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 본업도 있고, 부캐도 있고 자기만의 방
최재원 지음, 김현주 그림 / 휴머니스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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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프로젝트. 다른 말로 하면 부캐 만들기. 본업은 그대로 두고 남는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가볍게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사이드 프로젝트다. 유튜브, 공부, 바텐더, 바리스타 등 무엇이든! 경우에 따라 사이드 프로젝트로 수익 창출이 가능할 수 있고 그 수익이 본업을 압도하게 될 수도 있지만, 사이드 프로젝트의 가장 큰 묘미는 부캐를 통해 일상 속 즐거움과 자신감을 얻는데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재미없게 느껴질 때, 스스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싶을 때 그냥 쓱 가볍게 시작해보는 것이다.



귀여운 일러스트로 무장한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사이드 프로젝트의 여정을 마치 게임 스테이지처럼 구성한 에세이다.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나의 부캐는 무엇일까‘, ‘나의 부캐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지침서인 셈이다. 책 속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저자 본인의 사이드 프로젝트 경험담과 후반부에 실린 보너스 인터뷰들이다. 실제 사례들을 접하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이 생겼다. 게다가 이 책 자체가 저자의 또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미 내 안의 부캐가 백서른명쯤 완성된 듯 뿌듯함이 몰려왔다. 그러나 동시에 본캐를 제대로 챙기기도 힘든데 부캐까지 키워야하나 싶어 부담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물론 이 책의 요지는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일을 사부작사부작하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키워보자!‘지만, 각자의 성향에 따라 정말로 몸과 마음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포인트들을 꼭 기억하자. 규모를 줄여 아주 작게 시작할 것, 바로 실천 가능한 수준의 계획을 세우고 당장 행할 것, 짧고 성실하게 도전해볼 것. 무엇보다 내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선에서 가볍게 시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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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핍 윌리엄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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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권위를 풍기는 사전들 옆에 자리한 에즈미의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을 생각해본다. 여성들의 언어를 받아적은 단어 쪽지들이 잔뜩 쌓여있는 그녀의 트렁크를, 불길에 타들어가는 단어 쪽지 ‘릴리Lily‘ 를 붙잡으려는 어린 에즈미의 손길을 떠올려본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사전편집실에서 단어들과 함께 자라나는 에즈미의 성장소설이자, 실제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찬기를 따라가는 역사소설이다. 또한 정식 사전에서 누락된 여성들의 언어를 다시 조명하는 작품이다.



책과 종이와 펜으로 가득찬 사전 편집실 ‘스크립토리엄‘은 내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공간에 가까울 것 같다. 그 작은 공간에서 팔랑거리는 단어 쪽지를 향해 손을 뻗는 에즈미를 상상하면 괜히 흐뭇해진다. 사전을 만들기 위해 단어를 수집하고, 편집하고, 묶어내는 수고로움을 행하는 사전 편집자들은 분명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이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스크립토리엄‘의 풍경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사전 편집실이라는 작고 폐쇄적인 공간에서도 기꺼이 소외된 단어들을 길어내는 에즈미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기특하고 놀랍다. 에즈미는 권위를 앞세우는 사전 편집자들과도 다르고 여성 참정권을 위해 시위에 참여하는 서프러제트들과도 다르다. 그는 기꺼이 세상으로 나가 잃어버린 단어들을 찾아낸다. 형체없이 사라져가는 여성의 단어를 붙잡아 종이 위에 새겨둔다. 에즈미의 여정과 중첩되는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도 애틋했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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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 트레이더 김동조의 마켓 일기
김동조 지음 / 아웃사이트(OUTSIGHT)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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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신뢰할만한 안목을 지닌 분들이 이 책을 올해의 책이라 말씀하시곤 했다.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부제는 ‘트레이더 김동조의 마켓일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저자가 블로그에 기록한 일기가 모여있어, 단상집이라고 봐도 좋겠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에 대한 저자의 견해와 그 자신의 삶의 원칙이 빼곡히 담겨있다.



