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어떤 이에게 집은 오로지 휴식 공간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집이 일터일 수도 있다고. 막 독립을 앞두고 있었던 그 때의 나는 집의 의미를 재고 따질 겨를이 없었다. 나 자신, 산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구현될 공간에 대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 반 가까이 흐른 지금 문득 고개를 들어 나의 집을 둘러본다. 내가 나도 모르게 마음을 내어주게 된, 꾸밈이랄 것 없이 책으로 가득찬 나만의 작은 공간을.<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는 저자가 거쳐온 집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그가 지나온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린시절 대구에서 가족들과 함께했던 집에서부터 서울에 올라와 함께 또 따로 지냈던 집, 마침내 최초의 집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지금의 집에 이르기까지 공간에 따라 저자의 삶 또한 변화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가지는 보편성에 대해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집과 얽힌 추억이 있다. 그러니 저자의 이야기가 도통 남의 일같지 않은 것이다. “사는 동안은 내 집이니까요, 월셋집이든 전셋집이든.(102)” 부드럽지만 단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문장을 따라읽으며 감정이 수차례 움직였다. 그동안 지나온 집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가 앞으로 살게될 집들을 그리며 기대에 부풀기를 반복하는 식으로.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삶의 배경을 선택하는 일’이라는 문장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집은 부동산이기도 하지만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이기도 하다. “집도 생명체와 같아서 아끼고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저자의 아버지 말씀이 백번 옳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집들은 내가 그곳에 살지 않았다면 지금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쓰였다.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삶의 배경을 선택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