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2017년에 시라토리 하루히코의 <지성만이 무기다>를 읽으며 이 책이 자기계발서를 가장한 인문학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알라딘의 책 분류를 대체로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지성만이 무기다>는 동의할 수 없었다.

 

이번엔 반대다. 알라딘 책 분류에 의하면 도리스 메르틴의 <아비투스>'인문학/교양인문학'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나는 이 책이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한국식 자기계발서와의 차이점이라면 조금 더 전문가(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정도겠다.

 

책날개에 의하면 도리스 메르틴은 독일 사람이다. 그런데 예로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트럼프, 오바마, 빌 게이츠와 같은 미국인이 자주 등장한다. 이 책의 초판은 독일어로 쓰였을까, 영어로 쓰였을까 몇 번이나 의심했을 정도로 잦았다. 작가는 미국에서 출간되기를 희망해서 이런 식으로 자주 미국인들을 등장시킨 걸까, 아니면 자신이 영문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익숙한 걸까 오래 생각했다. 출판사에 물어보고 싶을 만큼 궁금했는데 결론은 독일어였을 것 같다는 쪽으로 기울고 끝났다. 가끔 한국어 옆에 병기된 언어가 독일어였기 때문이다.

 

이 책의 '1장 아비투스가 삶, 기회, 지위를 결정한다'에 의하면 '아비투스'(당연히) 부르디외의 용어이다. 작가는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의 중심개념인 '아비투스'를 적극적으로 변용하여 7가지로 구분한다.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신체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로 나누어 이 책의 2장부터 8장까지를 구성한다. 그리고 각각의 자본이 어떤 의미이며, 상류층, 중산층, 하류층은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하면 최상류층(아마도 상위 1~3%)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1장을 읽으며 가장 큰 의문은 부르디외가 '아비투스'를 연구하면서 '과연 아비투스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는지였다. 그리고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중산층들에게 아비투스를 열심히 공부하여 상류층으로 갈 것을 욕망해야 한다고 했는지였다. 전자의 답은 긍정일 수도 있겠지만, 후자의 답은 부정일 것 같다. 아직 구별짓기라는 두꺼운 책을 사두고 읽진 못했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부르디외의 다른 글을 읽은 바에 의하면 부정에 가까울 것 같다.

 

두 번째 의문은 저자의 '예상독자'였다. 1장에 의하면 " 상위 3퍼센트를 위해 이 책을 쓴 게 아니다. 당신과 나 같은 보통 사람을 위해 썼다. 이런 계층 사다리의 중간에 있는 이들은 성과 지향 아비투스가 강할 것이"(34)라 한다. 당신과 나에 포함되는 계층 사다리 중간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신'은 짐작할 수 없으니 이 책의 "" 즉 저자를 토대로 짐작해 보려 한다. 저자는 대학에서 영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년 넘게 기업과 개인에게 컨설팅과 강연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집필한 책은 전 세계 1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고도 한다. 그런 저자처럼 평범한 사람은 상위 10%부터 시작해서 (넉넉잡아도) 상위 30%일 듯하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에서의 '당신'이 아니니 이 책을 읽으며 허무맹랑하다거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저자의 '구별짓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계속 상류층과 중산층을 구별지으며 상류층으로 가기 위한 방법을 알려 주려 한다. "중산층과 상류층의 차이는 비록 희미하지만 사라지지 않"(97)기에 "높이 오르고 싶다면 끊임없이 높은 곳의 코드를 이해하고 내면화해야 한다"(110)고 안내한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저자가 구분한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신체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에 저자의 방식처럼 순위를 매기면 가장 높은 곳에 차지하는 자본은 역시 경제자본이 아닐까. 경제자본이 없으면 나머지 자본들은 쌓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혹자는 심리자본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심리자본은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 회복탄력성이란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성인이 된 후에는 어느 정도는 자본과 상관관계가 있다. 정말로 끈기 있고 열정 있는 사람이 몇 년을 열심히 아르바이트하여 모은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사업의 아이디어를 비슷하게 본뜬 대기업이 유통망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바람에 사업이 완전히 망했다고 치자.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너무 잦으니.) 그가 다시 힘을 내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다시 사업을 시작하기 쉬울까.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다시 돈을 모으고 다시 사업을 시작하느라 전보다 더 어려운 시간을 겪을 텐데 과연 회복탄력성을 갖기 쉬울까.

