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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독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똑같은 생년월일, 그리고 이름 역시 한자의 차이로 닮아있는 두 여자가 만났습니다. 직업소개소에서 말입니다. 기미와 요코가 말입니다.
그 때문에,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먼저 손을 내민 건 기미였습니다. 요코에겐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직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다쓰야라는 어린 조카는 트라우마 때문에 실어증까지 걸린 상태에서 그녀의 손길이 필요했고, 그런 그녀에게 난바 집안의 입주 가정부는 말입니다.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난바 선생은, 그 누구에게도 말을 놓은 경우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어린 조카인 다쓰야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그랬습니다, 난바 선생은 어쩌면 그가 말한
"가슴속에 독을 품으십시오. 어중간한 현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어리석은 자야말로 그 독을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어리석은 자의 독입니다." 본문 124p
가슴속의 독, 어리석은 자의 독, 그러한 어려운 말들을 분명, 다쓰야에게 하고 있었지만 그 말은, 다른 이들에게 또한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_스포 있습니다.


다쓰야가 아닌,
그들, 아슬아슬한 녹슨 다리로, 어차피 녹슨 저 건너편의 문으로 가려는 사람들에게 대신해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의 정확힌 난바 선생의 부인의 아들 유키오에게 어느새 연심을 품은 요코에게 하는 말인지, 혹은 다른 이들의 칼날에 녹슨 그것에 대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그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도요. 그는 유키오의 비밀조차 요코에게 털어놓습니다. 어째서 그는 이렇게도 인간을 믿을 수 있을까, 할 정도로요.
녹슨 다리를 건너고 있었던 것은, 그들이었는지 혹은 선생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든든하던 난바 선생이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하필이면,
요코가 집을 비운 사이에 비극은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묘한 위화감을 느낀 요코입니다. 그것을 느낄 겨를 없이, 다쓰야를 떠나보내기로 합니다. 말은, 둘 다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상은 내가 편하기 위해서인 것을 모를 리 없는데, 단 한 마디 다쓰야의 "야코임"이란 말이 그녀의 결심을 되돌립니다.

어딘가 어둠 속에 갇힌 적이 있습니까? 저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폐광촌 마을의 노조미는, 그저 그 어둠 속에서 계속 머물러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그때의 충격으로 제정신이 아니고 누워만 있고 어머니는 어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사라져 세상에서 꼭 버림받은 것만 같았습니다. 아무도, 그들에게 내주는 손길이 없었습니다. 먼저 내 주는 손길이요. 그래서 스스로 폐광촌을 벗어나야만 했습니다 아니면, 죽으니까요. 그곳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지를 더 이상 알고 싶진 않았습니다.
절망이란 것은,
더 이상 아무런 희망이 없을 땝니다. 죽음보다 더한 것들, 노조미의 말처럼, "이곳은 지옥이다. 아수라가 아이들을 잡아먹는 지옥"(본문 264p)
더 이상, 버릴 게 없을 때 아사의 직전 나타나는 그 굶주림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버렸을 때는 어쩌면 이미 늦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지옥 같던 곳을 탈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유일하게 손을 잡고 있던 유우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결과가 참혹할지라도_라면서 말입니다.


절망이,
지옥 같은 곳을 탈출했을 때, 환호를 하던 것은 아주 잠시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그 악연의 끈질긴 인연에 놀라고, 다시 또 당황스러워합니다.
요코의 감옥은 다쓰야였고, 기미의 지옥은 과거가 붙잡는 그것들이었으면 유키오의 마지막은, 독이었습니다. 어쩌면, 알았는지도 모르고, 몰랐을 지도 모를 그 독이었습니다.
책은, 1986년 요코의 시점으로, 1965년 노조미의 시점, 그리고 현재인 2015-2016년을 오가며 서술합니다. 또한, 2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유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을 동안 음울함이 존재합니다. 그래선지 저는 앞부분에서 꽤나 애를 먹었습니다. 아니 되려 초반은 그런 분위기가 없었음에도 쉬이 넘어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2장 노조미의 시점부터는 술술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폐광촌의 그 희망 한 자락 없는, 그 기묘한 분위기부터 말입니다.
"...... 하지만 이 멧누에나방은 여전히 야생을 휘젓고 다니는 용맹한 곤충입니다. "
"먹이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고 다리 빨판 힘도 강합니다. 한마디로 생명력이 왕성하다는 뜻이지요. ...."
130p, 난바 선생.


그들과 공범이 되었냐면, 아니오,라고 저을 수밖엔 없습니다. 하지만, 또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냐면, 그 또한 아닙니다.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또 그들의 삶을 살아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삶은, 교과서가 아니니까요.
멧누에나방처럼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까마귀처럼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마지막 유키오에겐 눈물을 흘릴 밖에요.
한 번도,
나 자신의 삶도,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그이기 때문입니다. 어째서인지, 늘 그는 자신을 저 뒤로, 뒤로 두었습니다. "어중간한 현자"처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