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정현종 옮김 / 물병자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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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대한, 믿음에 대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 무식하게도 믿음은 실천이라고 생각했고 실천은 행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배운대로 믿었고 믿은 대로 행동했다. 그러나 그 결과 나는 지쳐버렸고 총체적 난국에 진면하게 된 것이다.

과연 사랑할 수 있는가? 사람은 이기적인 자아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가? 에 대한 질문을 절망으로 가득 채워놓았을 즈음 이 책을 만났다. 우연이란 결국 필연일 수밖에 없는 게 읽으면서 나는 지금 이 책을 너무 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결국은 '자기 포기'가 사랑을 아름다움을 완성한다고 말한다. 사랑은, 아름다움은 있다고 말한다. 관찰자인 내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사물을 그저 존재함으로 바라볼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충분히 동의하지만 실천을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얻은 것은 절망이 아니다. 다시금 희망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제 희망할 수 있음은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음도 말이다. 사랑은 의미있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오늘 이 책을 알게 한 인연에 감사한다.

덧붙임- 리뷰를 검색해보니 어떤 분께서 번역이 엉망이라고 지적하셨던데, 반대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만한 번역은 오랜만에 본다는 생각을 했다. 문학을 한다는 게 역시 뛰어난 재능이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또 역시 문학을 하는 사람이 번역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한 문장을 번역할 때 이토록 정성이 들어간, 어휘가 풍부한, 한국말다운 번역은 쉽게 볼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왜 번역이 엉망이라고 하셨을까. 그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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