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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백설 공주는 누구인가 ㅣ 미래의 고전 33
유순희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3월
평점 :
사람은 자신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거울이라는 매체가
필요합니다. 거울은 세 종류가 있습니다. 유리로 제작되어 빛을 반사하여 상을 비춰주는 물리적 거울과 내 모습을 보고 알려주는 사람이라는
거울입니다. 하지만 둘 다 객관적인 거울은 아닙니다. 물리적 거울은 겉 모양만 비춰줄뿐(좌우가 뒤바뀐 상을) 이면을 보여주지 못하며 사람거울
역시 자기들 마음대로 이러쿵 저러쿵 평가를 내린 나를 보여줍니다. 설사 이 두 종류의 거울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하더라도 그것은 객관적인
정보가 되지 못합니다. 최종적으로 내 마음의 거울로 재 해석하여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여름이와 루시아 공주가 지니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비췄던 거울은 실제로 자기 마음의 거울을 상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들이 가지고 다니는 거울을 바닷속 깊은 곳에 빠뜨려도 여전히 작동할
것입니다. 여름이와 루시아가 지닌 거울은 다름 아닌 "자아상"(self image)이라는 거울입니다.
자아상이라는 마음의 거울은 중요한 타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됩니다. 특히 부모와 같은 양육자의 반응이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신실하게 자신을 돌봐주는 양육자를 경험한다면 밝고 긍정적인 자아상이 형성될 것입니다. 반대로
어린시절 불안전한 애착이 형성되고 학대를 당한다면 부정적인 자아상이 형성될 것입니다. 이 마음의 거울은 살아가면서 자신에 관련된 정보를 해석하는
기준이됩니다. 이 책은 거울이라는 상징을 통해서 이러한 심리적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보입니다. 특히 루시아 공주가 백설공주를 학대하는 마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루시아와 여름이 모두 거울을 버리는 장면이 감동을 줍니다. 그것은 새로운 자아상을 지녔다는
상징적인 행동입니다. 다시말해서 끊임없이 비교하고, 아름다운 것만이 가치있다고 속삭이는 과거의 자아상입니다. 새로운 자아상은 비교를 멈추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강한 거울입니다. 거울을 완벽하게 없앨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거울인지가 중요할 것입니다. 투명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비춰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도록 돕는 그런 거울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백반증으로 인한 열등감을 살짝 끼워넣어서 루시아
공주와 여름이의 이야기가 같은 맥락으로 전개되게 하는 방법도 재미 있었습니다. 자아상과 자존감, 정체성에 관한 무거운 주제를 백설공주라는
고전적인 이야기를 패러디하여 기술하지만 원작을 훨씬 뛰어넘는 훌륭한 서사였습니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http://www.bibliotherapy.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