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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플까봐 ㅣ 꿈공작소 5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이승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1월
평점 :
이 책은 글과 그림이 서로를 반복하지 않고 상호 보완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그림책의 원리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우선 표지를 넘기자마자
속표지 양쪽 가득하게 주인공 소녀와 할아버지가 함께 보낸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져있습니다. 이 부분을 빠뜨리고 읽으면 이야기의 발단부분을
놓치는 셈입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하던 시절 소녀는 어린이다운 호기심과 상상력을 지닌 건강하고 밝고 사랑스러움을 발산하는군요. 소녀에게
할아버지는 안전기지와 같았겠지요.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가 앉으시던 빈 의자가 두 페이지에 가득 그려집니다. 마음이 아플까봐 소녀는 자신의
심장을 꺼내서 병속에 간직합니다. 덕분에 그녀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고 안전감을 느끼며 성인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소녀다운 상상력과 호기심과
풍부한 감수성역시 병속으로 들어갑니다.
자기의 어린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소녀를 만나면서 주인공은 뭔가 잘 못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소녀는 자신의 어린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자신의 거울이었던 것이지요. 마침내 병속에 든 마음(심장)을 꺼낼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만난
작은 소녀가 너무도 쉽게 마음을 꺼내줍니다.
원제는 "The Heart and the Bottle"인데 번역하자면 "마음과 병"입니다. 상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직접다루기보다는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거부감을 줄여주는 상징적인 제목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책은 "마음이 아플까봐"라고 주제를 드러내어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기능을 많이 약화시키고 말았습니다. "병에 담은 마음"정도로 제목을 붙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자신의 심장을 병에 담았다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억압이나 부인과 같은 방어기제로 슬픈 감정을 다룬다는 뜻입니다. 억압이나 부인은 매우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면 슬픔을 느끼지
않습니다. 문제는 다른 감정들과 호기심과 상상력마져 마비시켜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상실감은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무의식적인 방어기제에 걸리기 쉬운데 상징과 은유를 통해서 보다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런의미에서 이 책은
매우 훌륭한 매체가 될 것입니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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