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 - 완전하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행복의 가능성들
성진환.오지은 지음 / 수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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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오지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성진환, 인형과 우유를 좋아하는 까만 강아지 흑당이. 이들 가족의 이야기가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에 담겨있다. 오지은이 글을, 성진환이 그림을, 흑당이가 귀여움을(?) 담당했다. 이 책은 함께 한다는 것, 가족이 된다는 것, 그러니까 몽글몽글한 행복과 그 모양에 대한 이야기다.



책 속에는 오지은의 글과 성진환의 그림이 번갈아가며 실려있다. 솔직한 글과 재치있는 그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시작은 두 사람의 결혼식이다. 결혼에 대한 환상도 거부감도 없었던 두 사람이 결혼식을 치러내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파주로 이사를 한다. (프리랜서 페미니스트 부부는 어떻게 사는가!) 그리고 이들의 삶에 강아지 흑당이가 등장한다. (아기 천사 강아지가 더해준 행복들!) 작고 까맣고 동글동글한 강아지가 어떻게 이들의 삶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이들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행복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지 않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두 사람의 마음에 대해, 그런 두 사람을 지켜주고자 하는 흑당이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오지은의 팬으로서는 새로운 글을 만날 수 있어 마냥 즐거웠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어쩐지 안심이 되기도 했다. (고사리 선생님들 공감하시지 않을까..!) 비록 저자는 ‘영원은 없을지라도 최선을 다해 지키고 싶은 마음‘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런 마음일 때에만 순간의 행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 게다가 이 책의 마지막에는 새로운 가족 아기 고양이 꼬마 이야기가 나온다! 세모 모양이었던 행복은 이제 네모 모양이 되었다. 그렇다면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 2>를 기대해봐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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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 - 창의적인 삶을 만드는 뇌과학자의 생각법
모기 겐이치로 지음, 이진원 옮김 / 샘터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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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까딱하다가는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어떻게하면 인간만이 가진 창의성을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뇌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매일 새롭게 살 수 있을까?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가 제시하는 답은 간단하다. 바로 ‘생각해내기‘다. 새로운 시대에는 ‘생각해내는 뇌‘가 필요하다.



사실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서이기도 하다. 안일한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매일 조금씩 더 성장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에서 수많은 힌트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올해들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책들을 많이 살펴보고 있는데, 그 책들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들의 상당수를 이 책 한 권에서 만나볼 수 있어 놀랐다. 이를테면 ‘오늘날은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나, ‘마음 챙김‘에 대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사실은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예상했다가 그 이상의 깊이있는 내용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놀랐다.



한 호흡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글들이라 읽는 재미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온한 문장들로 이루어져있다는 점도 좋았다. 덕분에 책을 읽으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위로를 받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뇌의 회로들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으니 언제든 다섯 살 아이처럼 새로운 것을 시도해도 좋다는 저자의 말이 특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뜻밖의 보물 책을 발견한 기분이라,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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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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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꼭 읽어야할 책 한 권을 꼽자면 바로 이 책이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N번방 사건의 최초보도자 추적단 ‘불꽃’이 지난 일 년간의 취재 이야기를 담았다.



N번방 르포 기사를 처음 읽었던 날을 기억한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하는 기사인데도 한 번에 읽기가 힘들었다. 기사를 다 읽고 나서도 무척 괴로웠다. 그런데 추적단 불꽃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금은 힘이 났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이들이 어떻게 취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계속할 수 있었는지를 읽고 나에게도 용기가 생겼다. 무력감에 젖어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결심이 생겼다.



N번방(을 비롯한 수많은 성범죄)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참담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불꽃이 ‘우리라서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이제 우리가 추적단 불꽃의 손을 잡을 때다.”(출판사 서평)



+ ‘불꽃’의 유튜브 영상들과 팟캐스트 ‘듣똑라’의 불꽃 출연분 에피소드를 함께 찾아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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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걸의 시집 -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은유 지음 / 서해문집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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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작가의 첫 책이자 절판된 지 5년 후 수많은 독자들의 요청에 힙입어 복간된 <올드 걸의 시집>. 이 책에는 ‘생이 기울수록, 시가 절실‘했던 날들 저자가 기댔던 마흔 여덟편의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40대이자 여성이자 엄마이자 아내이자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이자 글 쓰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삶 또한 이야기한다. 그가 시를 통해 삶의 치유 불가능성과 고통과 폐허의 자리를 마주했던 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연 이 책을 ‘삶과 시의 합작품‘이라 부를 만하다.



<올드 걸의 시집> 속 저자는 사는 일에 미련이 없다고는 하지만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읽고 쓰는 사람이다. 꿈 타래처럼 쉼 없이 풀려나오는 그의 문장을 정신없이 따라가며 읽었다. 삶 속에서의 오랜 사유 끝에 지어진 문장이어서일까. 남달리 다가오는 구절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시처럼 살다가 소설처럼 죽고싶다‘(97P)는 말, ‘사는 일은 가끔 외롭고 자주 괴롭고 문득 그립다‘라는 말. 재인용된 니체의 ‘창조하는 자만이 선악을 결정한다‘는 말은 어떤가.



또한, 왜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눈물이 났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고단한 삶, 끝이 보이지 않는 일상의 무한 반복, 계속해서 가중되는 생의 무게에 지친 이들이, 그러니까 ‘올드 걸‘로서 존재하는 이들이 책 속의 글에 더없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또 다른 ‘올드 걸‘들의, ‘돈이나 권력, 자식을 삶의 주된 동기로 삼지 않고 본래적 자아를 동력으로 살아가는 존재, 늘 느끼고 회의하고 배우는 감수성 주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번뇌와 괴로움이 끝도 없이 이어질까 두려워 시집을 꺼내 들기 저어 되는 날들이 있다. 그러나 시를 읽는 것이 ‘고통과 폐허의 자리를 정면으로 응시‘(12p)하는 일이라면, 이 책을 읽은 지금의 나는 다시 시를 읽을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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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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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은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들 중 가장 좋아하는 <금수>. 십여 년 전에 이혼한 두 남녀가 우연히 케이블카에서 재회한 이후 주고받은 편지들로 구성된 소설이다. 두 사람의 이혼은 남편이었던 아리마가 여관에서 어떤 여성과 동반자살을 시도한 것이 원인이었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들은 편지를 통해 당시에는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눈다. 어리둥절하게 갑자기 끝나버린 인연의 끈을 되짚어 조금씩 수놓아나가는 과정이 아름답다.



이 책을 종종 다시 읽는 이유는 ‘모차르트 카페‘ 때문이다. 이혼한 뒤 아키가 매일 찾았던 이 카페는 60대의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모차르트의 음악만을 틀어준다. 오직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희귀 레코드 때문에 음악을 들으러 오는 단골손님들도 많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 카페의 정경이 좋아서 가끔 이 대목만을 다시 찾아읽곤 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 이곳에서 아키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다. 가게에 불이 났던 어느 날, 그녀는 모차르트의 기적에 대해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은 어쩌면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86p)고 말한다. 어쩌면 이 문장이야말로 <금수>를 관통하는 문장이지 않을까. 비슷한 깨달음을 아키와 아리마 두 사람이 전혀 다른 경험을 통해 얻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다 읽고 나니 이 책 자체가 엉망으로 수놓아진 끝부분을 풀어내 다시 완성한 자수처럼 느껴진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나면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하지만 다시 되짚어본들 이미 지나간 일들은 바꿀 수 없다. 현재와 미래만이 있을 뿐. 이 쓸쓸함이야말로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을 읽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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