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 - 존 버거와 이브 버거의 편지
존 버거.이브 버거 지음, 신해경 옮김 / 열화당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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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글은 우아하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 말년의 존 버거가 화가인 아들 이브 버거와 나눈 편지들 <어떤 그림>.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그림과 사진과 철학과 인생을 넘나드는 대화를 이어나간다. 100페이지 남짓한 짧은 글 묶음인데도 무척 깊이있고 맵시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이토록 서로를 존중하며 깊이있는 예술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놀랍고 아름답다.

가장 좋았던 문장은 전체와 부분에 대한 이브의 견해다.
-저는 모두가 거대한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어요. 다리와 저, 이 간극까지 포함해서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처럼요.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일어나야 했다.˝

산다는 것은 나를 세상에 표현하는 일. 언어로, 그림으로,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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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뇌의 작동 원리와 내면 세계에 대한 급진적인 해석이 담긴 책. 저자는 심오한 정신적 깊이는 착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뇌는 매 순간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내는 창조 기관일 뿐이라고. 우리는 보통 내면을 깊이 있는 심오한 정신 작용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여긴다. 내면에서는 의식이 미처 알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작용이 이루어지고 있으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통상적인 이론들을 뒤엎고, 내면세계는 물론이고 생각과 감정이 허구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때그때 순간적으로 생각, 신념, 행동을 지어낼 뿐이라고.



저자는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는 지각적 실험을 중심으로 자신의 주장을 이어나간다. 생각은 지각의 확대이기에, 우리가 지각적 정보를 한 번에 하나씩 받아들이면서도 마치 전체를 동시에 지각하는 것처럼 꾸며내듯 생각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감정은 허구임을 증명하는 부분이었다. 그는 내면에 이미 존재하는 기분을 끄집어내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리적 상태를 해석하기 위해 감정의 이름을 붙인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신체적 증상은 상황적 맥락에 따라 희열로도 해석될 수 있고 분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이렇게 우리는 신체적 기반을 바탕으로 감정을 해석해내는데 그 기반이라는 것이 상당히 빈약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양 극단의 감정이 공존할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돌이켜본다면 결국 감정이라는 것 또한 이름 붙이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것이 해석하기 나름이라니. 꽤 수긍이 가는 주장이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해 무척 재미있었다. 체스나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을 설계할 때, 인공지능이 가장 지능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신념이나 지식을 넣는게 아닌 수많은 경기를 통해 경험으로 배우게 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시는 인간의 정신작용, 그러니까 생각이나 행동이 불변하는 특정 신념 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즉흥성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결국 인간의 지성이라는 것은 상상력과 창조력이 그 근간이라는 마무리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이었다. 우리의 뇌는 어떤 식으로 작용을 하는지, 내면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끝없이 궁금해하는 사람으로서 며칠간 눈에 불을 켜고 읽었던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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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의 말 - 중단된 열정,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마르그리트 뒤라스 외 지음, 장소미 옮김 / 마음산책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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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인터뷰집. 소설 <연인>의 성공 이후 뒤라스는 약 2년간 이탈리아인 기자 레오폴디나 팔로타 델라 토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뒤라스의 수많은 인터뷰들 중에서도 유독 이 인터뷰가 주목받는 이유는 뒤라스와 토레 사이의 밀도 높은 친밀감이 돋보이기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뒤라스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자신의 삶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극히 뒤라스다운 인터뷰‘라고.



인터뷰를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뒤라스의 완고하고도 직설적인 면모다. 겉치레따윈 없는 그 당당함이란! 애두르지 않고 거침없는 그의 태도에서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동시대 유명인들을 언급하면서도 가차없이 솔직하게 의견을 밝히는 그. 자신의 삶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물론 예외는 없다. 그가 스스로의 결핍마저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는 모습에는 뭐랄까, 위엄이 서려있다.



