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없는 떠 돌이개는 생존을 위해서 강해지고 영리해져야 했습니다. 아무도 그를 반겨주지 않고
매일 먹을 것, 잠자리를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삶은 고달프겠습니다. 그런던 어느날 노숙자 쉼터에서 일하는 한 아가씨의 눈에 띄면서 그의 운명이
바뀌는군요. 그 아가씨는 꼬질이를 차에 태우고 자기 집으로 갑니다. 다른 식구들역시 꼬질이 개를 반겨주고 목욕을 시키고 맛있는 음식을 주고 같이
놀아줍니다. 한 사람의 만남으로 인해서 꼬질이가 사랑스러운 애완견으로 변하는 과정을 익살스럽고 사랑스럽게 묘사한 그림책입니다.
꼬질이뿐일까요, 사람도 어떤 부모, 어떤 친구, 어떤 동료,
어떤 스승, 어떤 배우자를 만나는가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 있습니다. 따라서 꼬질이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손녀와 같이 읽었는데 많이 좋아합니다. 특히 꼬질이를 깨끗하게 단장하고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름을 지어주는 데 수 곰돌이를 비롯해서 삐돌이, 멀뚱이, 잠돌이, 화가, 날파리, 도사, 두목, 날쌘돌이, 얌전이,
꾀돌이, 궁금이, 털털이, 태평이 등 별에별 이름을 다 생각해 냅니다. 이름에 맞는 강아지의 표정과 태도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러다 결국
'멍멍이"라는 평범한 이름으로 낙찰됩니다. 이름을 짓는 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행위입니다. 또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기도하고요.
이제보니 멍멍이를 집으로 데려운 아가씨의 가족이 모두 일곱명이나 됩니다. 표정도 밝고 건강하고 행복해보입니다. 그리고 멍멍이를 데려오던 날
아가씨가 두루고 있던 빨강생 목도리가 계속해서 상징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목도리를 원래 추위를 막아주고 연인끼리 애정을 표현할 때도 둘러주는
것이지요.
집없는 강아지를 소재로 만든 그림책이지만 "만남"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그림책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삶이 달라지고, 또 다른 사람들 역시 나를 만남으로써 운명이 달라질 수 있겠지요. 기왕이면 아름다운 만남, 복된 만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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