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빠진 아이, 만화로 가르쳐라 - '만화세대'아이의 독서.논술.토론 참고서
한창완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부모들을 위한 독서교육에서 자주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만화에 관련된 것이다. 우리 아이는 책을 안 읽고 만화만 보려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런 질문에 만화 보는 것 자체를 말리기 보다 좋은 만화를 골라주라고 대답을 하곤 했는데 이제 한창완 교수님의 책을 소개해 주게 되어 반갑다.

나 역시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 만화를 끼고 살았다. 읽을 것이 귀했던 시절 책이든 잡지든 만화든지 닥치는대로 읽는 습관이 있었던 터이기도 하거니와 만화보다 더 재미 있는 책도 없는게 사실이다. 내가 만화에 몰입한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초등학교 4-5학년 시절 어머니께서 읍내가서 두통약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다. 일찍 오라는 어머님의 당부도 잊어버리고 만화방에 들렀던 나는 한 권만 더보고 가야지, 딱 한 권만 더보고....이렇게 해가 꼬박 저물고 만 것이다. 집에 가서 어머니의 꾸중을 들을 생각과 죄책감에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밤을 세워 만화를 읽는 일도 다반사였다.

 

나는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만화를 많이 사주었다.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비롯해서 역사를 다루는 만화, 위인들에 관한 이야기 등등. 나도 만화를 좋아하고 아이들도 만화를 좋아해서 우리 집에는 수 백권의 만화로 가득찼는 데 종종 동네 아이들도 와서 함께 만화삼매경에 빠지곤 했다. 그런 집안의 분위기 덕을 가장 많이 본 아이가 세째이다.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어 주었는데 유독 세째는 글을 늦게 깨우쳤다. 그런던 것이 초등학교 1학년 무렵 <징키스칸>이라는 300쪽 분량의 역사 인물 만화를 읽고 또 읽어 몇 쪽에 무슨 대사가 나오는 지 조차 암송할 정도로 독파하더니 한글을 완전히 깨우쳤다. 세째가 중학교 시절 2년간 농구선수로 등록하여 활동했다. 키가 192cm인 것에 농구 감독들이 눈독을 들이더니 꾀어 갔다. 정규 학과 수업은 완전히 멀리하고 매주 시합이 있어 전국을 여행하면서 보냈다. 고등학교 올라가자 농구를 취미로 하는 것과 직업으로 선택해서 성공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인 것을 실감했던지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간곡하게 말렸지만 아이의 의지가 확고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첫 평가고사를 쳤는데 아니나 다를까 600여명 중에서 끝에서 세는 게 빠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다음 시험부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국사를 비롯한 사탐영역에서 2년간의 학습 결손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상위권 성적을 받은 것이다. 이에 자신감이 붙어 영어와 국어를 집중적으로 보충한 결과 지금은 국립대 사학과에 진학하여 공부를 하고 있다. 그때 아들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아빠, 어린 시절 읽었던 만화가 지금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보다 훨씬 내용이 자세해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학부모를 위한 만화독서 지도법이다. 만화의 서사적 특성을 물론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만화가 말이라면 아이를 말에서 끌어 내릴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면 될 것이다. 불량 만화에 빠지면 어쩌나 하는 부모들의 염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부모들의 어린 시절 읽었던 만화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만화의 종류와 질이 탁월하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만화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가이드 한다면 학습에 있어서 달리는 말을 얻는 셈이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http://www.bibliotherapy.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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