가의 행보가 궁금해서 읽어본 것이었는데 이번 이야기는 나에게 어떠한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 현실은 현실로 족하다. 내가 소설에서 읽고 싶은 것은 쿠키영상이 아니라 본편이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키키 키린의 말과 편지
키키 키린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
지금 내가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도 몸과 정신이 삭아드는 것을 막을 수 없어 집 앞 카페로 피신했다. 친구가 생일선물로 준 이 책과 함께.
-
‘세상만사를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살라’는 키키 키린의 말에 마음이 조금 풀어지는 듯하다. 아무렴 별 일이야 있겠나. 별 일이 생긴다고 해도 내가 흔들리지 않으면 그뿐이다. 키키 키린이 그랬듯 호방하게 걸음을 내딛고 삶과 정면승부를...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 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심보선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보선 시인의 첫번째 산문집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시인이 쓴 글들을 3부로 추려 묶었다. 대중들에게 <슬픔이 없는 십오초>, <오늘은 잘 모르겠어>등의 시집으로 유명한 심보선 시인은 사회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첫 산문집에는 삶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예술, 사회 등에 대한 이야기까지 폭넓고 깊이있는 글들이 담겨있다.

사실 주변에서 심보선 시인의 시가 좋다고 하는 이들이 많아서 <슬픔이 없는 십오초>를 살짝 훑어본 것을 제외하고는 그의 시를 찾아 읽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 ‘남들이 다 좋다고 하니 나만큼은 좋아하지 말아야지‘라는 심보를 가지게 되는데 이 경우가 바로 그랬다. (같은 이유로 박준 시인의 신작 시집도 아직 읽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산문집을 냈다는 것이다. 읽고 싶은 책들이 쏟아져나오는 지금. 도서관 신청도서 목록을 작성하다가 ‘읽어볼까‘ 싶어서 끼워넣었다. 내게는 시인의 산문집은 본전은 할거라는 믿음이 있다.

결론은 좋았다! 천천히 읽어야지 싶을 정도로! 저자가 시인이자 사회학자이기 때문인지 글의 균형이 편안하고 절묘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전반부에서부터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날카롭게 바라본 후반부까지 글의 구성도 좋았다. 너무 깊게 사유의 늪에 빠지지도, 너무 딱딱하게 표면만 건드리지도 않는 글들이다. 인상적이었다.

책의 제목이 ‘어설프고 서글프고 어색하고 부끄러운‘이 아니라 다행이다. 또 책을 다 읽고 뒷표지에서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를 발견해 살짝 놀랐다. ‘그를 질투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그냥 그를 사랑하며 되는 것이다.‘ 추천사의 표현대로 이 책은 ‘명석함과 섬세함의 절묘한 균형‘을 갖춘 보기 드문 에세이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온라인 서점은 알라딘만 줄곧 이용해왔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놀랍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