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한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이 책의 부제입니다. 탐험의 목표가 남극대륙 횡단에서 살아 남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그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배가 난파된 상황에서도 634일동안 28명 전원이 살아 남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해저 2만리"라는 책을 읽은 이래 모험에 관한 장르는 주로 영화를 통해서 접했고 소설을 읽어본 것은 참으로 오랫만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공간과 시대, 문화가 너무 생소해서 이해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눈과 바다, 항해, 빙하, 남극 지리, 날씨, 탐험에 관한 수 많은 용어들이 생소합니다. 어떤 부분은 상황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자세하여 지루해서 몇 번 건너뛰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한 28명의 이야기는 스릴에 넘치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서 지난밤 새벽 2시까지 읽고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도 몇 장면이 나타나네요.
634일간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대원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놀라운 적응력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28명의 대원들은 다중 지능이론의 창시자인 하워드 가드너의 관점으로 본다면 자연친화지능이 뛰어난 인물들입니다. 얼음이 떠다니는 차가운 바닷물이 쉴새 없이 들이치는 작은 보트를 타고 어떻게 그 넒은 바다를 건넜는지, 빙하위에 캠프를 치고 서너달을 어떻게 견뎌 냈는지, 황량한 무인도에서 구조선을 기다리며 22명의 대원들은 어떻게 희망을 잃지 않고 3개월이나 버텼는지..... 생명을 위협하는 대 자연에 꿋꿋하게 맞서는 그들의 용기와 적응력, 긍정적 사고방식,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탐험 대장인 섀클턴의 리더십에 관해서는 따로 책이 출판 될 정도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의 리더십의 장점을 여러군데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대원들에게 베푸는 따뜻한 관심과 우정(107)을 비롯해서 대원들과 격이 없이 지내는 친밀성(109), 대원들 개개인의 성격을 파악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민감성, 각자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공동체에 기여하도록 배려하는 능력,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확신(127)이 돋보입니다. 물론 자기 확신이 지나칠 때도 있어서 소소한 결정을 잘 못 내릴 때도 있지만 이런 그의 성품은 대원들에게도 자연스레 전염이 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낙관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 책에서 또하나 놓칠 수 없는 주제가 있다면 "기다림"입니다. 빙하에 갇혀서 옴짝 딸싹하지 못하고 얼음위에 캠프를 설치하고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마냥 기다리는 세월들, 무엇보다도 앨리펀트 섬에 도착했을 때 선장과 몇 명이 작은 보트를 타고 구조를 요청하러 갔을 때 남은 대원들의 하염 없는 기다림을 생각해봅니다. 내가 만약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면 선장의 배에 올라타고 행동하기를 선택했을 지 아니면 섬에 남아서 학수고대 기다리기를 선택했을지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기다리는 것은 사실 행동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인내와 강한 긍정성, 매일 반복되는 삶의 지루함을 견디는 힘이 필요합니다. 떠난 사람들은 자연과의 싸움이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은 자신과의 싸움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들이 타고온 배의 이름이 견디다, 참다, 인내하다라는 뜻의 인듀어런스(endurence)호입니다. 배 이름이 그들의 운명을 예견한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사건은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건조되어 운항중인 쇄빙선 아라온 호를 타면 왠만한 빙산이나 얼음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우리 삶에 많은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던져 줍니다. 먼저 빙산이 떠다니는 바다는 우리가 살아내야할 만만치 않은 현실을 말해줍니다. 세계적인 경제불황을 비롯해서 온갖 사고와 질병, 실업 등등 우리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저 남극의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탐험대원들이 탔던 "인듀어런스"라는 배는 운명공동체를 상징할 수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너랑 나랑 한 배를 탔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한 배를 탄 사람들은 먼저는 가족이요 좀 더 확장하면 한 직장의 동료들, 지역사회, 종교공동체, 더 나가서 우리나라와 지구촌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한 배를 탄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삶의 태도를 취해야하는 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로를 위한 배려는 물론 자신이 맡은 역할을 빈틈 없이 해내는 것,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서 가장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리더의 배려, 팔로워들의 리더에 대한 신뢰 등등. 그 밖에도 강한 풍랑과 언제 깨질 지 모르는 얼음캠프, 물개와 펭귄, 궂은 날씨 이런 것들이 모두 우리 삶을 상징하는 은유가 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역사적인 사실이기도 하면서 우리 삶을 비추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섀클턴의 항해는 진행중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탐험 대장은 저와 여러분이지요.
===============================================================================================
<독후활동을 위한 발문>
1. 섀클턴의 본래 목표인 남극대륙횡단은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실패담이 오히려 감동을 주고 많은 사람들의 연구대상이 된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 다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것들을 우리 삶의 상황에서 해석해 봅니다.
- 얼음이 떠다니는 바다:
- 배를 위협하는 빙산:
- 인듀어런스호:
- 폭풍우:
- 나침반, 해도:
- 얼음위의 캠프:
- 구조선:
- 앨리펀트 섬:
- 추위:
- 물개와 펭귄:
3. 만약 당신이 탐험대원 중에 있다면 엘리펀트 섬에서 남기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선장과 더불어 구조를 요청하는 데 동참하시겠습니까? 그렇게 선택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4. 한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로서 섀클턴의 디더십의 특징과 장점은 무엇입니까? 그를 통해서 우리사회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5. 새클턴을 비롯한 대원들의 뛰어난 점은 무엇입니까? 특히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 비춰서 토론해 봅시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언어지능, 수리지능, 음악지능, 운동지능, 공간지능, 자연친화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성찰지능)
6. 오늘 내가 극복해야할 거친 환경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목록으로 작성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또한 목록으로 작성하여 발표해 봅시다. (예: 취업난, 경제적 불황, 약한 스펙..........)
7.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8. 내가 현실의 삶에서 견뎌 내기로 선택해야 할 것들은 무엇입니까?
9. 내가 현실의 삶에서 견뎌내기보다 행동에 옮기기를 선택해야할 상황들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