 

근래에 송영준의 <공부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2020년도 수능만점자 송영준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수능만점자 15명 중에 그가 가장 주목을 받은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겠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에 누군가가 섣불리 송영준식 공부를 하겠다고 덤빈다면 말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는 중학교 수석 입학자(설사 저자의 평가처럼 그 학교가 대단한 학교는 아니었어도)였고 김해외국어고등학교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입학했던 사람이다. 외고에 추천받아 합격했을 정도면 공부 재능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이다.

 

송영준의 공부법을 배우기에 앞서 떠올릴 점은 그를 제외한 수능만점자 14명이다. 회복탄력성을 생각하기에 앞서 떠올릴 점은 실패했을 때 다시 기회가 생길 수 있느냐의 여부다. 내가 자기계발서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제부터 틀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아무도 사교육을 받지 않는 사회라면, 우리 사회가 실패해도 누구나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사회라면 그제서야 노력과 회복탄력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일에는 재능이 뒷받침되니 자아 성찰과 자기 이해는 필수지만 말이다. (직업에 대한 서열화와 판타지가 없다면 자아 성찰도 지금보다는 더 가능해질 텐데.)

 

다시 아비투스로 돌아가, 이 책의 예상 독자가 아닌 내가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책에서 배울 점이 전혀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얼마나 비슷해지고 있는지(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독일 교육 판타지(?)와는 달리 독일도 대학 졸업장이 계속 인기를 누리고 있고 대학교 역시 일반 대학과 명문 대학으로 나뉘고 여전히 졸업장과 학위를 대신할 대안은 없다(127-128)고 한다. 또 독일 역시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배분해보니 노동자 계급 출신의 박사들 중에서는 10분의 1만이, 부유층 출신 중에는 5분의 1이 최고경영자가 되었다(130)고 한다) 배웠고, 판단력 있는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교양인이 되어야 한다는 내 믿음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상류층의 잘 관리된 아비투스는 역량을 깊고 넓게 확장한다. 경영학에서는 이런 사람을 T자형 인물이라고 부른다. T자의 세로 기둥은 탄탄한 전문 지식을, 가로 막대는 전문 분야와 맞닿아 있는 다른 분야에 대한 얕지만 넓은 지식을 상징한다.(138)")도 알게 되었다. (내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려는 이유는 상류층이 되고 싶어서는 아니지만 상류층도 원한다는데 상류층이 아닌 사람이라면 더더욱 원해야 하지 않겠나.)

 

2016년 독일연방은행의 가계순자산 보고서에 의하면 가계순자산이 상위 30퍼센트에 속하려면 모든 부채를 차감한 가계순자산이 약 26천만원이 있어야 하고 상위 10퍼센트에 속하려면 약 65천만원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검색해보니 비슷한 시기의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했다. 내가 부자의 기준을 어디에서 배우겠는가. 이외에도 상류층과 중산층에 대해 상세한 숫자들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놀랍고도 놀라웠다. 나는 이렇게 부자의 기준을 숫자로 상세히 이야기하는 책을 처음 읽었으니 이 책을 읽고 쌓은 새로운 지식은 여러 모로 많았다고 하겠다.

 

이 책을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읽고 서평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오랜만에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그러나 출판사에서 리뷰단을 모집한 후에 기대한 서평은 이런 것은 아닐 텐데 싶어 스스로를 혼내기도 해야겠다.

 

 

- 이 리뷰는 다산북스에서 모집한 <아비투스> 리뷰단에 당첨되어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

 

당신의 아비투스는 당신의 과거, 가족, 교육, 경력을 통해 형성된다.(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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