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날 당했습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아마도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두려운 건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그러자, 알고 싶어졌습니다. 도대체 왜 자신을 죽이려 했는지를요. 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부탁했습니다. 그곳엔, 유명한 미스터리 소설가부터 전직 경찰, 그리고 유명 프로파일러까지 있는 모임 <연미회>에 말입니다.


그들이, 과연 그녀의 4년 전 사건의 진상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를요. 제3자가 보면 객관적일 수 있는 사건일 수도 있으며 미스터리 쪽으로 전문가들이니까요 물론, 늘 그렇듯이 전문가들이 늘 정답을 말하진 않습니다만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 모임이 시작됐습니다. 진실이 알려질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녀가 원한 답은 어쩌면 범인은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의 의뢰인인 그녀 고즈에가 원한 건 하나, "범인은 왜 하필 나였는가?"였습니다.



하지만, 무한대처럼 늘어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야 할까요? 듣는 입장에선 흥미롭습니다만, 그녀의 입장에선 아닐 수도 있습니다.끊임없이 나오는 가설들은 정말 그럴싸합니다. 하지만 꼭 하나가 빠져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것들이 완성되기까지는 늘 그렇듯, 하나가 삐거덕 거리는 순간, 또 다른 하나의 새로운 추론이 나옵니다. 상당히 흥미롭습니다만, 피해자의 입장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실체"를 수반한 이유였다"(364p. 고즈에)


흥미로운 가설, 그리고 그녀의 사건은 그저 그들의 놀이에 지나지 않는 느낌에, 고즈에는 조금씩 짜증이 납니다.- 그것은 어쩌면, 미스터리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역시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도, 이 가설이 뒤집히면 다른 가설이 나올 때쯤, 도대체 그래서 어쩌잔 걸까?라면서 살짝 지루한 지점이 분명 있었으니 사건 당사자로서는 더더욱 그랬을 겁니다. 이 지점에서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마치, 얼마 전 읽은 <미스터리 아레나>가 그랬듯 호, 불호가 분명 있을 수 있습니다. 쏟아지는 가설 속, 그녀가 찾는 것은 과연, 있었을까요?




파티는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 불꽃놀이같이 화려한 파티의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시간을 착각했는지도요. 여러분은, 늘 그 파티가 정말 메인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화려한 애피타이저에 혹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당연하죠. 메인 요리를 먹기 위해선, 애피타이저에 공을 들여야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단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네, 제목처럼 <끝없는 살인>이긴 했습니다. 분명히요. 그리고 그 애피타이저가 너무 화려했을 뿐, 메인 요리와 디저트까지 훌륭했습니다. 그 메인 요릴 저는 대충은 짐작했습니다. 왜냐면, 애피타이저에 없었거든요. 꼭 나와야 할 "그것"이 보이지 않아서 설마..?라고 생각은 했으나, 마지막에 훌륭하게 장식해준 디저트 때문에 잊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많은 이 요릴 먹은 부작용이죠..;;


하지만,

정말 그 마지막 저는 마음에 쏙 들긴 했습니다. 그녀가 말한 "왜 어째서"인 와이더닛.. 그것을 깨부수고 있었으니까요. 아주, 멋있게 말입니다





그렇게까지,

원했던 것은 무었이었던가요? 이 이야기 속에는 의외로 허무함이 감돕니다. 전체적으로요. 미묘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때문이 아니라, 쓸쓸한 이야기, 각자 서로의 소통없는 느낌 속에서 아니, 나 혼자 무대에 서 있다가 또 주인공이 바뀌면서 내려오고, 내려오는 과정 속에서 무대는 의외로 크게 울리지 않습니다. 각자가 분명, 이야기를 하는데 그들은 모두가 주인공이길 원할 뿐, 상대방을 보지 않는 연극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공허한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루즈하다 느낀 부분은 그래서였는지도 모릅니다. 허공에 맴돌던 그 포인트를 아무도 생각지 않았고 공허하지 않게 아주 잘 포장돼 있기도 했습니다. 그늘의 연미회, 즉, "연명회"는 이 제목인 <끝없는 살인>과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럼에도, 미묘한 씁쓸함, 허무함은 저만 그랬던가 싶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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