저자의 문장은 서늘하고 건조하지만 자기만의 원칙을 찾은 이만의 뚜렷함이 서려있다. 산전수전을 겪고 비로소 자신만의 세계를 갖춘 이의 냉정한 결단이 느껴진다. 분명한 삶의 원칙을 가진 이의 일기를 읽어내려가는 일이 이토록 동기부여가 될 줄은 몰랐다.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이는 있을지라도 삶의 원칙을 세워야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내가 뽑아낸 키워드는 ‘의사결정력’이다. 트레이딩이든 어떤 분야든 삶의 핵심 역량은 의사결정력이고, 이건 스스로 세운 원칙들에서 나온다. 흐물흐물한 일상을 살고 있는 나에게는 최근 읽은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울림이 큰 책이었다. ‘최고의 삶이란 죽음의 공포 앞에서 삶의 정수만을 모아 담대하게 실행해 인생이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사람의 사고를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값진 책이다. 아, 삶과 목표, 원칙, 선택에 대한 내용이 많지만 책과 영화 이야기도 제법 나온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다독가인 그가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 틈틈이 즐거웠다. (최근에 스토리에 올렸던 서평 관련한 구절도 이 책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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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하재영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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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어떤 이에게 집은 오로지 휴식 공간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집이 일터일 수도 있다고. 막 독립을 앞두고 있었던 그 때의 나는 집의 의미를 재고 따질 겨를이 없었다. 나 자신, 산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구현될 공간에 대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 반 가까이 흐른 지금 문득 고개를 들어 나의 집을 둘러본다. 내가 나도 모르게 마음을 내어주게 된, 꾸밈이랄 것 없이 책으로 가득찬 나만의 작은 공간을.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는 저자가 거쳐온 집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그가 지나온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린시절 대구에서 가족들과 함께했던 집에서부터 서울에 올라와 함께 또 따로 지냈던 집, 마침내 최초의 집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지금의 집에 이르기까지 공간에 따라 저자의 삶 또한 변화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가지는 보편성에 대해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집과 얽힌 추억이 있다. 그러니 저자의 이야기가 도통 남의 일같지 않은 것이다. “사는 동안은 내 집이니까요, 월셋집이든 전셋집이든.(102)”



부드럽지만 단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문장을 따라읽으며 감정이 수차례 움직였다. 그동안 지나온 집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가 앞으로 살게될 집들을 그리며 기대에 부풀기를 반복하는 식으로.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삶의 배경을 선택하는 일’이라는 문장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집은 부동산이기도 하지만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이기도 하다. “집도 생명체와 같아서 아끼고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저자의 아버지 말씀이 백번 옳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집들은 내가 그곳에 살지 않았다면 지금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쓰였다.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삶의 배경을 선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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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요조 (Yozoh)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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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는데 좀 겁먹은 것 같아. 아침부터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누웠다. 어제 읽다 만 책을 다시 펼쳐본다. 요조의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어제는 이 책을 당장 읽어야할 것만 같아서 너덜너덜한 몸을 끌고 교보문고에 갔었다. 박연준 시인의 시 구절에서 빌려온 제목부터 멋지잖아. 만듦새도 너무 근사하고. 무엇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초판 한정 엽서를 구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멋진 문장에 모조리 연필로 밑줄을 그어야지 마음먹었는데 책상 앞에 가만히 도착할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버스에서 읽기 시작했다. 이 페이지 꼭 기억해뒀다가 집에 가서 다시 읽고 표시해둬야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상태 그대로 집에 가서 침대에 누워 읽었다. 너무 재밌군.. 밑줄은 처음부터 다시 읽으면서 긋지 뭐, 이렇게. 문장을 읽는데 어쩐지 요조님의 목소리가 포개지는 것처럼 다정했다. 지금까지 읽은 요조님 책들 중 가장 좋다. 이 책 엄청 좋아하게 될 것 같아, 하는 기분좋은 예감과 함께 일요일을 위해 몇 편 남겨두었다.



그리고 몇 편밖에 남겨두지 않은 어제의 나를 원망하며 후루룩 끝까지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고 있는 오늘의 나. 어떤 글이 가장 와닿았나 책을 뒤적이다가 갑자기 내가 왜 ‘사는데 좀 겁이 난다’는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루시는 여전히 겁이 나. 그러나 겁이 난다는 사실은 하나도 겁 안 나. 루시는 지금 아주 용감하게 겁이 나. 그 마음으로 오늘 노래해볼게.’(26p) 용감하게 겁이 난다니.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겁이 난다는 사실이 겁이 나고 그 겁이 또 겁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26p)’ 용감하게 겁내는 사람의 문장을 졸졸 따라가는 2021년 1월의 마지막 날이다.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흘러가는게 삶이야, 숨 쉬자,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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