뒤라스의 언어로 그의 예술관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큰 재미다. 그는 글을 쓰는 것으로 삶의 사건들을 마주한다. ‘짓누르는 침묵을 말하게 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삶에서 느낀 것들을 복원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글을 써나간다는 뒤라스. 그는 비정형의 사건들을 다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뒤라스식 스타일로 담아낸다. 영화와 연극에 대한 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어 질적으로도 무척 흡족했던 인터뷰집.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상호작용에 따라 재미와 깊이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점에서 인터뷰는 참 매력적인 장르! 신뢰하는 인터뷰어들을 두고 남몰래 그들의 기사를 찾아보는 인터뷰 덕후로서, <뒤라스의 말> 완전 대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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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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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한 예의가 사라져가는 시대. 저자는 이러한 시대에 어른이 가져야할 삶의 태도를 ‘기사도 정신‘에서 찾는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는 옛 시대의 사라져가는 사고방식을 지키는 것이 저항이 될 수 있다며. 그가 우리에게 소개하는 것은 ‘우아한 품격‘ 그 자체다. 우아함 속에 깃들어있는 저항의 몸짓! 세련된 초연함과 따뜻한 인정! 그는 오래전부터 귀족들을 통해 전해져온 덕목들 중 스물 일곱가지를 골라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함께 소개한다.



깔끔하고 단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장 덕분에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특히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담은 물론, 각종 문화 역사적 레퍼런스들이 가득해 지루하지 않아 좋았다. 저자는 오늘날 일상 속에서 어떻게 과거의 기사도 정신을 적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품위를 지키며 나아갈 수 있을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독자를 이끈다.



현명함, 자족, 격식, 정의, 친절 등등 책 속에 소개된 다양한 덕목들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건 겸손에 대한 글이었다. 그는 중세시대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에레크와 에니드>와 영화 <레이디 버드>를 소개하며 오만과 겸손 사이의 중도를 이야기한다. 자율과 타율 모두에게서 벗어나 ‘신율‘, 즉 소명을 추구해야 한다고. 오늘날에는 점차 빛바래져가는, 고결하고 단호한 소명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될줄이야! 책을 읽는 내내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에 매료되어 오늘날 잃어버린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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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의 모험 -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이동진 지음 / 블루랍스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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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클릭 몇 번이면 24시간 언제든 필요한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대. 코로나 이후 길거리에 빈 점포를 수두룩하게 볼 수 있는 시대. 정말 오프라인 비즈니스에는 미래가 없는가? 그럴리가. 위기는 또 다른 기회!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프라인의 모험>에서는 뒤바뀐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현장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진화 방향을 들여다본다.



오늘날 자본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온라인 비즈니스가 급부상하는 시대인만큼 어떻게 오프라인 공간에서 매력적인 콘텐츠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저자는 이와 같은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변화를 가상의 인물 퇴사준비생 이모씨의 여정을 통해 그려낸다. 무인 매장의 장단점, 온라인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이유, 오프라인 매장의 미디어화 등을 차례로 짚어내고 있어 변화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포인트다. 손쉽게 온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변화와 다양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는 만큼 관련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꼭 권하고 싶다.



책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온라인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의 이점을 잘 활용한다면 엄청난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대목이었다. 온라인에서의 트래픽도 공짜가 아닌 만큼,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비와 광고비를 꼼꼼히 따져보았을 때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섬세한 고객 경험 설계로 브랜드의 친밀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 온라인 상에서는 무엇이든 손쉽고 편리할거라는 개인적인 관념을 뒤엎는 대목이었다. 한정되어있는 온라인 속 트래픽에 치인 브랜드들은 차별화를 위해 오프라인으로 나온다. 더 나아가 이미 오프라인 매장은 스토어가 아닌 ‘미디어‘다. 결국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 답은 콘텐츠, 스토리, 상상력인 셈이다.



온라인 서핑보다 오프라인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뜻밖의 발견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로서, 앞으로의 오프라인 매장이 어떻게 발전할지 무척 기대된다. 책 속 예시로 등장한 ‘라이프스타일 빌리지‘ 광교 앨려웨이같은 공간이 곳곳에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참신한 기획으로 가득한 오프라인 매장들을 더 다양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정말이지 설레고 반가운 일이다. 이 기대감을 함께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함께 <오프라인의 모험> 속으로 떠나볼 것을 권해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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