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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처방전 - 내 마음이 가장 어려운 당신을 위한 1:1 그림 치유
김선현 지음 / 블랙피쉬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남들이 다 지나쳐간 그 그림에 나만 홀로 우뚝 서 있는 그런, 그림을 만나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적이 있습니다. 그 그림 앞에서 마치 거짓말처럼 꼼짝을 못 하고 서 있었던 적이요. 그 그림은, 김환기 화백의 그림이었습니다. 어쩌면, 남들에게는 딱히 눈에 띄는 그림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제게만은 특별했습니다. 그냥 그림을 이미지로만 본다면, 별것 아닐 겁니다. 실망하실지도 모르지만, 제게는 참으로 특별했던 그림이었습니다.
그저, 발길을 잡았을 뿐이었던 그림이었습니다. 처음은, "압도"된다는 것을 책에서나 봤는데 그제서야 알 것 같았습니다. 그 모든 그림 중, 유독 눈에 들어온 그림 한 점이요..
이 책은,
그렇게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 안에 숨어있는 우리들의 심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당신의 고민을 그림으로 풀어드립니다,라고 해서, 저는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어땠을까요? 말하자면 이렇게 갤러리나 미술관의 그림 중, 저처럼 그 앞에 우뚝 선 그림, 내 눈길을 잡는 그림, 그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_ 마치 제 앞에서 도슨트가 펼쳐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그림에 대한 설명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싶었던 것은 내 눈을 사로잡았던 그림에 내 심리도 알고 싶었고 그리하여 결국 내가 결정한다 해도, 처방전이 나오길 기다렸습니다만,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나쁘지 않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만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그 그림에서 내가 "느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을 전단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예술 작품이란 가장 주관적이기도 것이기도 하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림에 대한 설명, 괜찮았습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여자, 그리고 이제 당신의 꽃을 피워라._ 끄떡이면서 읽어갔습니다. 특히,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은 오, 하는 순간 소더비에서 495억 원으로 여성화가의 작품으로는 최고가를 기록했단 것을 읽고 살짝 웃었습니다. 그림이 좋았기 때문이죠. 그런 파트들이 재미있었기도 했지만, 왜 많은 부분이 "사랑"이 아니면 설명이 어려운 듯 초반부터 계속 말하는 것은, 그 "사랑"이었습니다. 물론, 우리 생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굳이 그 처방전이 어째서 받아들고는 그렇던가? 하고 있었을까요?
어떤 그림들은, 제가 보기엔 남성이 여성을 희롱하는 듯도 보였으나,
그런 그림들도, 사랑하는 두 남녀라는 설명에는 비전문가인 제가 살짝 뒤로 물러설 수밖엔 없었습니다. 전 이 "사랑"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갈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사랑이 담고 있는 것은 사랑만이 아니니까요. 그 안에 희로애락이 있기에 그리 설명하셨겠지만 언제 이 사랑타령이 끝나나,라고 저처럼 메마른 사람은 그리 느낄 수밖엔 없었습니다..

표제작인, 팩스턴의 <스튜디오를 떠나며>입니다. 그래서, 이 그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안정된 것 그리고 두려움이 없어 보이는 그녀. 이러한 설명들이 꽤 좋았던 것은, 아마 그 "사랑"이 빠진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는 충분히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만, 아쉬운 것은 이 제목이었습니다.
제목을 어째서 <그림 처방전>이라고 했을까 싶으니, 아마도 그림을 보는 내내 위안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택한 저는, 갤러리에서 이 그림이 유독 제 눈에 들어온 이유가 알고 싶었고, 그다음의 그림이, 그렇게 순차적으로 part를 나누었더라면 싶은 마음에 실망이 더 컸습니다. 그림에서 처방전은 없습니다. 그저 설명이 있을 뿐,이라는 건 아닙니다. 분명, 제가 반 고흐의 그림을 볼 때도 유독 그때 울음에 관해서 눈에 들어왔던 그림들, 그 많은 해바라기 중에서도 왜 저것이 들어왔을까?라는 의문을 이 책에서 풀 수 있는지 알았는데, 단순 설명의 나열식이라 그러려면 제목을 이렇게 짓진 말지, 싶었습니다.
분명 책은 작가의 사랑 타령만 뺀다면 설명으로 갤러리에 아주 괜찮은 도슨트였습니다만, 원하는 처방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점이 참 아쉬웠습니다. 내용이 좋다고 그 모든 것이 커버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심지어, 저와 너무나 다르게 혹은 틀린 것 아닐까? 싶은 그림들도 있어선 많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괴로움이 남기고 간 것을 맛보아라. 고통도 지나고 나면 달콤한 것이다"(본문 146p, 괴테의 말 인용)
이조차도 당연한 것 아닐까? _ 그 흔한 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도 있으며, 지금 당장 아픈 사람에게는 이 말이 가장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은 왜 생각지 않을까?라는 삐딱한 생각조차 만들었습니다

나만 어려운 건 아니라는 동질감을 위안으로 삼고 기운 내서 그 길을 걸어보세요.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도록 나 자신을 기다려 주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봄은 반드시 돌아올 거예요. 본문 207p
가장 주관적인 해석, 예술. 그중에서도 또한 미술.
어찌 보면, 완벽해 보이는 클림트의 "키스"를 처방전으로 내려줬으나, 그 여인의 발이 낭떠러지에 아슬아슬해서 미묘해 그 관계가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결국, 내 처방전은 스스로가 찾아야 하는구나,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