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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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영 선생님의 <사랑의 역사>를 단숨에 읽었습니다. 동서고금 34권의 유명한 문학작품을 통해서 남녀 간의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첫사랑이 시작될 무렵 꼭 읽게 되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비롯해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통해서는 열정적인 사랑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사랑과 이별, 사랑과 도덕,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로 사랑에 대한 흥미진진한 문학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사랑은 인류가 탄생한 이래 문학의 가장 오래된 탐구대상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사랑은 우리 삶에 중요하며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교육은 외국어와 방정식과 미적분 그리고 먼 우주에 대한 지식은 가르쳤지만, 사랑만은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저도 그러고 보니 결혼 전에 남녀 간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체계적으로 배워본 기억이 없군요. 사랑에 대해서 배워보지 않고 실전에 뛰어드니 무작정 자전거에 올라탄 사람처럼 넘어지고 깨지고.... 실패의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사랑의 본질을 모른 채 하는 백번의 사랑보다 사랑의 본질을 알고 하는 한 번의 사랑이 더욱 아름답다.”는 저자의 주장에 백 번 공감이 갑니다.

그렇다면 사랑의 본질, 혹은 본질적인 사랑이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사랑이란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상대방과 나의 생명을 성장시키는 경험이며 활동’(338쪽)이라고 합니다. 에릭 프롬 식으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영원히 자신을 성장시키는 경험으로서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라 배워야할 기술이자 능력인 것이며, 스콧 펙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혼을 성장시키기 위해 자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라는 것이죠. 또 철학자 니체는 ‘정과 망치를 가지고 돌 속에 잠들어 있는 상대방의 형상을 드러내는 것’이 사랑이라고 멋지고 표현합니다.

 잘못된 사랑은 서로를 착취하고 파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진실한 사랑, 위에서 저자가 정의한 사랑은 서로를 성장시킨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립 플로레스의 말을 인용하여 진실한 사랑의 영향력에 대해서 강조합니다.

“우리가 누구이며 누가 될 수 있는가 상당부분은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 사랑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달렸다.”(347쪽).

이런 차원에서 사랑받지 못한 것은 불운에 지나지 않지만 사랑하지 못하는 것 불행이라는 저자의 말에 진심으로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또 문학이란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삶의 거울’이요 ‘거리고 매고 다니는 거울’이라는데 34편의 작품에 비추인 우리 부부의 모습은 어떤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읽었던 <썩은 사과 한 상자>라는 노부부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봄이되자 집에서 기르는 말을 팔러 가는 영감님이 그것을 당나귀로 바꾸고 다시 염소로, 거위로 자꾸 작아지다가 시장에 도착했을 무렵 상한 데가 많은 사과를 노점에서 파는 것을 보고 ‘영감, 맛있는 사과 한 상자 사오시구려.’라고 했던 할머니 말이 떠올라 마지막으로 그것과 바꿨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대목은 말 한 필을 끌고 가서 할머니가 좋아하는 썩은 사과 한 상자를 들고 오는 영감님을 비난하거나 경멸하지 않고 ‘영감 잘했수, 어쩌면 내 맘과 똑 같소.’라고 맞장구 쳤다라는 부분입니다. 우주는 리듬으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리듬을 맞춰주면 행진하는 군인들의 발걸음에도 거대한 다리가 무너진다는 데  우리 생각과 정서에도 리듬이 있어서 그 박자에 맞게 추임새를 넣어주면 죽은 사람도 살아난다는 이야기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결혼생활을 할 때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제인 에어>같은 드라마틱한 사랑은 아닐지라도 아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로 결심한 것은 참 잘한 것 같습니다. 요리를 못해도, 집안을 잘 안치우고 벗은 옷을 그대로 두고 외출해도 사랑하는 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저 나라는 남자를 만나서 내 곁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그 나머지는 모두 보너스로 누리는 것이지요.

남미영 선생님은 매우 뛰어난 이야기꾼입니다. 길고 복잡한 스토리를 간략하게 요약하면서도 핵심적인 부분은 놓치지 않도록 클로즈업해서 작품의 속살을 보여 주지요. 유명한 작품들이라 한 번쯤 읽어본 기억이 있고 상당수가 영화로도 만들어 졌는데 중년기를 넘어서 다시 친구들과 읽고 사랑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토론해 보는 데 훌륭한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참 저는 영화로 된 작품들의 주제곡을 인터넷을 통해 들으면서 읽었답니다. 뿐만 아니라 저 역시 행복한 삶을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저 자신의 치유와 성장, 그리고 부부의 관계를 튼튼하게 만들어 가는데 도움을 주었던 자가 치료서 34권을 선별해서 책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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