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이야기, 잊혀지지 않는 목소리˝
최근 이슈가 된 고 김광석의 부인 인터뷰를 보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대다수 사람들이 김광석의 팬으로서 그의 목소리와 노래를 추억하고 사랑하고 있을텐데 그 사랑이 분노가 되고 화살이 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음을 다독이며 끝까지 인터뷰를 봤다.
다시 한 번 <김광석 평전>을 꺼내 읽는다. 김광석의 딸 서연이의 이야기가 있는 대목이나 나우누리 팬클럽에 올린 게시글들이 눈에 들어온다. 신기한 일인데, 김광석의 글을 읽으면 그 목소리며 억양, 표정 같은 것들이 함께 떠오른다. 대학시절 내내 김광석을 듣고 따라 부르며 슬픔과 상실을 위로받았다.
˝사랑만이 가치를 가졌던 젊은 날의 열정과 아픔,
변해가는 것과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홀로 남아 생을 살아가야 하는 자의 괴로움,
삶의 무게로 부대끼는 자의 힘겨움,
그러나 절망 끝에서 만나는 희망.˝
내게 김광석을 기록한 최고의 책은 소극장 학전에서 출간한 <김광석 노래집>이다. ‘거리에서‘부터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까지 순서대로 악보가 실려있는 책. 페이지 사이사이에 김광석의 짧은 글이 수록되어 있다. 목소리와 그 노랫말만큼 그를 잘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대학시절 동아리 캐비닛에 이 책이 있었다. 술취한 새벽에는 아무도 없는 동아리 방에서 1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페이지를 넘겨가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정말 아끼던 책이지만 따로 구할 수가 없어서 제본을 해두었다. 군 제대 후 복학했을 땐 책이 사라졌고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는 가운데 제본한 책도 사라져 아쉽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김광석을 감각했을까를 잘 보여주는 책이 <김광석 프로젝트, 스무 살>이라고 생각한다. 김광석의 노래와 연관된 단편 만화들이 수록된 책이다. 성기완의 글이 함께 실려 있는데 이 문장만큼 김광석을 잘 이야기하고 있는 글을 보지 못했다. ˝김광석의 목소리는 쇳소리다. 하지만 그 쇳소리는 남을 상처입히는 목소리가 아니라 스스로를 상처입히는 쇳소리다.˝ 김광석의 노래에 배어있는 서정성을 드러내는 글.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자란 만화가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단편들에서도 그런 서정을 함께 읽을 수 있다.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리뷰>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갓 같아서 생각났다. 그 시절에 들었던 음악엔 그 시절, 그때의 감성이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