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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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진영의 애도일기 <아침의 피아노>. 저자가 투병중이던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 섬망 3일 전까지 메모장에 담았던 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글은 짧고 페이지의 여백은 많다. 그러나 단어 하나 하나에, 여백에 담긴 것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깊다. 다만 직접 읽어보시라는 말밖에는.



‘이 기록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도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다. 나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진다. 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 라는 저자의 말. 예고된 죽음을 알면서도 하루하루를 나와 타자, 세계를 사유하는데 쓴 저자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어쩌면 생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싸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 뿐인지도.



글의 양은 많지 않으나 읽고난 뒤의 심적인 울림이 크다. 나 자신은 얼마나 어리고 나약한지. 살아있으니 다만 배우고 사랑하자. 지금 살아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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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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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시대에 오로지 종이책만을 고수하고 있는 나는 ‘책과 독서의 미래’에 관심이 많다.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종이책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두려운 것이다.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에서는 책을 ‘깊이 읽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한다.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가볍게 읽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깊이 읽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곧 나와 다른 세계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부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이다. 또한 저자는 디지털 매체를 사용할수록 뇌가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더 많이 반영하게 된다고 말한다. 흘려 읽기로는 복잡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주제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저자 스스로 <유리알 유희>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해보인다.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저자는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예측은 희망적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저자의 말마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두가지 매체가 동시에 사용되려면 수많은 연구를 바탕으로한 매체 도구의 다양화가 이루어져야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연구가 빠르게 급변하고있는 온라인 시대의 속도를 너무 늦지 않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일상에 적용될 수 있을까?



나의 경우 종이책을 고수하며 매일 읽고 있기는 하지만 ‘깊이 읽기’를 실천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기록을 남기겠다는 나름의 의지로 리뷰도 적고 영상도 만들지만 아무래도 나의 독서는 ‘빨리 더 많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문학 이외의 책들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문장이 복잡한 19세기 이전의 문학작품도 잘 읽지 않는다. 리딩 리스트에 위의 책들을 하나씩 끼워넣든지 해서 조금씩이나마 ‘깊이 읽기’를 실천해보도록 해야겠다.



표지의 부드러운 촉감과 고급스러운 초록색 배경, 금박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필수 교양서’ 느낌을 내뿜고 있는 고품격 서적 같달까. 실제로 일정부분 그렇기도 하니 책의 내용을 잘 살린 표지같다. ‘순간 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이라는 설명도 책의 내용을 깔끔하게 요약하고 있다. 저자와 옮긴이의 이름이 작게 세로로 들어간 것도 마음에 든다. 전반적인 구성이 안정적이라 눈이 가는 표지다. 뒷면의 추천사도 한 줄씩 깔끔하게 넣어져 마치 시상식 멘트같아 읽기 편했다. 덧붙여, 원제를 ‘다시, 책으로’라고 번역한 것도 참 마음에 든다. 애독자들이라면 한 번 더 관심이 갈만한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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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제본사> 속 ‘책‘은 잊고 싶은 기억을 봉인하는 물건이다. 제본사를 통해 책을 만들어 그 속에 기억을 가두면 책이 태워지지 않는 한 영영 그 기억을 잊은 채로 살아갈 수 있다. 갑작스럽게 제본사의 도제가 된 주인공 에밋 파머는 다네이 가문의 집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을 발견한다.



신선한 설정과 예쁜 표지에 홀려 읽었는데 그냥 그랬다. 메인 플롯은 하나인데 그 하나를 품기에 기억과 책이라는 소재가 너무 방대하게 다뤄지지 않았나 싶다. 차라리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 중편이 여럿 있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애초에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한 것 같기도 하고. 다 읽은게 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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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00만 부를 갈아치우는 천재 편집자’라는 소개에 혹해서 이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책과 책을 다루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관심이 있는 편이기에, 궁금했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시대에 어떻게 책으로 대히트를 쳤을까?



규칙과 순리를 파괴하고 일단 시도하고 행동하는 열정. 그리고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추진력. 하지만 그 근저에는 ‘미친듯이 열심히’ 일하는 저자의 성실함이 있다. 물론 그 성실함도 본인이 빠져들어서 그야말로 무아지경의 상태에 다다른듯 즐거움을 느끼기에 가능할 것이다. 미노와 고스케는 출판 시장에서는 물론 그 외적으로도 일반의 통념을 파괴하며 안 될 것 같은 것을 시도하고 또 해낸다.



‘무엇이 대박을 터뜨릴지 알 수 없는 시대에는 완주하는 것보다 일단 한번 전력으로 질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상당히 통찰력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미래에는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를 위해서 일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읽고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공무원이 될 것을 종용하는 윗세대와 유튜버가 꿈인 아랫세대 사이의 2-30대 젊은이들이 미래의 방향을 잡아가는데 도움이 될만한 조언들이 숨어있다.



미노와 고스케의 조언들은 단순히 출판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나 미친듯한 업무강도 등은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라 일반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 것 같지만, 그의 조언은 충분히 파격적인데다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치 말고 거침없이 도전하고 나아가라고, 그런 응원을 이 책에서 읽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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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사랑 오늘의 젊은 작가 21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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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상에. 이제 김세희 작가님 믿고 읽는 리스트에 저장✨ 이 책 안 읽은 사람 없게 해주세요! 단숨에 읽어버린 <항구의 사랑>.



‘그 시절 우리를 사로잡았던 건 뭐였을까? 아이돌, 팬픽, 그리고 여자를 사랑했던 소녀들. 두고 왔지만 잊은 적 없는 나의 첫사랑 이야기.’



이 소설은 무엇이었다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때 그 순간 분명하게 존재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목포에서 여중 여고를 나온 주인공 준희가 어른이 되어 과거의 기억을 써내려간다. 민선 선배를 사랑하고 팬픽을 읽고 무언가 위대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준희. 그 모습에서 나는 과거의 나를 본다.



‘스무 살이 되어 들어간 세계는 조금 전까지 내가 몸담았던 세계와 이어 붙일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중략) 이제 그 부분까지 포함한 나 자신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53p)’



스무 살 이후의 세계에서는 십대 시절 소녀들의 미친 사랑을 유치한 것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유치한 것이었는가? 정말 인희의 짧은 머리와 힙합 바지는 그녀 자신의 표현이 아니라 남성적인 외양을 따라한 것에 불과한 것인가? 글쎄. ‘’남자처럼 짧은 머리’라는 표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차린 뒤로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159p)’는 준희의 말처럼 이 책을 다 읽은 나도 세상이 조금은 달라보인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이 소설은 어떤 시도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이 소설은 어떤 시도가 되리라 확신한다. 과거의 나를 이해하려는 시도,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려는 시도, 획일화되지 않으려는 시도.



특히 나의 여자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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