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지향 - 배움을 흥정하는 아이들, 일에서 도피하는 청년들 성장 거부 세대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
우치다 타츠루 지음, 김경옥 옮김 / 민들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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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를 좋아한다.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이나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를 재밌게 읽었다. <하류지향>은 오래 전에 신간 소개 기사에서 소개받고는 읽어야지 하다가 이제야 읽었다.

 

조금 더 빨리 읽었으면, 학교에서 왜 배워요?”, “뭐에 써 먹어요?”라는 식의 질문에 대해 부드럽게 응대했을 수 있었겠다. 2005년에 강연을 하고 2007년에 이 책이 출판되었으니 10년이나 지났다. 일본이 한국보다 몇 십 년 앞서 있다고 하니 현재 한국 사회를 설명하기 유용한 책이다. 2013년에 쓴 우치다 타츠루의 서문에 의하면 그도 절판되었던 이 책을 다시 출간하는 것을 보니 한국에서도 이 이야기가 어느 정도 유효해진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일본 번역서들이 대체로 그렇듯 쉽게 잘 읽힌다. 우치다 타츠루는 필력이 좋은 저자인 덕도 있겠다.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몇 대목 있지만 대부분은 우치다 타츠루가 가진 문제의식과 분석에 공감했다. 신자유주의는 공부와 노동으로부터 도피하는 세대를 양산했고 자본화되지 않는 것들은 유효하지 않게 만들었다. 공장의 레일이 돌아가듯 24시간 살아가는 노동자에게 시간성은 사라지고 없다.

 

몇 년 전 저녁이 있는 삶이란 말을 공약으로 걸었던 정치권의 후보(이 사람은 싫어한다)가 있었을 만큼 우리는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책을 읽으며 일본과도 너무나도 흡사한 한국 상황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노동조건이 나쁜 나라이기 때문이다.

 

햄버거 세트 하나 맘 편하게 사 먹기 힘든 최저시급, 언제 짤려도 이상하지 않은 계약직 노동자, 쉴 공간이 없어 화장실 한 켠에서 쉬어야 하는 청소 노동자. 그런 생각을 하니 우울함이 밀려든다. 무엇이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살게 할 것인가. 자꾸 되물을 수밖에 없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정치와 사회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대답이다. 우치다가 말했듯, “주제넘은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청년 실업에도, 최저시급에도, 청소 노동자 문제에도, 세월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한 사람이 없도록. 그에 대한 관심이 나에 대한 관심이므로.

 

무지는 죄이다. 늘 그렇게 믿었다,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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