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정리하다가 빼놓은 김에 술술 읽었다. 종광이 형은 내리시절에 출강을 하기도 했는데 수업 시간보다 술자리에서 더 자주 만났다. 형이 서명해서 선물한 책. 이문구 선생의 해학과 위트를 계승하는 작가라고 평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박한 기록문학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 내리 생활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묘사 때문이다. 별칭으로 묘사된 인물들의 실제 모델이 된 선배들이며 한우리 같은 단골집, 문연자니 밭들이니 건지리 그런 장소와 지명. 그 시기의 내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충실하게 그리고 있다. 선배들의 추억을 생각하며 다시 술술 읽었다. 후기에 있는 작가의 말을 다시 읽으며 특정 시대와 세대를, 인물을 그려내는 일--그것도 매력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소재를--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봤다. 오히려 지나치고 잊혀질 이야기들을 굳이 붙들어 기록하는 의미를.

내친 김에 사계절 1318 청소년 문고로 출간된 연작 소설집 [처음 연애]도 함께 읽었다. 해방 후부터 2002년 월드컵까지를 배경으로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엮어간다. 연애의 변화상을 충실히 기록하는 작품. 역시 각각의 에피소드의 매력이나 구체성보다는 전체 맥락을 읽게 된다. 오히려 지금은 드문 한국문학의 스타일이라 고개를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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