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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집
김희경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김희경이 글을 쓰고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라는 폴란드 출신 작가가 그림을 그린 <마음의 집>은 ‘마음’에 대한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주제를 효과적으로 다룬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전달하는 독특한 매체인데 여기에 편집의 요소가 더해져 매우 창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책은 펼쳐보아야 책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각 장을 상하대칭, 또는 좌우 대칭으로 구성하여 독자가 책장을 펼치는 순간 다양한 움직임이 발생한다. 얼굴을 비춘 거울이 나타나고 발이나 의자가 펼쳐진다. 손가락도 펴지고 시계의 뚜껑도 열린다. 새는 좌우 날개를 펴고 방문이 열린다. 끝 장면에서 왼쪽에는 영어로 MAUM이라는 글자가 절반 나뉘어 세로로 새겨져 있고 오른 쪽에는 은박지 거울이 붙어있다. 몇 번을 읽고도 그 의도를 알 수 없었는데 우연히 좌우 페이지의 각도를 잘 조절해 보니 왼쪽의 글자가 오른쪽 거울에 비취자 온전한 MAUM이 나타난다. 이런 창의적이고 섬세한 디자인을 독자들이 알아차려 준다면 작가들도 몹시 행복할 것 같다.
“마음은 집이다.”
이 책은 마음에 대한 이 은유를 다양한 가장집물을 보조관념으로 활용하여 펼쳐나간다.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마음은 잘 알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마음의 집은 사람마다 다르다. 마음의 집에는 문이 있어 안에서 열어 줘야만 누군가 들어 올 수 있다. 그래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다는 표현을 ‘마음의 문을 연다.’라고 하지 않는가. 마음의 집에는 방이 있다. 방은 거실도 있고 작은방, 큰방, 서재 등 다양한 종류가 있듯이 우리 마음도 그렇다. 프로이드는 일찍이 사람의 마음을 의식과 무의식, 전의식 등 지정학적 공간 개념으로 설명했다. 여기에 심리학자 칼 융은 집단 무의식이라는 영역을 더 했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마음의 방을 구별할 수도 있다. 요즘 자신의 뇌구조를 그려보는 활동이 유행이듯 말이다.
마음의 집에는 창문도 있다. 창문과 출입문은 외부와 내부를 구분 짓고 소통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기능이 조금 다르다. 창문을 통해서는 외부를 내다보고 외부인 들이 그 창을 통해 내부를 엿보기도 한다. 출입문은 주인과 손님이 드나드는 문이다. 예부터 사람들은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생각했다. 즉 눈은 우리 두뇌가 밖으로 튀어 나와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마음의 집에는 계단도 있다. 이 작품에서 계단은 가족 간의 마음의 거리를 의미한다. 친밀한 사이는 한 계단쯤 될 것이고 소원해진 관계는 열 계단 그 이상도 될 것이다. 마음의 집에는 부엌도 있다. 이 책에서 부엌은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고 나누는 것을 말한다. 대개 가정에서는 자신만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화장실은 묵은 감정을 배출하는 기능이다. 가족을 이루어 살다보면 아옹다옹 다툴 일이 생기고 그때마다 감정의 찌꺼기들이 남는다. 그런 감정들을 그때그때 배설하지 않고 마음에 쌓아두면 숙변이 되어 자신을 해치고 관계도 상처가 난다.
마음의 집에는 주인도 있다. 이 책에서는 불안이나 희망, 슬픔, 기쁨과 같은 감정들이 자리를 바꿔가며 주인 노릇을 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주인은 감정뿐이 아니라 나를 지배하는 강한 욕구나 평생을 추구하는 가치관도 될 수도 있다. 성인이 되었는데도 타인이 나의 마음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적어도 내 마음의 주인은 내가 되는 것이 맞다. 마음은 다른 마음이라는 동료들도 있다. 혼자가 아니라 공감하고 연대할 누군가 다른 마음들이 있는 점에 위로가 된다.
이 책을 대여섯 명의 어른들이 함께 읽고 두 시간동안 토론했었다. 마음에 관한 다양한 은유들을 하나씩 해석해 보는 시간이 즐거웠다. 더 나가서 우리 자신들의 은유로 확장해 갔다. 어떤 이는 마음은 테라스라고 했다. 테라스라는 공간은 집에 있으면서 밖으로 향해 있는 공간이다. 요즘 아파트들은 내부를 확장하느라 베란다까지 없애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테라스에 작은 테이블과 몇 개의 의자를 설치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밖의 풍경을 내다보는 낭만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마음은 난간이다. 난간은 가족들의 안전을 보호 하고 외부 인들에게 나의 영역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마음에도 난간이 있다. 아무나 허락 없이 난간을 뛰어 넘어 오는 것은 무례한 짓이다. 나또한 함부로 난간을 뛰어 넘어가면 추락사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건강한 마음은 튼튼하고 잘 기능하는 난간이 있다. 우리는 청소기나 초인종, 열쇠, 지하실 등 다양한 은유로 생각을 확장하며 즐겁게 놀았다.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요소인 마음, 이렇게 나에게 익숙한 가장집물을 보조관념 삼아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좀 더 명료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림책이 이렇게 철학적이도 되나?’라는 생각에 즐거웠다.
<토론을 위한 발문>
1. 작가는 마음을 어떤 은유로 표현하는가? 그 목록과 의미는?
2. 우리 마음은 어떤 속성이 있는가?
3. 우리 마음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
4. 내 마음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가꾸는 방법은?
5. 마음에 관한 속담이나 관용구들은?
6. 내 마음이 작동하는 규칙이 있다면?
7. 서로 자신들의 마음을 잘 전달하는 방법은?
8. 마음은 어떤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을까?(감각, 기억, 인지 욕구, 정서, 사고, 초인지, 초감정/ 의식-전의식-무의식-집단무의식/ 가치관....)
9. 몸과 마음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작동하는 것일까?
10. 마음과 우리 환경은 어떤 관계일까?
11. 양심이란 무엇일까?
12. 마음을 나타내는 단어들은?
13.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14. 작가가 활용한 은유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15. 내가 생각하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독후활동>
1. 마음을 주제로 공동 시 쓰기
2. 마음에 관한 관용구 사전 만들기
3. 나의 두뇌지도 그림 그려보기
4. 마음을 잘 관리하는 100가지 방법 목록글쓰기(공동 작업 가능)\
5. 내 마음에 자양분 되는 단어 목록 만드릭
6. <마음의 집> 표지 다시 그려보기
친구가 미워질 때, 질투하는 마음이 생길 때,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싸우고 싶을 땐 변기 손잡이를 꾹 누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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