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디트 헤르만.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데, 국내에 출간된 책들이 대부분 절판이다. (어디서든 다시 출간해주세요... 신작도 같이...) 그녀의 작품을 더 만나고 싶어 갈증에 차 있는 와중에, 바다출판사에서 에세이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에세이>가 출간되었다.좋아하는 소설 작가가 에세이를 썼다고 하면 덜컥 두려움이 생긴다. 혹시 실망하면 어쩌지? 소설마저 싫어지면 어쩌지? 대게 높은 확률로 불필요한 걱정이구나 깨닫지만 어쩔 수 없다. 소설과 에세이는 다르니까. 혹시 모르니까.이번 에세이도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 작가가 쓴 소설을 더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모든 구절들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여백을 만들고 침묵으로서 말하게 하는 작가, 왜 유디트 헤르만에게 ‘침묵의 작가’라는 별칭이 붙었는지 이 에세이를 읽고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창작의 근원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지도.특히 그녀가 단편 <꿈>을 쓸 때, 정신분석의 드레휘스 박사와 친구 아다와의 기억에서 출발해 어떻게 그것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는지 설명하는 초반 부분이 재미있었다. ‘하나의 문장을 채택하는 모든 결정은 무수한 다른 문장들을 배제하는 결정이다.’(22p) 결국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겪은 경험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 묘하게도 이 책의 에세이 역시 그녀의 집필 과정처럼 선형적이거나 분명하지는 않다. 오히려 그래서 더더욱 그녀의 문학세계를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소설들만 복간되면 완벽하다...!www.instagram.com/vivian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