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아카시 예술과 심리 동화 시리즈 3
한유진 그림, 김수련 글 / 나한기획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Robinia-pseudoacacia.JPG

 

백과사전을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콩아과에 속하는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나무라고 부른다고  설명되어 있다. 우리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카시아나무는 본래 이름이 아까시아나무이고 이름을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가짜 아카시아(False Acacia)’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본래 아카시아는 미모사아과(Mimosoideae)의 아카시아속에 속하는 식물의 속명이니 콩아과에 속하는 아까시아와는 종이 다른 나무인 것이다. 아까시나무의 뿌리에는 질소 고정(Nitrogen fixation) 박테리아가 있어 덕분에 척박한 땅에서도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아카시아 나무에 대해서 이렇게 사전적으로 설명하면 얼마나 재미 없는 일인가! 김수련님과 한유진님은 아카시아나무의 새로운 측면을 영민이라는 주인공 소년과의 관계를 통해서 생생하게 들려준다. 내가 자란 고향에도 아카시아 나무가 많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진한 향수를 불러온다. 오월이면 하얀 아카시아 꽃으로 세상이 밝아지는 듯안 느낌이 들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진한 향내를 맡을 수 있다. 당분이 부족했던 시절 아이들은 아카시아 꽃을 따서 먹으면서 갈증을 달래곤 했다. 또 아카시아 잎사귀를 따서 손가락으로 탁 내리치면서 잎사귀 떨어뜨리기 놀이를 했던 기억도 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영민이와 아카시아 나무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다. 영민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체구가 작고 볼품이 없다. 아카시아 나무 역시 작고 가시가 돋힌데다가 모양도 별로다. 그러기에 산불이 난 자리에다가 나무를 심기위해 각자의 수종을 골랐을 때 영민이는 자기를 닮은 아카시아를 골랐다. "아카시아라고? 꼭 너처럼 못생긴 나무를 골랐구나."라고 친구들이 놀렸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이든지 나무든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친구들은 영민이와 아카시아 나무의 못생긴 부분만 닮은 점을 보지만 실제로 둘은 더 깊은 차원에서 닮은 꼴이었다. 이제 이점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보자. 먼저 영민이는 자아탄력성, 혹은 회복탄력성이 매우 큰 아이인 것을 알 수 있다. 왜소한 영민이에게 친구들이 "넌 너무 작아서 바람이 불면 휙 날아가 버릴지도 몰라."라고 놀리자 "멋지다! 그럼 난 제일 높은 나무 꼭대기로 올라갈게!"라고 대꾸한다. 얼마나 멋진 반전인가. 마을에 큰 산불이 나서 홍수에 산사태가 날 염려가 있을 때도 "그럼 우리가 나무를 심어요."라고 제일 먼저 제안한 사람도 영민이다.  영민이의 내면세계가 얼마나 건강하고 회복탄력성이 뛰어난지는 자신이 고른 아카시아 나무에게 속삭이는 대사에서 정점을 이룬다.

 

"위로자라는 것보다

땅 속으로 뿌리를

튼튼하게 뻗는 게 더 중요해.

뿌리가 깊어야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단다."

 

아카시아 나무는 영민이의 격려를 받아 위로 솟는 것보다는 땅속으로 뿌리를 깊고 넓게 뻗어가는 데 많은 힘을 기울인다. 사람들은 나무든지 사람이든지 집까지도 겉모양을 본다. 하지만 나무는 보이지 않는 뿌리가 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 내면의 정신세계가 있으며 집은 겉모양보다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관계의 질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이는 세계를 지탱한다는 사실을 아카시아 나무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뿌리가 깊지 않았던 나무들은 부러지고 자빠지고 온전한 것이 하나 없었지만 오직 아카시아 나무만은 뽑히지도 않고 넘어지지도 않은 채 잘 견뎌낸다. 아카시아 나무가 영민이의 내면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라고 본다면 영민이 역시 역경을 잘 이겨낼 수 있을만큼 내면이 튼튼 아이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민이는 어떻게 이런 튼튼한 회복탄력성을 지니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대개 보통사람들의 경우 회복탄력성의 근원이 어린시절 부모와 안정된 애착관계에 있다. 오직 부모라는 존재만을 믿고 벌거벗은 채 태어난 아기. 그 아기의 정서적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해주고, 쉬나 응가를 해도 나무라지 않고 재빨리 치워주며, 배가고플 때 울음으로 신호를 보내면 재빨리 먹을 것을 공급해 주는 경험을 통해서 아기는 '세상은 믿을만 한 곳, 살만한 곳'이라는 신념을 가지게된다. 그리고 튼튼한 자존감과 자아탄력성을 지니고 아카시아나무처럼 역경이 닥쳐와도 거뜬히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무조건적 수용의 경험이 거의 없거나 부족한 아이의 경우 회복탄력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작은 시련에도 좌절하고 위축되고 마는 것이다.

 

2010년도 세계 각국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율을 보니 대한민국이 31.0명으로 세계 2위이다. 31.5명인 리튜아니아라는 나라에게 일등을 빼앗겨서 씁쓸하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라고 하는 아이티는 자살율 제로인 것을 볼 때 경제적 수준과 회복탄력성이 비레하는 것은 아님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회복탄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전적인 성격이고 그다음은 튼튼한 공동체, 특히 가족이다. 여기에 더해서 환경이 조금 영향을 미치고 자신이 스스로의 행복 습관을 통해서 개선할 수 있는 여지도 30%이상은 된다고 긍정심리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우리의 회복탄력성 지수는 얼마나 되는지, 그것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모두 영민이나 아카시아 나무처럼 되고 싶지만 어떻게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듯 해서 말이다. 이 책에서는 방법론까지는 언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읽고나서 독자들이 심도있게 토론해야 할 주제이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목사

http://www..bibliotherapy.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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