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NANA 1
야자와 아이 지음, 박세라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나>는 아주 간단히 말하면, 동명이인인 두 명의 나나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다. 조금 더 길게 말하면 <블랙스톤즈>라는 보컬의 리드싱어인 '오사카 나나'와 특별한 직업도 없이 알바로 돈을 벌며 남자를 사랑하는 일을 인생의 목표로 여기는 '고마츠 나나'의 이야기다.

이, <나나>'라는 만화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영화로, 애니메이션으로, 게임으로, 흥행붐을 일으키는 이유를 나는 모른다. 어쩌면 <나나>가 가지고 있는 트랜디한 매력 탓일지도 모르겠고, 여타의 순정만화와는 다르게 서사 구조가 탄탄하면서도 만화다운 점을 잃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오사카 나나'가 보여주는 화려한 연예계의 세계를 '고마츠 나나'라는 평범한 존재를 통해 대리만족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나>를 나를 미치게 하는 몇 가지 코드 중 하나로 선정한 이유는 <나나>에 등장하는 인간군상 때문이다.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거다. 그들의 외모는 완벽하고 화려할 수 있어도 그들의 내면은 상처투성이의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상처의 일면들을 보여주며 그런 캐릭터들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방법들을 그려낸다. 공감 200%인 대사들은 '야자와 아이(혹은 스토리 작가)'가 인생을 참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같으면서도 그렇게 또 현실과 닮아 있다. 그래서 나는 등장인물과 종종 동화가 되어 얼른 그 인물이 상처로부터 벗어나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열망으로 가득하게 된다.

그러나 '야자와 아이'는 좀처럼 그럴 생각이 없나 보다. 그들,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불안정하며 상처투성이이며 외로워하고 상처를 넘어서는 걸 두려워하며 그래서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너무나도 행복을 열망하지만 어떤 게 행복인지조차 잘 몰라서 감히 행복의 기운을 찾아내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런 게 오히려 더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서서히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모습들도 보이지만, 그건 조금씩 더디게 진행이 된다. 삶의 과정처럼.)

묘하게도 너무나도 만화적인 인물들이 등장해 만화적인 상상력들을 풀어내며 만화적인 상황들을 만들어가는데도, 동시에 지극히 일상적인 삶의 한 구석을 풀어헤쳐보이는 듯한 이 만화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면, 무수한 <나나>의 팬들도 나와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과 나는 같은 면을 보고 이리도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서서히 <나나>도 끝을 향해 나가고 있다. -연재물은 언제나 그러하듯 상업성과 관련이 있기에 좀처럼 끝내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수많은 팬들이 있는데 어찌 그리 쉽사리 끝낼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어쩐지 끝은 해피엔딩은 아닐 것 같다. 중간중간 비극을 암시하는 문구들을 떠올려보면.

하지만 나는 그 비극의 얼굴도 정면으로 바라보리라. 그게 삶의 한 모습이라면 나도 이제 당당하게 맞서 보리라. '꿈'을 꾼다는 건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말하는 게 아니니까. '꿈'을 꾼다는 건 역시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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