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다 소통을 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자신의 생각을 교류하고 싶어하고 상한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하고 지식을 나누고 싶어한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하고 함께 무언가를 공유하고 싶어한다. 사실 사람들은 다 그렇게 '더불어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주의, 나아가서 이기주의를 권장한다. 그래서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외롭다. 어딘가에서 그 외로움을 채우고 싶어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쌓여가면서 사람들은 점차 서로간의 의사소통보다는 내 이야기를 얼마나 잘 들리게 할 것인가, 혹은 내 이야기를 얼마나 잘 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인터넷 문화가 바로 그런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동호회 형태의 클럽이나  카페가 아닌 블로그, 혹은 미니홈피가 인터넷 문화에 주류를 이룬 것을 그렇게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 혹은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에 대해 어떤 방식의 코멘트를 기다리는 것이 어쩌면 요즘의 소통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서글펐다.

정작 소통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고 온라인 상에 글을 쓰고 위안받기를 원하는 건,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의 반영은 아닐까.

사람 간에 거리를 두고 진짜 속내를 보이지 않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닐까. 내 일, 아니니까 하는 마음으로 나와 타인을 처절하게 구분하면서도 타인에게 위로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그 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상처는 받고 싶지 않지만 사랑은 받고 싶은 어린 자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삶은, 생각보다 공평해서 사랑이 있으면 상처가 있다.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다. 건강함이 있으면 아픔이 있다. 강인함이 있으면 연약함이 있다. 웃음이 있으면 눈물도 있다. 그래서 상처를 받더라도 다가서야 하고 말해야 하는데, 다들 악역은 맡고 싶지 않은 거다.

아주 잠깐 어울리지 않는 악역을 맡았었다. 하지만 그 악역을 맡은 사람의 슬픔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음도 이해받을 수 없다.

잘, 모르겠다. 살면서 가끔 방향성을 잃을 때가 있다. 아니 보다 분명하게 말하자면, 지향점은 분명하지만 그 지향점을 향해 가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저기 고지가 보이는데, 내 바로 앞에는 뭐가 있는지 볼 수가 없어서 배를 타야 할지, 버스를 타야 할지, 걸어야 할지, 비행기를 타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보고 있는 그 지향점의 동료는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살아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인생을 산다는 건 그래서 즐겁다고도 말을 하지만 때때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서 참으로 암담하다.

나는 글쓰기보다는 말로 소통을 하고 싶고, 온라인 상의 형체가 보이지 않는 사람보다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고, 때로 상처를 받더라도 정직함과 진실함으로 삶을 채워나가서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진실하게 사랑하고 싶다.

비록 내 말하기 방식이 서툴러도. 늘 그렇듯 글쓰기가 훨씬 명확하게 내가 말하고 싶은 바를 잘 전달할 수 있다고 해도. 나는 글이 아닌 말로도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했으면 싶고, 내가 서 있는 삶의 현장에서부터 진실을 실천해나가고 싶은 것이다.

이해(利害) 관계, 그리고 접점이 없기 때문에 쉽사리 위로하고 쉽사리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온라인 상의 관계보다는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사랑하기 힘들고 늘 부딪혀야 하기 때문에 더욱 더 싫어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그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면으로 돌진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은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정말 그럴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비겁하지 않고 용감하게, 그 과정 속에서 마음은 너덜너덜 다 떨어지고 찢겨져 걸레가 되어도 어느 순간은 그 찢겨진 마음 사이로 진실이 스며든다고 믿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패잔병처럼 쓸쓸하고, 외롭고, 아프고, 그래서 또 어떤 방식의 위로든 친절함이든 너무 쉽게 기대고 싶을 뿐이다. 그런 나약함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희망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도록, 홀로 튼튼해져야 할 시기일지도 모른다...

잘, 모르겠다. 그냥 사실은 잘 모르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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