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소년 리틀씨앤톡 그림책 3
권자경 글, 송하완 그림 / 리틀씨앤톡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격을 보호하려는 마음의 방어시스템이 있습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자아방어기제"라고 부릅니다. 건강한 자아방어기제는 노년기에 행복을 보장해 주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것을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 보고서인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방어기제는 어린시절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오랜 반복을 통해서 형성되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는지, 그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잘 의식하지 못합니다. 이 그림책은 이러한 방어기제를 "가시"라는 은유로 멋지게 표현합니다. 또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주제를 글과 그림이 상호보완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즉 그림책의 원리를 제대로 활용한 작품인데 글은 절제된 정보를, 그림은 글에서 말하지 않는 내용을 전달해 줍니다.

본문을 좀 더 관찰해 보았습니다. 표지를 보면 소년은 사자의 갈기처렴 가시를 세우고 있고 입에서는 가시들이 화살처럼 튀어나가 사람들에게로 쏟아집니다. 아주 공격적이고 까칠한 성격인것을 잘 보여줍니다. 속표지를 보면 주인공인 소년과 가시가 돋은 선인장 화분이 병열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소년의 표정은 다양한데 가시는 변함이 없군요.  속표지 제목 밑에 우산을 쓴 소년의 모습이 상징적입니다. 즉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특히 슬픔을 방어하는 도구로 우산을 사용합니다. 타인과의 관계단절, 특히 감정에 대해 공감하는 것을 회피하려는 것입니다. 첫 장면에 보니 가시를 세운 소년이 읽고 있는 영어 책이 "How to Make Friends" 즉 친구 사귀는 법입니다.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의 내면 깊은 곳에 친밀한 관계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그림을 통해서 넌지시 알려줍니다. 그런데 정작 소년의 입에서 내 뱉어지는 말은 "시끄러 이 바보들아!"입니다. 다정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두 친구에게 말이죠. 이 가시는 매일 자라나는데 어떤 상황에서 그러한지 여러 컷의 그림으로 알려줍니다. 즉 일찍 일어날 때와 혼자 밥을 먹을 때, 공부해야할 것이 밀릴때, 길을 건너다가 위험에 처할 때.... 친구들 앞에서 벌을 설때, 부모님이 큰 소리로 싸울 때 등등. 그런데 누구에게나 가시가 있다고 합니다. 길거리에서 친철태도로 유쾌한 미소를 띠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가시로 표현됩니다.

세상 만사가 그러하듯이 한 가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지요. 방어기제는 자기를 보호할 수 있지만 또한 역기능도 있습니다. 소년처럼 공격적이고 방어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지키면 다른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소외감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주인공은 항상 가시를 세우는 방법을 포기합니다. 머리에 가시를 가위로 다듬고 입 속의 가시는 핀셋으로 뽑아내서 사람들이 다치지 않을만큼 정돈을 하네요. 그러자 온화하고 친절한 소년의 모습이 되고 그 가시들은 그림자로 남습니다.

방어기제를 이해할 때 주의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어떤 방어기제가 나쁘고 어떤 것은 좋다라고 선악간에 판단하는 것입니다. 방어기제는 어떤 것이든지 적절하게 사용될 때 제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화를 내야만 하는 상황과 대상이 반드시 있습니다. 참아야 할 때와 대상이 있습니다. 방어기제의 종류를 골고루 연구해 보고 적절한 대상에게 적절하게 활용하는 지혜를 가르치는 데 이 그림책은 마물물 텍스트로 훌륭하게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http://www.bibliotherapy.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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